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목소리와 의견은 늘 소중하다. 프로 스포츠 구단이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팬들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 지난 2년간 구단과 팬들의 대립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K리그 대표 명문이라고 불리는 전북 현대다.
▲ 지난 1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 경기장을 찾은 전북 팬들은 불만 섞인 걸개를 걸며 부진한 팀 성적에 불만을 표시했다 ⓒ 곽성호
지난 1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3 5라운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는 포항이 전북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현장에서 본 전주성의 분위기는 냉정함과 차분함 그리고 살벌함이 오갔다.
경기 내내 전북 팬들은 최근 부진한 성적과 더불어 과거부터 쌓여온 경기력 불만에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 이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함과 동시에 응원을 진행하지 않는 '응원 보이콧'을 진행했고 여기에 더해 경기에 패배하자 구단의 퇴근길 미운영 지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이 W석 뒤에 있는 선수단과 감독 코치진의 퇴근길에 찾아가 김상식 감독에 대해 해명과 책임 소지를 요구하는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번이 처음? 과거에도 팬들의 목소리는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경기장에서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 이사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2021시즌 조세 모라이스 (세파한) 감독에 이어 전북의 감독 자리를 이어받은 김상식 감독은 2021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자신이 예고한 '화공'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좋았던 상승세는 4월이 되고 꺾이기 시작했다. 공식 경기 8경기 무승 행진과 더불어 이 사이에 있었던 FA컵 16강전 양주 시민 축구단 (K4리그)에 패배한 경기는 전북 팬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경기장에 근조 (謹弔) 걸개가 걸리며 김상식 감독에게 처음으로 불만을 표시한 전북 팬들은 이후 김상식 감독을 신뢰하며 응원을 이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상식 감독 역시 팬들의 부응에 응하며 2021시즌 K리그 1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우려 섞인 시선을 잠재우기도 했다. 하지만 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적인 부분에서의 불안함과 경기 이후 논란이 되는 인터뷰 등으로 많은 전북 팬들은 걱정과 우려 섞인 시선으로 김상식 감독을 바라봐야만 했다.
기대와 걱정 속에서 시작한 2022시즌. 전북은 개막전 승리 이후 내리 3연패 (제주-포항-울산)를 당하며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뒤쳐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김진규 (김천상무)-김문환 영입으로 잠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부진은 더욱 길어졌다.
결국 전북 팬들은 부진한 경기력과 더불어 김상식 감독에 대해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트럭 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모금액은 약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고 모금된 금액으로 트럭 시위를 진행했던 전북 팬들이었다. 이후 전북 구단은 트럭 시위를 '무대응'으로 대답했고 공교롭게도 A매치 휴식기 이후 있었던 울산 원정에서 전북이 3대1로 울산을 격파하며 트럭 시위의 효과는 보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 지난 시즌, FC서울과의 홈 경기에 전주성에 걸린 걸개 ⓒ 곽성호
트럭 시위 이후 전북 팬들은 또 한 번 불만을 표시하게 된다. 2022시즌 K리그 1 30라운드.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부진에 빠진 서울을 상대로 답답한 경기력을 펼치며 무득점으로 무승부를 거두자 경기 종료 이후 전북 팬들은 김상식 감독을 향해 '김상식 나가'를 외치며 처음으로 김상식 감독을 향해 '나가'라는 외침을 말하게 된다.
경기 종료 이후 전북 팬들은 퇴근길에 찾아가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 이사에 대해서 부진한 경기력과 함께 이번 경기에 대한 책임 소명과 앞으로의 다짐을 요구했으나 김상식 감독은 묵묵부답으로 버스에 타며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후 32라운드 성남 FC와의 경기에서 책임을 요구하는 걸개를 내건 전북 팬들이었다. 구단은 팬들의 불만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박지성 디렉터와 허병길 대표 이사의 주도 아래 전북 현대 팬 간담회를 개최하며 팬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정작 중요한 인물인 김상식 감독은 간담회에 출석하지 않으며 감독의 목소리를 듣고자 찾아간 팬들은 아쉬움을 표시했던 바가 있었다.
2022시즌 전북은 리그 우승을 라이벌 울산 현대에 내줬으나 FA컵에서 서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던 모습을 보여줬다. FA컵 우승 이후 전북을 향한 최대 관심사는 계약이 종료되는 김상식 감독의 거취 여부였다.
전북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전북은 김상식 감독과 재계약이라는 결단을 내리며 우려와 불만 속에서도 김상식 감독과 동행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김상식 감독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던 전북 구단이었다.
재계약을 체결한 전북은 김상식 감독에 확실한 지원을 하며 2023시즌을 준비했다. 이동준, 이수빈, 오재혁, 아마노 준, 하파 실바, 안드레, 정태욱 등과 같은 리그에서 수준급 기량을 보유한 선수들을 영입한 것은 물론이며 첼시 FC (잉글랜드)를 이끌고 11-1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사령탑인 디 마테오를 구단 어드바이저로 영입하며 많은 기대 속에 시작했던 2023시즌이었다.
기대와 우려를 가지고 시작한 2023시즌. 전북의 행보는 지난 시즌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수준급 선수들과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답답한 경기력과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전했다. 5라운드가 지난 현재 1승 1무 3패를 기록한 전북은 리그 8위에 위치하며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팬들이 이번 시즌 성적만 가지고 폭발한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쌓여온 행적과 기록으로부터 이번 소동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감독을 향한 무차별적인 폭언과 조롱은 '지양'해야만 하지만.
전북 팬들의 목소리와 기다림은 이제 한계치에 다다른 모양새다. 전북 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9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질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벌써부터 '응원 보이콧'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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