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자의 문화산책] 반려문화에 대한 이야기

이제 꽃길만 걸으시개~

검토 완료

백명희(rood23)등록 2022.10.06 16:53
자연의 시계는 참 정직하다.
기분좋은 가을바람이 때에맞게 불어와 땀방울을 말려준다.
눈부시게 쨍한 낮볕은 어느새 들판에 노란 옷을 입혀놓았고 언제 피었는지도 모를 코스모스는 나 여기있소 하고 손을 흔들며 가을잔치를 하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같은 색으로 물들 것 같은 파란 하늘, 옹기종기 피어 시선을 붙잡는 들꽃들, 이렇게 가을은 모든 것이 아름답다.
 
요즘 가을의 서늘함이 좋아서 산책을 자주 다니다 보니 반려견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한 눈에 보아도 참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녀석도 있고 차라리 키우지 않는 편이 낫겠구나 싶을만큼 주인품을 더 불안해 하며 겁에 질려있는 녀석도 보게 된다.
 
이제 대한민국도 반려동물 천만 시대가 되었다.
반려견에 대한 인식과 시장은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학대받고 버려지는 개체수도 해마다 늘어난다고하니 마음이 아프다.
 
지난 주말  해피퍼피 앤 키티 유기견보호소에서 미군들과 연계하여 유기견들을 위한 바자회 행사와 입양 홍보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이 단체는 유기견 구조 및 보호, 재활치료, 입양봉사 및 해외입양 캠페인 및 이동 봉사 등 유기견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봉사단체이다. 
 
할머니 한 분이 몇백 마리의 유기견들을 돌보던 천사원(아산시 둔포에 위치)에서 함께 봉사하던 몇몇 분들과 미군 부대의 군인들이 마음을 모아 지금의 보호소를 짓게 되었다고 했다.
사료도 배불리 먹이지 못하고 악취가 풍기는 최악의 환경이었지만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센터에 가게 되면 일정 기간의 보호 후 매정하게 살처분되는 그 여린 생명들이 안타까워 하루 한 끼 배불리 먹이지는 못해도 차마 보내지 못하고 보듬었을 할머니의 정성에 눈물이 난다.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죽어 나가야 인간들의 이런 몹쓸 짓이 멈추게 될까.
끝까지 키우지 못하고 버릴 때 어쩌면 이런 저런 형편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생명 경시 풍조가 너무 쉽게 입양을 결정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유기하는 풍토로 굳어진 게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해피퍼피 앤 키티 회원들의 헌신적이고 지속적인 봉사와 미군들의 해외 입양캠페인 홍보를 통해 조금이라도 버려지는 녀석들이 줄어들길 기대해본다.
바자회는 회원분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진행되었다. 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다양한 종류의 물품들이 깨끗하게 손질되어 손님맞이를 하고 있었고 수익은 백 프로 유기견들을 위해 쓰인다고 했다.
 
회비로 후원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타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주는 고마운 회원들도 여럿 있다는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에게 버림받았으면서도 그저 한 번 더 바라봐주고 만져주길 바라는 그 간절한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학대받고 굶주리면서도 찾아주는 발소리에 기뻐 뛰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집이나 지키고 먹던 잔반이나 처리하면서 개는 개처럼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아직도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자들에게 억지로 애정을 가지라고 강요를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반려견을 입양한 사람 중에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비율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신규 반려동물 등록 수를 살펴본 결과 2018년 이전까지는 신규 등록건 수와 유기 건수가 거의 비슷했지만 2019년 이후 반려동물 신규 입양이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22년부터는 유기되는 동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염려대로 버려지고 학대받는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반려견의 천국이라고 하는 독일의 경우 전문 브리더에게 구입할 경우 천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할 경우 삼십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입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다가 아니라 견주의 의식 수준. 주거환경. 한 달 수입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 한 마리 데려오는데 뭘 이렇게까지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느냐 따져 묻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만큼 작은 생명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책임지려는 제도적 노력과 그들의 문화 수준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내가 키우는 반려견도 아닌데 주머니 털어 치료하고 오염된 물을 마시게 하지 않으려고 날마다 보호소를 찾아 물통을 소독하고 사료를 채워주는 해피퍼피 앤 키티 회원들의 진심을 녀석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먹는 한 끼를 줄여서 사료값을 마련하고 내가 입는 옷 한 벌을 줄여서 녀석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봉사자들의 정성에 아직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녀석들의 마음에 사람에게 버림받은 기억보다는 마지막까지 손 내밀어 사랑을 보여주었던 봉사자들의 그 따뜻함을 마지막까지 기억하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슈라이프에 비슷한 내용으로 송고. 내용이 많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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