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려고 마신 와인 한잔…1등 잠 방해꾼?

취해 있는 상태는 숙면과 달라. 위험한 음주 습관을 멈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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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yejikim)등록 2023.02.07 16:29
ㅣ 취해 있는 상태는 숙면과 달라. 위험한 음주 습관을 멈출 때
   

자기 전 와인은 수면 방해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 스톡포토

   

많은 사람이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잠들기 전 술을 마신다. 나 역시 그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정말 힘들 날에는 오직 이 맥주 한 캔, 와인 한잔만이 내 마음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신 몸은 한없이 노곤해졌고, 또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도 얼마간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혼술’을 하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든 경험을 여러 번 한 후, 술이 실제로 잠이 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참가자 10명 중 한 명이 알코올음료를 잠이 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는 걸 보면, ‘자기 전 술 한잔’ 연합 회원의 수는 내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 술을 습관적으로 마시는 과거의 나와 사람이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이 습관을 고쳐야 한다. 사실 술은 우리의 숙면을 방해하는 방해꾼이기 때문이다. 

ㅣ술을 마시게 되면 수면 사이클도 ‘취해'...수면의 전반적인 질 낮춰
알코올은 우리가 진정제라고 부르는 일종의 약물이다. 술을 마시면 졸리고 빨리 깊은 잠이 드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술에 취해 진정된 상태와 숙면을 취하는 것이 실제로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칭 '수면 외교관' 멧 워커 박사가 테드 강연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 Ted

 
 
수면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이자 자칭 '수면 외교관' 멧 워커 박사는 “잠잘 때 체내에 남아있는 알코올은 우리의 잠을 조각내며 숙면을 심각하게 방해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마신 술은 위와 소장에서 혈류로 흡수되고, 이렇게 흡수된 알코올을 간 효소가 분해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느린 과정이기 때문에 남아있는 알코올은 계속해서 몸 전체를 돌게 되고, 이렇게 우리가 잠자는 동안 체내를 떠도는 알코올은 신경계를 자극해 우리를 밤새 더 자주 깨게 만든다. 

워커 박사가 말하는 알코올이 수면을 방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알코올이 뇌에서 방출되는 화학 물질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지 않고 잠을 잘 때 우리는 얕은 잠과 깊은 잠(REM) 단계를 4~5회 반복하게 되는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술을 마시면 처음 두 주기 동안 깊은 잠이 억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면 시간이 짧아지고 수면 방해가 더 많아져 전반적인 수면의 질이 낮아지는 것이다. 술 마시고 다음 날 도통 기력이 나지 않는 이유다. 

ㅣ수면 전 습관적인 알코올 섭취, 의존으로 이어지기 쉬워
또 술을 마시고 잠이 드는 패턴이 매일 반복되면 잠들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 행동 연구에 따르면 취침 전 섭취하는 알코올음료가 처음에는 잠에 빠르게 들도록 하지만, 이 효과는 단 3일만 반복해도 효과가 없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잠들기 위해 술을 마시면 내성이 생기고, 시간이 지날 수록 진정 효과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매일 밤 더 많은 술을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다. 

 

스톡포토 ⓒ 김예지

 

ㅣ수면 장애 술을 끊은 후에도 수년간 지속될 수 있어
이미 습관적으로 자기 전에 술을 마셔왔다면 술 없이 잠드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음주를 하면서 나의 수면 사이클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단주를 시작하면 당장 잠이들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우리는 알코올 섭취를 줄여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음주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알코올은 계속해서 우리의 수면 주기를 방해할 것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술에 의존하지 않고 잠들고 싶은 사람을 다음의 방법을 시도해봐도 좋겠다. 

첫째는 건강한 수면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되도록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며 침실은 조용하고 어두워야 한다. 특히 밤에는 각성제인 카페인과  TV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제품을 멀리해야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겠지만 좋은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은 숙면은 물론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는데 아주 중요한 필수적인 첫 단계다. 우리 생각보다 잠을 더 잘 수있도록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는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며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다. 낮 동안 신체 활동을 하면 밤에 잠드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도 증진할 수 있다. 셋째로는 알코올 외 다른 물질에 의존하게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진정 효과가 있는 다른 물질을 복용하는 것은 의사가 처방하지 않는 한 피해야 한다. 전문가의 감독 없이 그렇게 하면 알코올 섭취를 줄이려다 되려 다른 물질에 새롭게 중독될 수 있다. 

그래도 술을 완전히 끊기는 어려운 사람들은 적어도 잠이 들기 4시간 전에 알코올음료 섭취를 마무리하면 잠에 끼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주방 주문 마감 때 집에 바로 가지 않아도 좋다. 술만 그만 마신다면. 다음 날 아침의 내가 고마워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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