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잉록에서의 소풍 포스터 ⓒ 할, 짐 맥엘로이
호주는 지구 상 남반구에 위치해 뉴질랜드와 함께 영화적 원거리를 상징한다. <행잉록에서의 소풍>은 1970년 대의 영화로 이젠 DVD라든지 인터넷 감상만이 가능하다. 원래 이 영화는 영화적 노스탤지아에 기반해 오랜 시간에 묶이어 있었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 영화잡지에서 보고는 신비감이 일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보게 되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여학교의 학생들이 피크닉을 나갔다가 일부가 실종이 된 후 수사와 조사를 하지만 현재까지 그 경위가 불명이다.
원래 풀리지 않는 범죄 사건은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이도 그렇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이 사건은 피의자나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아서 실종 사건으로 처리가 되지만 실제로는 꼭 범인이 존재하는 걸로 여겨진다. 또한 그 성격이 마치 여성해방 주제와 관련이 있는 걸로 비친다는 점이다. 즉 그 당시의 백호주의적 남성 공화국 호주에서 탈출을 한 걸로도 간주된다. 그럼에도 당시에 그런 여자들이 누군가의 조력으로 해방될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거의 미국 등이 몇 나라 뿐이다.
사실 이 영화는 액면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 가도록 제작된 영화가 아닌 것으로 과장될 소지가 많다. 영화에서 제작의 액자 밖으로 이면서사가 구축되는 것은 영화제작 상의 오류와 고의적 간접표현 중 그 어디로 잘 특정이 안 된다. 그와 같은 신비감에 기대어서 사건 조서나 신문 기사를 넘어야 하는 사실주의적 영화의 한계가 조성 중이었다. 영화는 역사책도 아니지만 역사책도 완전한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는 견해도 제법 흔하다. 영화든 역사책이든 창작자나 채록자의 주관의 소여가 있다.
이 영화를 내 맘대로 줄거리를 각색하면 여자아이들이 여성차별과 강간의 관행문화에서 벗어나고자 소수의 여성수녀의 도움으로 죽은 채 가장하고 그 대륙의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린 이야기다. 이런 서사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이 영화가 서사가 무척 성기어서 수용자의 주관적 의사를 개입할 소지가 큰 구멍이 큰 영화라는 점이다. 그 점은 이 영화적 제작 당시의 제작환경과도 관계가 깊다. 잘 만든 영화는 구멍이 큰 헛점투성이의 오류영화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법해 최신의 기법이 아니다.
요즘 영화는 자로 잰 듯한 연출에 무척 엄격한 서사규칙을 따라서 새로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거의 한 관람은 전부 다 동일한 한 경험을 가져온다. 이런 게 영화적 진보의 결실이 아니다. 영화는 모름지기 정전성을 벗어날 수 있는 집합적 제작 환경이 절실하다. 매마른 가지같이 앙상한 줄거리와 서사에 연출을 붙여 촬영을 한 후 빡빡하게 편집해서 상품으로 나와서 누구가 동일하게 구매해 관람이나 시청을 해서는 안 된다. 영화는 수용자의 상상력이 남실거리는 열린 창이어도 괜찮다.
▲ 행잉록에서의 소풍 포스터 ⓒ 할, 짐 맥엘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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