'욕설 파문'에 묻힌 진짜 '외교 참사'

모순으로 점철된 CNN 인터뷰... 국제사회의 시선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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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ahtclsth)등록 2022.09.27 10:13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CNN의 인터뷰가 공개되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에 군사력을 지원한다면 한국도 지원에 나설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한국을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 CNN 누리집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CNN의 인터뷰가 공개되었다.

유엔 총회 참석 도중 CNN과의 인터뷰에 나선 윤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에 군사력을 지원한다면 한국도 지원에 나설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한국을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함께 분명히 말하지만 중국 문제에 대해 한국의 입장이 모호하지 않고, 분명하다"면서 "대만 문제와 또 대중국 정책 등에 대해서는 언제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질문을 받더라도 그 답은 변하지 않고 일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장 회피하고는 대만 등 중국 문제에 '한국 입장 분명하다'는 모순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대만 문제 등 중국 문제에 있어 현재 한국의 입장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당장 해당 발언 이전에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과 함께 대만을 지원할 것이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원 여부에 답을 하는 것을 회피했다.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서 입장이 분명하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한 셈이다.
 
이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당시 홀대 논란을 봐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휴가를 이유로 만나지 않자 외신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펠로시 의장과 만나 중국의 대만 해협 무력시위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 점과 대조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6월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며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결짓기도 했다.
 
이처럼 말로는 대만 문제를 비롯해 중국에 강경하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는 실제로는 모호한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한국과 실제로 강경한 발언과 행동을 보여주는 일본은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굳이 일본을 대신해 한국을 대중국 정책과 동아시아 정책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을 이유가 없다.
 
물론 한국이 중국에 강경한 자세로 나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북한 문제를 연계한 발언을 할 것이었다면 같은 뉘앙스의 발언이라도 좀 더 세심한 발언을 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요컨대 윤 대통령은 '대만 침공 발발시 북한 도발 가능성이 높아져 북한 대응이 우선이다'가 아니라 '대만 문제와 북한 문제는 이어져 있기에 한국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며 대만 문제에 대한 확답을 피해면서도 대만 문제와 북한 문제의 차등을 두는 것이 아닌, 두 사안의 연결 지점을 강조하는 발언을 할 수도 있었다.
 
책임 강조한 UN 총회 연설과 반대로 민감한 현안에 회피로 일관한 CNN 인터뷰...
윤 대통령의 모순에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우려된다


또한 윤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북한보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해협과 같은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걸 이해한다"면서도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가장 임박한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윤 대통령 본인이 유엔 총회에서 한 연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21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자유에 입각한 연대를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 얘기했다. 연설의 마지막 문장도 "대한민국은 세계 시민의 자유 수호와 확대,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UN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며 한국의 책임을 언급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장담했던 윤 대통령이 정작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가 최우선이고 시급하다고만 얘기한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에 어떤 인식을 가지게 될까. 한국은 민감한 국제사회 현안들에는 별 관심도 없고 확실한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본인들의 북한 문제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기적인 국가라는 인식만 박히지 않을까.
 
또한 그렇게나 북한의 위협이 한국 입장에서 시급하고 임박한 문제인데 어째서 윤 대통령이 정작 유엔 총회에서는 북한과 관련한 발언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지도 모순이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윤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은 총 17회로 이중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경우는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과 이번 연설뿐이다. 윤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 피력을 회피하기 위해 북한이라는 핑계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의심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이번 CNN 인터뷰는 제대로 된 외교적 비전을 가지고 순방에 임하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모순덩어리다. UN에서는 그토록 국제사회를 향한 한국의 책임을 부르짖었지만 인터뷰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정말로 국제사회가 한국에 기대하는 책임에는 일제히 모호한 입장과 회피로 일관했을 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욕설 파문'에 묻힌 진짜 '외교 참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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