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천정부지로 올랐던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내려앉고 있다. 집값이 오를 때에는 영혼까지 긁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수도권 아파트의 관심은 뜨거웠다. 부동산 하락폭은 도시별로,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했다.
▲ 서울시 중랑천 산과 강을 에워싸며 촘촘하게 개발된 서울 도심 풍경 ⓒ 서울시
우리나라 인구는 수도권에 전 국토 인구의 반이 모여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증가가 두드러진 곳은 경기도로, 탈 서울과 도시화로 인한 인구집중의 결과이다. 그 다음이 세종시와 제주시 순이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16.61%에 해당하는데, 전체 인구의 91.82%가 도시에 살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생활과 편의 우선주의 생활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 도시화 분석 지도 우리나라 국토 면적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16.61%로, 전체 인구의 91.82%가 도시에 살고 있다. ⓒ 통계청
▲ 시도별 인구 변동 추이 지난 10년간 경기도, 세종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했다. ⓒ 통계청
인구의 9할이 도시에 매달려 살다보니, 국토는 불균형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도시생태계는 훼손되고 있다. 그러한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세계 역시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저 출산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 인구 수는 5,156만명으로 집계되었다. 현재 인구성장은 0.14%로 나타나 이대로 가다가는 2028년에는 0.02%로 줄다가, 2040년에는 –0.38%로 인구절벽을 맞이하게 된다.(통계청, 2023.3.20.) 출산율은 이미 95년부터 줄기 시작해 가임여성 한 명이 자녀를 한명 또는 아예 낳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자녀를 치열한 경쟁 구도에 밀어넣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증이다.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저 출산을 악화시키고,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 총인구 수와 출산율 현재 인구성장은 0.14%로 나타나 이대로 가다가는 2028년에는 0.02%로 줄다가, 2040년에는 ?0.38%로 인구절벽을 맞이하게 된다. ⓒ 통계청
극단적인 도시화 경향은 또 다른 악순환을 만든다. 도시의 에너지 소비가 늘수록 화석연료 소비는 늘어난다.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는 증가하고 온난화는 가속된다. 도시의 열섬효과와 미세먼지는 극한 상황을 맞이한다. 봄철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덮을 것이다. 3월 20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2년 5개월만에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미세먼지 공포로 노마스크가 환영받을지 의문이다.
▲ 대기상태에 따른 남산타워의 모습 남산타워를 기준으로 극단적인 비교가 되는 서울하늘의 대기상태 ⓒ 연합뉴스
여름철 도시에서 발생하는 홍수는 속수무책이다. 도시의 토양은 불투수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빌딩과 도로, 인도 할 것 없이 불투수층이 48%에 이른다. 큰 비라도 오면 한꺼번에 모인 물이 저층으로 흘러들어 하수구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실제 서울 강남역 일대는 고질적인 침수 사태를 겪고 있는데, 물 폭탄으로 인해 맨홀에서 역류하는 현상이 속출한다. 지하방수로나 빗물터널 등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상습 침수지역이나 산악지형의 급경사와 계곡부를 가리지 않고 도심이 개발되어 계절마다 동반할 기후재앙이 되었다.
▲ 서울의 토양포장 현황 불투수 면적이 48%에 이른다 ⓒ 통계청
▲ 강남역 홍수 22년 여름 홍수에 강남역 일대 맨홀에서 역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람도 지탱할 수 있는 용량이 있다. 사람은 항상성이란 성질이 있어서, 외부의 다양한 자극에도 늘 일정하게 유지하여 우리 몸이 평형을 이루도록 한다. 항상성을 잃으면 건강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지구도 인간처럼 지구가 회복을 할 수 있는 상태인 생태용량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수요를 충족하면서 생태발자국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지금의 추세는 인간의 수요가 지구 생태용량을 이미 초과하여 지구의 수를 1.7배로 사용하고 있다. 지구 한 개를 넘어 미래세대의 몫까지 7할을 빌려쓰고 있는 셈이다.(WWF 지구생명보고서 2022)
▲ 생태발자국과 생태용량 인류는 지구를 최소 75%이상 더 쓰고 있으며, 이는 1.75개의 지구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다. ⓒ WWF지구생명보고서
이렇게 훼손된 도시생태계 속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황폐화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스스로 종 조절을 하듯, 저 출산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지구상 야생생물 수도 감소의 길이 극명하다. 극단적인 도시화 경향으로 지구상 전 세계 야생동물은 58%감소했다. 육상생물은 38%, 담수생물은 81%, 해양생물은 36% 감소했다(197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생물지수) 이들이 감소한 이유는 바로 서식지 개발에 있다. 서식지가 약화되었거나 변화되고, 감소된 이유들이다. 대부분 도시화로 인한 대규모 아파트단지, 산업단지, 하천개발, 습지의 개발이 원인이다.
▲ 글로벌 지구생명지수 도시화 경향으로 지구상 전 세계 야생동물은 58%감소했다. 육상생물은 38%, 담수생물은 81%, 해양생물은 36% 감소했다(197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생물지수) ⓒ WWF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이 말은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는 능력이 없어 철저하게 외부에서 유입되는 탄소원에 의존하여 살아가야 하는 종속영양생물이다. 식물처럼 독립적으로 광합성 등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영양분을 합성하지 못한다. 도시생태계도 인간처럼 철저한 종속영양생태계이다. 도시 주변에 혹은 그 배후 생태계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도시생태계를 지원할 배후습지, 녹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 문제이다.
▲ 뉴욕 샌트럴파크공원 전경 전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비싼 곳 중 하나인 맨하탄이지만, 그 심장부에 위치한 자연공원이 주는 생태계서비스로 인해 그 가치가 더 크다 ⓒ www.centralparknyc.org
도시 내 정주공간은 복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인구의 도시 집중과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 변화에 따른 도시 공간계획이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기후변화 적응에 취약한 계층을 고려해 도심 내 그린 인프라 도입이 필요하다. 도시숲을 조성하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확보해야 한다. 고층건물에는 녹색테라스를 조성하고, 녹색지붕과 테라스식물, 수용가능한 공공 공간을 확보하여 주말텃밭 등 도시농업이 장려되어야 한다. 도심 내 도시습지와 갈대숲, 도시공원, 임시농업 가능지, 그린네트워크 통로, 지속가능한 배수, 순환네트워크, 투수표면 등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 파리의 녹색테라스 도시 내 정주공간은 녹색테라스, 그린루프, 주말텃밭 등 친환경 공간조성이 정책화되어야 한다 ⓒ 최수경
생물다양성은 종다양성, 유전자다양성과 더불어 생태계다양성으로 구분한다. 생태계다양성은 서식처다양성이라고도 하고, 경관의 다양성이 될 수도 있다. 하천, 습지, 산림, 개활지, 저수지 등 다양한 경관 다양성은 그 안에 다양한 생물종과 다양한 유전자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 오산천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 오산천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꼬마물떼새, 고라니, 수달, 삵 등 오산천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를 외면하고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인프라 조성이 우선시되고 있다. ⓒ 윤순태
기후위기와 더불어 서식처 악화로 인한 생물다양성도 심각한 위기이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동시에 해결하면서 사회적 영향도 고려해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방안으로 자연기반해법이 대두되고 있는데, 자연기반해법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윈윈하는 전략이다. 시화호의 수질을 회복하고자 인공갈대숲을 조성한 것은 자연기반해법의 쉬운 예이다.
▲ 시화호 갈대습지 수질정화구역 갈대숲이 지닌 수질정화의 놀라운 힘은 생물다양성과 기후 및 인간의 복지 모두를 위한 자연기반해법이다. ⓒ 최수경
최근 대전의 갑천 자연하천구간이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1.82%가 도시에 살고 있음을 상기할 때, 그린 인프라의 확대는 매우 적극적인 자연기반해법인 것이다. 전국의 시도 지자체에서 청원하는 도심 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을 환경부가 지지부진할 틈이 없이 문을 활짝 열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이다.
▲ 대전 갑천 자연하천구간 20여년간 대전의 하천습지를 보존하고자 시민들이 염원한 가운데,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생물서식처로서의 환경이 많이 변했지만,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통해, 개발로 부터 일부 지켜질 수 있게 되었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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