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어르신을 위한 본인확인, 제도 개선해야

고객중심 경영을 실천할 의지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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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naeelum)등록 2023.01.31 11:46
원칙상 본인이 은행에 직접 내점해야한다란 이유로 뇌경색으로 쓰러진 중환자가 사설 앰블런스로 실려와 업무를 보았다란 기사가 있었다.
돈과 관련해 본인확인에 대한 은행의 책임과 권리는 필요하지만 예외라는 게 있다.
더구나 요즘은 독거노인들이 전보다 많아진 상황이고 금융기관은 개인정보가 강화되어 예전처럼 통장과 도장만 있다고 해서 자녀들이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인이 못찾은 계좌, 주인이 아니면 못찾는 계좌, 본인확인의 진짜 의미는 뭘까
 
 
본인확인, 확인을 하지않는 게 문제다
 
작년 연말 길을 가다 넘어지신 시아버지는 현재 거동이 불편하다. 갑작스레 닥친 사고 후유증은 너무 컸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다리에 힘이 없어진 것은 물론 섭식문제까지 겹치면서 온 가족의 일상에 위기경보가 울렸다. 링게르와 미음외에는 특별히 해주는 게 없는데다 간병인만 출입하는 병원을 나와 재가요양을 시작하며 부랴부랴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다.
" 신청했다가 거절될 확률이 95프로인데 떨어지고 바로 신청은 또 안되거든요 그러니 상의해보시고 진행하세요"
며칠 전 병원기록 때문에 요양등급을 받기어렵다란 말뒤에 한 번에 확실하게 받으려면 퇴원 후 최소 3개월정도는 지나야한단다.
담당자의 말도 일리는 있다. 2년이란 장기요양등급을 노인이라고, 갑자기 걸을 수 없다고 덜썩 줄 수는 없다는 말은 그렇다쳐도 최소한 상황은 보았으면싶었다.
 
필요한 서류발급을 위한 본인확인,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직접 나가야했다.
요양등급을 받기위한 소견서가 필요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직접 병원에 찾아가는 것, 아니면 자비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 상주의사에 소견서를 받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을 알아보니 병원에서 더 걱정을 해주었다.
" 비용이 적지않아요. 때문에 여기 오신 분들은 등급을 받고 오시죠. 일단 입원하시고 의사선생님이 보시겠지만 안 될 수도 있거든요 "
 
차선책으로 가정간호를 신청했다. 다행히 가까이 있는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왕진을 나왔고 급한대로 영양주사를 맞았다. 우리가 보기엔 같은 의사인데 필요한 소견서는 써줄 수가 없단다.
그러는 사이 소견서를 제출하지않았다며 공단에서 독촉장이 날라왔고
며칠 전 퇴원한 병원에서는 본인이 꼭 나와야만 소견서를 써줄 수 있단다.
아픈 노인을 부축하는 게 쉽지않아 세 명의 어른이 시간을 내어 병원에 가던 날
의사가 소견서를 써주긴 했다. 단, 환자와 눈을 맞추거나 상태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환자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않았다.
" 00간호사, 000님 인지검사는 했나요? 아. 12월에 했구나. 알았어요"
언제쯤 아버지의 몸을 살필까 보호자는 애가 타지만 끝내 의사는 아버지를 쳐다보지않았다. 그 날 담당 의사에게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진료실안에 축하 꽃다발이 가득했는데 환자 한 번을 보지않고도 진료를 해서 어떤 명예를 얻은 걸까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얼굴을 보는 것도 아닌데 왜 본인을 오라고 했을까
 
86세 노인에게 장기보험을 판매한 은행, 해지는 본인확인이 필요하단다.
최선을 다해 외출을 감행한 것은 소견서때문도 있었지만 그것은 보호자의 입장이었다. 정작 아버지가 걱정한 것은 은행이었다.
작년 연말 쓰러졌던 것도 은행에 가는 길이었고 업무를 다 못본 게 계속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행여 당신의 유고시 본인이 아니면 얼마간의 돈도 사라지는가란 노인의 걱정이었다.
중도해지라 본인확인이 꼭 필요하다란 은행의 입장표명에 여차저차 상황을 설명하고 애원도 했지만 절대 안된단다.
문제는 은행원의 기억력이었다.
" 지난 번 다녀가셨잖아요. 그 때 왜 안하셨죠?"
지난 번 아버지가 다녀간 것도 기억하고 본인확인도 했는데 중도해지 하는 날, 그 시각에 본인이 꼭 내점해야한다란 은행규정은 지켜야한단다.
본인이 내방해도 인지에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야한단다. 혹시 병원비를 위해 쓰는 거라 영수증을 보내면 병원계좌로 이체는 해줄 수 있다고 덧붙혔다.
화가 난 건 은행원의 기억력때문만은 아니다. 아버지의 잔고를 확인하던 중 작년에 가입한 , 장기화재보험. 가입당시 86세였다. 노인에게 장기화재보험이라니 최소한 본인의 나이와 의지는 확인하고 가입을 권유한 것일까
 
대출과 예금, 이자만 다른 게 아니다.
코로나로 업무시간이 단축되었다가 원상으로 돌렸던 날, 은행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라며 가처분신청을 했다고 한다.
인터넷뱅킹이 보편화되었지만 노인들에게 깨알같은 화면은 여전히 어렵고 낯설다. 그러니 은행에 가면 열에 아홉은 어르신들인 경우가 많다. 은행문은 짧게 열면서 대기시간은 길어서 은행업무를 보려면 반차까지 내야하는 회사원들도 많다. 금융이 디지털화되어가고 있음을 노조도 인정하면서 과도한 업무량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러니다.
남대문시장처럼 매장을 비울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해 직접 찾아오는가하면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았을 때 은행원이 회사에 와서 자서를 받았던 것을 비교해보면 도데체 예금인출에는 왜 그렇게 고자세인지 의아스럽다.
 
창구직원이 책임지라고 하지않는다. 제도는 바꾸면 된다.
금융감독원은 과거 비슷한 사례로 제한적방식으로 병원비정도는 계좌이체할 수 있도록 은행에 협조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게 2013년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은행은 대출과 예금에 이중적 잣대를 대고 있다. 은행원이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란 주장은 결국 책임자급인 은행은 보호해주지않겠다란 말과 같다. 이제는 창구에 앉아있는 은행직원에게만 전가할 게 아니다. 제도는 상황에 따라 바꾸거나 보완할 수 있어야한다. 본인확인,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얼굴을 보지않는 본인확인이 무슨 의미일까 기사에 나온 k은행의 고객은 기면상태였다고 한다.(혼수전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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