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왜 도청 의혹에 "터무니없는 거짓"이라 했을까

야당 향한 정치적 공세에 사태 본질 망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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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ahtclsth)등록 2023.04.13 10:36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

지난 11일 대통령실이 기밀문서 유출로 인한 미국의 도청 의혹과 관련해 밝힌 공식 입장이다.
 
이어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인해 도청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허위 네거티브 의혹", "북한의 끊임 없는 도발과 핵 위협 속에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같은 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 (미국의) 감청 논란이 있는 나라들에는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우방국들도 있는데, 이 나라들이 대통령실을 이전했나, 총리실을 이전했나, 국가 기관을 이전했나"라며 대통령실 이전과 도청 의혹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용산 대통령실의 도청 의혹은 거짓 의혹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인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타국의 도청 의혹은 기정사실화하며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반박했다. 한국이든 프랑스든 똑같이 미국의 유출된 기밀문서가 공개되어 논란이 벌어진 사안인데 한국은 거짓 의혹이고 프랑스, 이스라엘 등은 사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상한 발언은 더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은 11일 도·감청 의혹 관련 질문에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미국의 도·감청은 시인한 채 '악의는 없다'면서 미국을 변호했다.
 
박진 외무부장관 역시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악의를 갖지 않고 하는 도청도 있느냐"는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비판에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도청 시도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며 외통위 내내 도청 자체가 거짓이나 없는 사실이라고 부인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이상의 정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해보면 오로지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만이 미국의 도·감청 의혹이 거짓 의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실 공식 입장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실 공식 입장 자세히 살펴보면...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도·감청 없었다는 의미

 
그런데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과 정부 관계자들이 이렇게 상충하는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을 좀 더 살펴보자.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에서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 하기에 앞서 대통령실이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과 통합 보안시스템, 전담 인력 등을 통해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민주당의 대통령실 졸속 이전 의혹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렇듯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비판하는 데 치중되어 있다. 이러한 정황과 정부 관계자들의 여러 발언을 살펴본다면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의 도·감청 의혹이 거짓 의혹이라는 입장이지, 미국의 도·감청 의혹 자체가 거짓이라고 부인한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즉,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미국의 도·감청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대통령실이 부인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흡하기 짝이 없는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
 
그런데 이번에 유출된 문서의 내용이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과의 대화 내용이었다. 국가안보실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부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인 포탄을 지원하는 문제와 관련된 극도로 민감한 주제를 국가안보실 고위관료들이 국가안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했을 경우는 적어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에서 청와대보다 용산 대통령실이 도·감청 방지 시스템 등을 통해 '철통 보안'을 유지한다고만 강조할 뿐, 용산 대통령실에서의 도·감청이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다.
 
한편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하지만 해당 문건이 일치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유출된 기밀문서 중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것이 곧 한국과 관련된 유출 문서가 위조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더군다나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유출된 기밀문서 중 조작된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일부(some of them)"라고 지칭한 바 있다. 상당수가 위조되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 역시 과연 사실일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의혹 당사국인 미국은 두둔하고 야당 공격에만 앞장서는 대통령실

12일 박진 장관은 외통위에서 미국의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한미 간에 대등한 동맹으로써 논의하지 못할 것은 없다", "사실관계 엄중하게 해서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박 장관과 같은 입장만 발표했다면 다수가 신중한 대응 정도로 평가했을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10일까지만해도 "CIA의 도·감청과 관련해 미 언론의 보도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며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 "사실 확인 뒤 필요하면 미국측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며 박 장관과 비슷한 수위의 입장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실은 동시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도·감청 의혹을 과장·왜곡해 동맹을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기반한 것일까. 현재 대통령실은 의혹당사국인 미국에 항의는커녕 오히려 미국을 두둔하고 있고 국민을 향한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 듯 사태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대신 민주당을 '바이든-날리면' 사태때와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을 저해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공세를 가하기 위해 애쓸 뿐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흘기는, 아니 미국에게 뺨 맞고 야당에게 눈흘기는 대통령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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