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또와 곽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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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민(mydks123)등록 2022.10.18 09:33
벤또와 곽밥

일본어로는 벤또, 북쪽 말로는 곽밥. 우리말로는 도시락이다. 지금 친일, 친북 논쟁이 한창이다.
다시 매카시즘 따위의 '빨갱이 몰이'를 냉전 시대가 아닌 오늘 듣고 있다. 친일 논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민족의 반만년 역사에서 그들과 사이가 나빴던 적이 많지만, 좋았던 적도 분명히 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국권피탈, 36년의 비참했던 탄압들이 있지만, 전에는 서로 무역도 하고, 외교사절을 보내며 사이좋게 지내려는 노력도 했다. 근세에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평가할만한 관계 개선 노력도 있었다. 극우적 세력이 들어서면서 일본과의 관계가 엇나가기 시작한 것일 뿐이다.

'사과'라는 건 타이밍과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독일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의 바르샤바 무릎 사과가 그 예이다. 반대의 경우는 최근 '날리면' 실언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국력이 약할 때 했던 협정을 근거로 '되지 않았느냐'는 식의 모르쇠를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일본 지도자들이 감동적인 사과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정권은 수출규제라는 일본의 억지에 '극일'을 표방했고, 소위 '소부장'이라고 불리는 정책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다. 경제와 역사의 편린을 묶어서 '공격'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일본의 패착이었다. 그러나, '극일'은 '반일'이 아니다. '친일'도 아니다. 억지를 쓰기 시작하면 답이 없으나, 지난 정부의 외교는 관계 개선 노력 부분에서 아쉬웠다.

북쪽으로는 어떤가. 러시아(구소련)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공격하고, 미국이 마치 냉전이 돌아온 듯 공산 진영과 대치하는 상황이다. 냉전이라고 하면 우리의 비극 6.25전쟁이 생각난다. 북한과 공산 세력의 침공에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몸이 부서져라 나라를 지키고, 후손들을 걱정했다. 3년간의 전쟁은 말할 수 없는 상처를 내고, 한국전쟁은 열강들의 땅따먹기로끝났다. 북쪽은 아직 3대 세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통치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지난 70년의 세월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여기까지 왔다.

상술한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엄청난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국회는 어쩌면 그들의 상처가 곪아 터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정 당에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대표할 권리를 준 건 아니다.

단적으로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재오 고문은 서슬 퍼런 유신의 칼날에 저항하던사람이었고, 반공법 위반 등으로 여러 번 투옥됐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도 노동운동에 투신하여 맹렬히 활동했다. 두 사람은 '반대토론의 기회를 달라'던 노무현의 외침을 뒤로 합당한 민주자유당에서 정치에 입문한다.

또한, 야권에 있는 인사들로 예를 들자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들 수 있다. 박 전 원장은 미국에서 아주 잘 나가던 사업가였다. 맨해튼에 빌딩이 5채나 있었다.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과 어울리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민주화 세력의 거두인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지금까지 정치를 하고 있다.

현시점의 '더불어민주당'만이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힘'이 '산업화 세력'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두 당이 '곽밥'과 '벤또'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공격하지만, 사실 도시락에 반찬이 살짝 다를 뿐 별 차이는 없다.

그 점에서 두 당의 머리가 하는 발언들이 아쉽다. 일본과 전쟁을 한 적은 없지만, 일제의 참혹한 '짓거리'가 정당화 되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필자가' 들은 바 그렇다. 우리 잘못으로 뺏겼기 때문에 모두 우리 탓이라는 건 그 당시 '친일파'의 논리다. 일본과의 관계를 위해 국민들을 설득할 물밑작업 혹은 논점 일탈을 하는 듯 보이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그 전에 상처가 너무 깊다.

또한, 욱일기가 우리 영해에 들어온 것은 충분히 비판할 소지가 있고, 자위대가 군대임을 인정하는 꼴이 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나라와도 척을 지면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통탄스럽게도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국가 지도자의 품격을 보여주고 싶다면, 공격 포인트는 그쪽이 아니라 '민생'이다. 싸우는 건 적당히 하고, 일하라고 뽑아놨으면 누구든 일해야 한다. 지금 경제,국제 정세,사회 등 문제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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