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cms 브랜치에는 성대경시준비반이 개설되었다. 총 6개월로, 첫 3개월은 필즈문제풀이반으로, 다음 3개월은 성대경시준비반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처음 개설된 특강반이었다. 아이의 담당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번쯤 들어볼 기회를 주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즈준비반 수업은 숙제가 없었다. 숙제 없는 수업이었기에 아이는 수업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주말마다 친구들 만나서 선생님과 더불어 잠시 놀다 나오는 느낌으로 수업에 임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틀린 문제 위주로 다시 풀리는 걸 추천하셨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1시에 진행되는 수업을 듣고 남은 시간에 다시 오답풀이를 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걱정하는 내게 수학뒤집기 같은 책도 추천해주셨지만 모든 것은 힘 없는 추천과 엄마의 시키고 싶은 욕심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12월 성대경시준비반이 시작되면서 선생님이 바뀌었다. 원장선생님이라고 했다. 제법 연륜이 묻어날 것 같았고 왠지 새로운 트렌드와 맞지 않는 수업을 하지 않으실까 걱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수업에 대한 복습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젊은 선생님에 대한 막연한 선호도가 내 마음에 있었나보다. 하지만 담당하던 선생님은 이미 다른 반으로 배정이 된 상태였고 새로운 선생님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새로오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수업을 해주시려 애쓰시는 듯했다. 나직하지만 고집이 느껴지는 목소리의 곰돌이 푸우처럼 키도 크고 덩치도 크며 안경을 쓰신 원장선생님이셨다. 아이는 첫시간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두번째 시간에는 숙제를 주시며 말씀하셨다. '효율적인 수업이 되려면 수업한만큼 복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오답풀이는 이제 숙제가 되었다. 오답풀이 노트를 아예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셨다. 착실한 아이는 선생님에게 잘보이기 위해 오답풀이 노트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 기대 없던 나도 오답풀이 노트를 하는 모습을 보며 슬슬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장, 두장, 노트가 쌓여갔다. 겨울 내내 스키를 타러 다니느라 수업을 빠트렸다가 보강으로 채우는 일이 많았지만 숙제는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을 받던 2월에 선생님은 성대경시반 수강생 학부모를 위한 별도의 설명회를 진행해주셨다. 덕분에 우리 아이가 어떤 공부를 한 건지 비로소 감이 왔다. 경시형과 사고형, 아이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뉠 수 있었다. 경시형은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풀어내는 능력, 사고형은 어려운 문제를 진득하니 잡고 생각해서 해결해내는 능력을 말하는 거였다. 두가지 모두 필요한 능력이지만 두가지 모두 쉽게 얻기 힘든 능력이었다. 타고난 수학천재가 아니고서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얘기. 2월에 성대경시대회 접수를 마쳤다. 그리고 특강도 종료되었다. 3월 한달은 오롯이 아이와 둘이서 경시를 준비해야 했다. 처음엔 좀 풀어져 쉬다가 시험 직전 1, 2주에 오답풀이를 한번 했다. 아이 혼자 하게 두었더니 풀어둔 답을 종이에 옮겨쓰는 '쓰기' 시간을 가지더라... 그래서 처음엔 문제만 적고 나중에 다시 풀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틀린 방식 그대로 또 틀리는 과정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풀고 나서야 겨우 정답을 찾아갔다. 2023년 4월 2일, 지금 아이는 경시를 치르는 중이다. 12시 40분, 시험시작 20분전 입실 기준을 무사히 맞췄다. 자차와 대중교통을 고민하다가 대중교통을 선택했는데 자차로 왔으면 큰일날뻔했다. 줄지어 들어오고도 주차하지 못하고 빙빙 도는 차들을 바라보며 정자에 앉아 초컬릿과 음료, 과일을 조금 먹였다. 화장실에 갔다가 홀로 입장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느긋했는데 고사장으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급해진 마음을 추스리기 힘들었다. 시험시간 90분을 보내기 위해 근처 카페로 향했다. 세종대 후문 앞에 있다던 이디야는 이미 만석이었다. 내가 시험이 시작되는 1시 넘어서까지 고사장 앞을 지킨 탓이다. 아이가 입장하자마자 떠나자는 남편에게 혹시 모르니 조금만 더 있어보자고 했다. 미련한 어미가 놓친 것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하지만 다행히 빠진 것은 없었다. 시험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응시료 5만원, 그리고 아이가 받아들 시험지와 시간. 시험장에 입장해서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20여분의 시간동안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시험을 마친 아이는 다섯문제나 찍었다고 했다. 아이구... 그래, 잘했다. 어깨를 토닥이며 집으로 향했다. 먹고 싶다는 초밥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끝나버렸구나. 나는 왜 이 시험을 택한걸까. 내 아이가 잘하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그건 아니다. 그럼 5만원짜리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서?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이 비싼 시험을 치러보면서 본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서 같다.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깨달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배울 학, 익힐 습. 배우고 익혀야 내 것이 되는 것이다. 꾸준한 준비 없이 성공은 없다는 걸 아이가 느꼈으면 좋겠다. 사고력이건, 경시시험이건 세상에 거저는 없다. 그나저나, 덕분에 밀린 숙제는 어떻게 하나. 괜한 고생을 사서 한 것만 같다...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버렸다. 이건 별개의 시험이지 너의 숙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단 말이다. 어서 정신을 차리자, 아가. 더불어 엄마도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살아보자. 아, 요즘 아이들은 정말 험난한 세상을 산다는 생각이 든다. 뭐 이렇게 할 게 많은거야... 내가 별난건가.... 그럼 저 사람들은 또 뭐야... 아, 어렵다. 첨부파일 성대경시대회_230403.jpg #성대경시대회 #엄마의고민 #경시대회의의미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