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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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angelasim2020)등록 2023.01.18 14:06
얼마 전 가족여행으로 괌에 다녀왔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 게이트 앞에 줄을 서고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여느 공항처럼 항공사 지상직 요원은 탑승객들의 티켓 및 여권 확인을 시작했고, 승객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면 얼굴 확인을 위해 쓰고 있던 마스크를 잠시 내려야 했다.

이제 우리 차례다. 마스크를 내린 초등학생 둘째 아들이 어느새 해맑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고는 직원을 향해 수줍게 말했다. 
"Thank you."

영어를 잘하는 아이도 많고, 굳이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한다 해도 '땡큐' 정도는 흔한 말이라 그리 인상적인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 직원은 우리 아들의 그 말에 반갑게 반응해 주었다.

우리가 마지막 줄에 서 있어서 그랬겠지만, 그 외국인 직원은 "어머, 너 정말 귀엽다. 그리고 스마트하네!" 하며 미소를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순간이 특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미소 덕이다.
그때 남편이 직원에게 덧붙여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영어를 쓸 때마다 점수를 주기로 해서, 아이가 용기 내서 영어로 말한 거예요."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직원은 "아, 그런 거야? 그럼 얼른 더 말해봐. 아무거나 더 해봐." "Hurry up, Hurry up" 하며 우리보다 자신이 더 신나있었다.

그 응원에 힘입어 우리 아들은 아까 말했던 땡큐도 또 한 번 외치고, 자신이 아는 단어들을 수줍게 내뱉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어른들도 그런 우리 아이를 귀엽게 바라봐 주었다. 
환대 받고 있는 기분이랄까?

몇 분 후 그 직원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혹시나 더 할 말이 생각났나 싶어 우리 아들 곁에 다가온 그녀는 "아빠와 아들 둘이 정말 너무 닮았다"라고 말하더니, same same same 세 번을 외치고 떠나갔다. 

언제 탑승하나 하며 지루해할 수 있는 기다림의 순간이었는데 서로의 미소와 관심 덕에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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