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안에 대해 공개토론을 부쳤다. 한 달 간 진행되는 공개토론은 오는 4월 9일 종료된다. 대통령실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3월 9일부터 4월 9일까지 대통령실이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의 댓글들을 보면, 공영방송 수신료에 대한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하여 징수하든, 분할하여 징수하든 간에 수신료 징수 자체에 거부하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실제 최근 2021년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신료 인상 비율은 고작 7.1%로 현행수준 유지인 32.0%, 수신료 인하 15.6%, 수신료 폐지 44.2%에 비해 매우 낮다.
▲ 여론조사 결과 2021년 미디어리서치, KBS 수신료 여론조사 ⓒ 미디어리서치
일각에서는 이번 공개토론회가 국민들의 수신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자극하는 수단이라며, 대통령실의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정적 여론에 힘입어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한다면 수신료 징수를 거부할 가구가 발생할 수 있어, 공영방송의 재원에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현재 KBS는 방송법에 따라 한국전력에 수신료 징수를 위탁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과 함께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이다. KBS가 대다수의 국민에게 수신료를 강제 징수할 수 있는 이유다.
사실 KBS는 현재 2800원의 수신료이 부족하다며, 지난 1990년부터 꾸준히 인상을 제기했다. KBS는 약 40년간 수신료가 동결되었기에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수신료 인상은 곧 수신료 현실화라고 주장한다. 수신료 현실화를 진행해야, 지속적으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민영방송과 달리 공영방송이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은 나름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이다. 공영방송은 정부와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사회 공익적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방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에 공영방송은 상업적 이유로 공익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국민의 재원으로 재정을 메운다.
▲ KBS KBS 여의도 본관 ⓒ KBS
그런데 미디어 환경이 다변화됨에 따라 국민들이 공영방송을 통해 느끼는 효용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미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 국민들이 많으며, 그 중 KBS를 보는 인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각종 미디어 매체가 계속해서 늘어남에 따라 방송생태계의 공론장은 이미 형성되어 있다. 굳이 KBS가 아니어도 이미 국민들은 미디어 효용을 충분히 느낀다.
KBS와 다른 방송사 간의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문제다. KBS와 달리 국민들은 교육 방송인 EBS의 수신료 인상에는 긍정적이다. 특히,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을 담은 <위대한 수업>을 통해 수신료의 가치를 느낀다는 여론이 많다. 오히려 KBS가 2800원을 징수하여 EBS에 겨우 70원을 분배한다는 사실에 더욱이 KBS에 분노한다. EBS는 명확히 다른 방송사와의 차별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KBS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KBS의 대하드라마이다. 타 방송사들이 상업성이 뛰어난 퓨전 사극에 집중했을 때, KBS는 전통사극을 꾸준히 제작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KBS는 2016년 방영한 <장영실> 이후 5년이 지나서야, 2021년 <태종 이방원>을 방영했다. KBS의 타사 예능 베끼기 논란도 문제다. <아빠 어디가>와 비슷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비롯해 여러 예능이 논란을 겪었다. 시청자들이 KBS 유튜브 방송인<구라철>에서 김구라 씨에게 "KBS가 타사 예능을 베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달라고 요청한 이유이다.
돈을 받는 측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돈 주는 쪽은 주기 싫다고 말한다. KBS는 수신료 인상은 물론이고 수신료 징수 자체에 반대하는 여론을 살펴야 한다. 여론을 살피지 않고 수신료 현실화나 대통령실의 정치탄압을 내세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야기할 뿐이다. 공영방송의 무용성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료 강제로 징수는 일종의 폭력으로도 느껴질 수 있다. KBS는 이러한 무용성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신료의 진정한 가치를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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