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전하고픈 말 - <별에게 전해줘>, <사랑한다는 말>

<마음으로 떠나는 그림책여행>

검토 완료

이정희(ama2010)등록 2022.11.24 14:13
너는 나의 기쁨이고 빛이야, 
남들은 모르는 희망이고 포근한 밤이며 
나를 향한 빛나는 얼굴, 떨어져 있으면 그리워지는 너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너는 알고 있니? 

이런 '러브 레터'를 받으면 어떨까?
 

<사랑한다는 말> ⓒ 북뱅크

 

벌써 3년째 함께 공부를 해오는 선생님들과 만남을 가졌다. 함께 듣던 수업에서 의기투합했던 여섯 명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며 하나 둘씩 저마다의 시간 속으로 가고 네 명이 남았다. 그 중에서 그 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 세 사람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또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그림책을 매개로 한다. 한 분이 이 두 권의 그림책을 읽어주셨다. 답답하던 가림막이 사라지고 좌 인왕산, 우 북한산의 전경이 탁 트인 전경도, 북촌에서 전경이 가장 좋다는 루프탑 까페의 전망도, <별에게 전해줘>, <사랑한다는 말>이 전해주는 따뜻한 울림을 따를 수 없었다. 소란스런 주변의 공기를 잠재우는 그림과 말밥의 감동, 눈물이 차오르게 만드는 그림책이 전해준 '러브레터'를 이 글로 나누고 싶다. 


'누가 날 사랑하고 있어!'
아니카 알다무이 데니즈가 글을 쓰고 루시 루스 커민스가 그림을 그린 <사랑한다는 말>은 2022년 미 nbc 투데이 쇼에서 밸런타인 데이 어린이 책, 그리고 아마존 추천 3~5살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다. 원제는 The love letter, 도대체 어떤 러브레터이길래 올 한 해 최고의 책이 되었을까?

학교에 늦은 고슴도치, 가뜩이나 기분이 엉망이었는데, 지각까지 하게 생겼으니 잔뜩 곤두섰다. 우리도 이런 날이 있다. 머피의 법칙에라도 걸린 듯이 아침부터 이것저것 다 덜그럭거리는 날, 그런 날의 기분을 반전시키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투덜거리며 바삐 걸어가는 고슴도치의 발에 걸린 편지 한 장, 위에 소개한 바로 '문제의 러브레터'다.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니?'라는 러브레터를 받으면 어떨까?

 

<사랑한다는 말> ⓒ 북뱅크

 

'이럴 수가!, 누가 날 사랑하고 있어!', 잔뜩 곤두섰던 고슴도치의 가시가 누구러진다. 그리고 늘 1등이어야 했던 고슴도치, 오늘은 꼴찌라도 기분이 좋다. 누가 보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전에 이 러브레터는 또 여행을 한다. 토끼에게로, 다람쥐에게로. 

주변이 어질러지는 게 질색인 깔끔쟁이, 그래서 늘 불안했던 다람쥐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토끼는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나눈다. 그저 편지 한 장이 세 동물의 하루를 변화시킨다. 네가 기쁨이고 빛이라는 그 한 마디가, 사랑한다는 그 말이 모두를 너그럽게 만들고, 서로를 향해 미소짓게 만든다.  '러브레터'라는 원제가 '사랑한다는 말'이 되었다.  책 내용을 보다보면 참 절묘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면, 이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다. 오늘 하루 너무 힘들게 시작했는데 DJ가 전하는 위로에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사연이 등장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반대로 어렵고 힘든 시기라던가, 막중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 응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능 전날 늦은 밤까지 간절한 기원이 이어진다. 말 한 마디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간이다. 하물며 사랑한다는 말이니 어떨까?

하다못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속 한 마디에도 위로를 얻게 되는데, 정작 얼굴을 맞대고 사는 우리의 세상 속 타인을 향해서는 하다못해 '너그러운 한 마디'조차 쉽지 않다. 늘 1등을 해야 하는 고슴도치도, 불안에 떠는 다람쥐 등도 그 한 마디에 달라지는 모습,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순을 푸는 키를 이 그림책은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오해를 빚은 러브레터 배달 사건은 서로를 떠올리며 풀밭으로 온 세 동물의 해프닝을 통해 풀어진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접한 누구라도 가장 궁금한 건 바로 이 '러브레터'를 쓴 주인공이 누굴까 하는게 아닐까. 그 주인공은 그림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힌트는 저 러브레터에 담겨있다. 

 

<별에게 전해줘> ⓒ 살림

 

아주 늦게 도착했지만,  '사랑해요'
그리고 또 한 편의 러브레터가 있다. 아주 오래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야 도착한 '러브레터', 안도 미키에가 글을 쓰고, 요시다 히사노리가 그림을 그린 <별에게 전해줘>이다. 

눈에 보이는 생명체라고는 아직 바다에 해파리 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밤바다에서 하늘하늘 투명하게 떠있는 해파리와 몇 만년 동안 외돌토리로 여행 중이던 별이 만났다. 
'하늘하늘하고 투명한 건 달님보다도 멋져요.'
'아니예요. 별님이야말로 당당하고 멋진 걸요.'

그리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 하늘, 밑바닥에 다다라 본 적이 없는 넓고 깊은 바다, 별과 해파리는 서로는 닿을 수 없는 자기 사는 곳의 이야기를 전한다. 서로가 모르는 세계,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했다. 사랑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서로의 다름이 가슴을 두근두근, 콩닥콩닥하게 만드는 것,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다름이 사랑이 되기도 하고, 적을 만들기도 하니. 
'그때, 또 나와 함께 이야기나눌 수 있어요?'
'다시 만날 걸 생각하니 외로운 여행길이 즐거워졌어.'

이렇게 다음을 기약한 별과 해파리, 그런데 별은 꼬리별이라서 몇 백년 후에야 이곳을 다시 지날 수 있다. 그리고 해파리는 몇 백년 후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 온몸이 눈물주머니가 되어 꿀렁꿀렁해져서 한 마디가 해도 퐁 터져버릴 것같아 차마 전하지 못했던 말, 그 말은 어린 해파리에게로, 그리고 대대손손........ 해파리와 별의 환타지 동화같은 이야기는 새상 곳곳에 울려퍼지는 사랑의 언어로 마무리된다. '사랑해요,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마침내 꼬리별에게도 전해졌을까? 

<별에게 전해줘>가 읽는 이를 눈물주머니가 되어 꿀렁꿀렁하게 만드는 이유는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이 아쉬운 해파리의 바다와 별의 하늘을 온전히 담아내는 요시다 히사노리의 그림에 있다. 이야기와 그림으로 전하는 '생명의 성선설'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추운 시절이다. 이 두 편의 그림책이 스산한 마음들에 조금은 온기를 전해주었으면 한다. 그림책을 읽어주신 선생님은 함께 만난 우리에게 이 두 그림책을 선물로 주셨다.  '정희 선생님에게는 이 책이 어울릴 거 같았요.' <별에게 전해줘>를 주셨다.  맑디맑은 해파리의 마음으로 살아가려 애써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https://blog.naver.com/cucumberjh에도 실립니다.

사랑한다는 말

아니카 알다무이 데니즈 (지은이), 루시 루스 커민스 (그림), 남은주 (옮긴이),
북뱅크, 2022


별에게 전해줘

안도 미키에 (지은이),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고향옥 (옮긴이),
살림,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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