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혼잡경비 담담 경찰관이 바라본 이태원 참사

대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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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만(youmany)등록 2022.11.18 10:06
  저는 퇴직 경찰관입니다. 저는 재직 시절 약3년 간 혼잡경비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이번에 158명의 귀한 생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와 사후 과정을 경비업무를 직접 맡았던 전직 경찰관으로서 관심깊게 지켜보았고 대단히 가슴 아프게 느꼈습니다. 이태원에서 경찰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 아마도 사고를 전체적으로 막지는 못했을지라도 이렇게 많은 분이 한꺼번에 돌아가시게 하는 참사까지는 이르지 알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참사였습니다.

  지금 대통령부터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오로지 경찰의 잘못이라며 경찰을 탓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고를 지켜보면서 이 문제가 오로지 경찰을 탓하고, 경찰관 몇 명을 옷을 벗기거나 처벌하고 마무리된다면 언제든지 이같은 참사는 재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참사가 지역 축제와 관련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지자체들의 경쟁적인 축제 개최문화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300여개가 넘는 각종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특산품을 소개하고 홍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자체마다 온갖 소재를 가지고 축제꺼리를 찾고 있습니다. 축제가 끝나는 무렵, 야간에는 항상 유명한 트롯가수들의 공연이 있지요. 이 공연에는 초대가수에 따라 몇 천 명에서 몇 만 명까지 인파가 몰립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홍보와 관람객 유치에 따른 이익의 추구만 들어있고 안전문제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축제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지역 상인들의 이기심입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3년 간 닫혀있던 축제 문화가 봇물 터지듯 터진 해입니다.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이기주의가 극대화된 것이지요. 지역상인들 입장에서 모처럼 찾아 온 기회에 안전문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경찰은 신고된 집회에서 다소 과잉스럽다 할 정도로 경력을 배치합니다.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지요. 모든 집회에서 경찰의 가장 큰 목표가 ⌜변수없이 안전한 집회 관리」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축제가 경찰에 신고된 집회가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당연히 이태원 할러윈축제도 신고된 집회가 아니었지요. 축제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지자체 및 지역상인회와 경찰은 이익과 안전문제 있어서 항상 대척점에 서있게 됩니다.
 
  저의 경험으로 보면, 경찰의 입장은 한명이라도 더 정복 경찰관을 배치하려고 하고, 상인회 측과 행정관청은 정복 경찰은 교통경찰 외에는 행사장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입니다. 신고된 집회가 아닌 지역축제 준비회의에서 경찰의 발언권은 한정돼 있습니다.
 
  만약 이번 이태원 할러윈데이가 신고된 집회가 아니었더라도, 경찰의 책임 아래 진행되었다면 처음부터 많은 수의 정복경찰관을 배치할 수 있었을 것이고, 더 안전하게 관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현재도 프로야구장이라든가 축구장 같은 곳은 신고된 집회가 아니지만, 혼잡경비 차원에서 경찰의 책임 아래 계획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영국이나, 인도네시아의 경기장 사고와 같은 사망사고는 없었던 것이 그동안 경찰의 노력 또는 혼잡 경비 노하우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할러윈 데이는 신고된 집회가 아니었기에, 행정관청 즉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담당하는 행사였습니다. 그래서 대책회의도 용산구청에서 한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상인회 관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구청 관계자가, 경찰력은 많이도 필요 없고, 백여 명 정도면 된다고 요청하였습니다. 심지어 상인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다. 그렇게 요란 떨일 아니다'라고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이태원 거리 곳곳에 정복 경찰이 많이 보이면 사람이 모이지 않아 장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상인들의 얄팍한 잇속이 작용한 것입니다.

  다음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경찰 경시를 넘어 무시하는 태도가 문제입니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군중이 수백 명 수천 명일지라도 경찰관이 뱃지 하나 꺼내들고 외치면 즉시 통제가 됩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이 통한다는 것이죠. 집회 시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거나, 경찰의 지시를 듣지 않으면 가혹한 물리력 행사도 사회 전체적으로 용인되는 것이 미국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기가 조금 돌아가야 한다고, 자기가 조금 불편해진다고 하여 경찰의 지시나 명령을 듣지 않습니다. 만약 이태원에서 시민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현장 경찰의 지시나 안내를 충실히 따랐다면 이렇게 큰 대형 참사는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핸드폰 사용 문제입니다. 현재 보행 중인 사람 중 90%가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걷습니다. 핸드폰을 보면서 이동하면 보행 속도도 느려지고,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주 부딪히거나 걸려 넘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현재 현직에 있을 때 지하철 통로에서 출근 시간에 핸드폰을 보며 걷다가 한 사람이 넘어지자 뒤따라가던 사람 서너 명이 같이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지하철 통로는 사람이 비교적 띄엄 띄엄 걷기 때문에 서너 명 넘어지는 것으로 그칠 수가 있었을지 몰라도 이번의 이태원참사처럼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거기다가 경사진 골목같은 곳에서 만약에 한두 명이 넘어지고 또 동시 다발적으로 사람이 넘어지는 현상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생한다면 수백 명 수천 명이 한 번에 쓰러지고 엎어지는 일은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역 상인회의 이익추구에 편승한 행정관청의 판단 실책과 우리 국민의 뿌리 깊은 경찰 무시 행태, 그리고 우리 사회 핸드폰 사용 문화 이런 것들을 지적해서 반성하고, 바로 잡지 않고, 무조건 경찰 탓만 한다면 이런 사고는 언제든지 내일이라도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15만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고, 치안, 경비, 안전 문제 전문가 집단인 경찰조직이 아직도 (치안과 경비, 안전문제에 있어서) 비전문가 집단인 행정안전부의 지휘를 받는 입장에 있고, 최일선에서 공안문제를 담당하는 경찰이 아직도 공안직공무원이 되지 못하고, 특정직공무원 신분인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권한이 동반되지 않는 책임에는 억울함이 있을 뿐입니다. 아마도 이번에 책임을 지고 문책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게될 경찰관들도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다만, 158명의 엄청난 인명 희생이라는 중압감에 입을 닫고 있을 뿐이지요.
 
  이같은 불합리한 제도 개선의 혜택은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지 단순히 경찰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실수했거나 잘못했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단순히 책임을 묻는데 그치고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미비된 것을 고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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