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지구를 지키는 로컬푸드

(1)세종시 로컬푸드 사업 성공사례 분석

검토 완료

윤형권(goodnews)등록 2023.04.12 18:06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징후가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식량부족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로컬푸드(local food)'는 지구온난화 방지, 식량부족 문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컬푸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으므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이 쉬워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필자는 로컬푸드 사업을 하려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세종특별자치시의 로컬푸드 사업 성공사례를 5회에 걸쳐 분석·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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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로컬푸드 매장 싱싱장터 평일 오후 6시인데 채소, 과일 등 몇몇 품목은 이미 품절될 정도로 세종시 로컬푸드 싱싱장터는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윤형권

   
8년 만에 88배 성장한 세종시 로컬푸드 매장 싱싱장터 

2012년 17번째 광역시로 출범 세종시는 2015년 3월부터 로컬푸드 사업을 시작했다. 로컬푸드 매장 싱싱장터를 개장할 당시 세종시 인구는 21만 명, 싱싱장터를 이용하는 회원수는 6천1백 여 명, 218개 참여 농가가 참여했다. 8년 후인 2015년  세종시 로컬푸드 싱싱장터는 소비자 회원수 6만4천9백 여 명으로 약 11배, 참여 농가는 954개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누적매출액은 88배나 늘었다. 2015년 한 해 누적매출액은 21억1천만원에서 2022년 12월 기준 누적매출액 1천8백52억으로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림1> 세종시 로컬푸드 사업 연도별 누적매출액 추이  

세종시 로컬푸드 매장 싱싱장터 연도별 누적매출액 세종시 로컬푸드 사업은 2015년 시작해 8년 만에 누적매출액이 88배나 늘어날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 윤형권


<표1>세종시 로컬푸드 연도별 누적매출액
 

표1. 세종시 로컬푸드 연도별 누적매출액 . ⓒ 윤형권

 
로컬푸드란? 

로컬푸드(local food)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과 지역 농수축산물로 가공한 식품 및 이들의 유통체계를 뜻한다. 로컬푸드와 대조적인 개념으로 글로벌푸드(global food)가 있다. 

로컬푸드는 지역을 뜻하는 'local'과 식품을 뜻하는 'food'의 합성어다. 'local'을, 미국에서는 자동차로 한 두 시간 거리를 말하고 영국은 식품 판매장을 중심으로 반경 30-50㎞ 이내의 거리를 'local food'라고 칭한다. 일본은 생산과 소비가 '지역(地域)'에서 이루어진다는 개념으로 '지산지소(地産地消)'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식품 판매장 중심으로 반경 50-70㎞ 정도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을 로컬푸드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영국이나 미국 등 로컬푸드가 일찍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local'을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고 정의한다.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 사회적인 거리 관계(關係)인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로컬푸드는 먹거리를 매개체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먹거리 공동체'라는 것이다.

로컬푸드는 지역경제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준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유통, 판매는 그 지역에서 고용, 소득분배 등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경제의 순환이 그 지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농민은 생산하고 소비자는 직매장을 통해 싱싱한 농수축산물을 구입한다. 판매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농민은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에 생산물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가격은 농민이 매긴다. 농민은 자부심을 키우고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주므로 로컬푸드는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사업이다. 농민은 직거래를 통해 판매량을 알기 때문에 생산량의 조절 또한 가능하다. 일 년 농사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은 수지가 맞는 것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판매를 맡긴 농민은 품질 향상과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 로컬푸드는 농민이나 소비자, 둘 다 이득이다. 이처럼 로컬푸드는 지역경제에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준다. 이것이 로컬푸드의 매력이다. 
 
 

세종시 로컬푸드 거래 싱싱장터 세종시 로컬푸드를 거래하는 싱싱장터 ⓒ 윤형권

 
로컬푸드와 대조적인 글로벌푸드는 어떤가?
 
글로벌푸드는 지역이 아닌 광범위한 곳에서, 거대규모의 기업이 생산·유통하는 농산물 및 가공식품이다. 생산자의 이력을 알 수 있는 로컬푸드와 달리 글로벌푸드는 생산자의 이력을 알 수 없다. 대규모 경작에 따른 농약과 비료의 과다 살포, 오로지 수확량을 늘리려는 유전자 조작 등으로 먹거리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거대 농식품 기업들의 영향력 아래서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푸드의 식품체계를 글로벌 식품체계(global food system)라고 한다. 몬산토(Monsanto), 카길(Cargill), 아처 다니엘스 미들랜(Archer Daniels Midland, ADM) 등 몇몇 거대한 농식품 기업들이 쇠고기, 사료, 비료, 농약은 물론 종자와 유전자재조합식품(GMO) 등 농식품 관련 산업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전자재조합식품 유통이 문제가 되어 판매 금지, 회수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푸드는 장거리 수송을 위한 방부제 사용, 각종 식품 보존제 처리로 소비자의 건강은 물론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늘어나고, 수송에 따른 에너지 소비는 자원고갈과 함께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푸드는 자연과 인류에 끼치는 폐해가 매우 크다. 글로벌푸드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는 농업 생산량을 불안정케 하고 세계 식량수급체계를 흔들어 놓고 있는 실정이다. 로컬푸드는 글로벌푸드의 폐해에 대응하여 일어난 환경·식량주권·공동체운동이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와 관계가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어, 세계적인 긴급 과제로 떠올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각국이 참여하여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京都議定書)라는 협약을 맺었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되었다. 호주, 캐나다, 일본, 미국, EU 등 37개 국가는 협약 의무이행 대상국인 반면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이행 국가는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감축하기로 하였다. 미국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한다며 2001년 3월 탈퇴하였다. 미국은 스스로 '세계 일등국가'라면서 기후·환경문제에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 협약에서 일본은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를 줄이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오히려 8%가 넘게 늘었다. 2010(최근 자료)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8위를 기록했다(미국 에너지정보청). 우리나라는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UNFCCC COP15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usiness As Usual) 대비 30% 감축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설립하고 산업, 교통, 건물 등 25개 업종의 '부문별 업종별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정했다.

하지만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예년 대비 0.4톤이 증가한 12.6톤에 이른다. 이는 1990년에 비해 무려 144%나 증가한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국과 인도와 함께 우리나라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환경과 관련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지경이다.
 
로컬푸드는 농수축산물의 생산이 지역적이기 때문에 상품의 이동 거리가 짧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각국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식량 운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도구로서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만들었다.

푸드 마일리지는 영국의 한 NGO단체가 중심이 되어 전개한 '푸드 마일즈' 운동에서 유래했다. 푸드 마일이지는 식품의 중량(단위 ton 또는 ㎏)에 거리(㎞)를 곱한 단위이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10톤 수입하면 캘리포니아에서 부산항까지의 거리가 대략 9,600㎞이므로 9억6,000톤킬로미터가 된다.
 
식량의 해외 의존도를 나타내는 '식량자급률'에는 운송거리를 계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식량을 필리핀에서 수입하는 경우와 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는 거리라는 요소를 따지면 사정은 아주 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식량자급률에는 이러한 거리라는 요소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식량수입에 푸드 마일리지의 거리라는 요소를 대입시켜 보면, 운송거리는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소비자가 신뢰하는 안전한 먹거리,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문제 등을 생각하게 한다. 

수입 식품으로 차려진 풍요로운 식탁은 단순하게 먹고 즐기는 것이 아닌,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과 관계가 깊다는 인식이 발생한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면, 결국 글로벌푸드에서 로컬푸드로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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