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만우절 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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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원(snat)등록 2023.04.15 15:50
나는 횟수로 3년째 폐지와 재활용를 치운다. 처음에는 SUV차량으로 했지만 지금은 1톤 트럭으로 일하고 있다. 평균 하루 두 번 박스를 판다. 나의 본업이라고 말하는 일이다. 
 폐지가격은 작년 추석을 지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1kg당 130원 하던 것이 지금은 40원 50원 한다.(동네 고물상 기준, 종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 가면 70원 80원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운송비가 더 들어가는게 문제다)

 4월 1일 부재중 전화가 여러번 와 있었다. 박스 치워달라고 전화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해 보았다. 경찰서였다.
대충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절도 신고가 접수되었는데 꽃가게앞에 있는 물건 가져가지 않았냐?'는 물음이었다.
생각해 보니 '재활용 플라스틱'을 실었던게 기억났다.
"뿔(플라스틱) 실고 갔다"고 했고 강력계 형사는 가게주인이 쓸려고 도롯가가 아니고 가게옆에 둔 걸 가졌갔기 때문에 '절도'라고 했다.
 

내가 들고 간 '재활용 플라스틱'이다. 형사가 이야기 해 주어서 '화분 포트'라는 명칭을 알게 되었다. 화훼 단지나 꽃가게에서 재활용플라스틱으로 버리는 것이다. ⓒ 송태원

 
사진이 내가 가지고 간 물건이다.(똑같은 건 아니다. 가게 사장님께 돌려주려고 가지고 갔고 필요없다고 해서 '절도피의자' 조서 꾸밀때 경찰서에 들고 갔다.)
조서를 작성하는 날 나는 오전 일을 마치고 2시에 형사를 만났다. 3시40분이 넘어가 경찰서를 나왔다.
'내가 가져간 것 맞고 cctv에 뒷모습이 찍힌 사진에 있는 사람이 내가 맞다'고 했다. 나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어 송치되었다.
 

가게주인을 허락을 받지 않고 가지고 간 재활용 플라스틱 덕분에 절도 피의자로 송치되었다. ⓒ 송태원

 
플라스틱은 종이 보다 가격이 더 나간다.
1kg당 80원~120원이다. 무게를 재어봤다. 1.8kg였다. 고물상 저울은 1kg 단위로 계량하기 때문에 1.8kg도 1kg로 취급한다.
80원어치 재활용 플라스틱 덕분에 '절도 피의자'가 되었다.
오늘은 '기소유예'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112에 신고하신 사장님, 순찰차 타고 출동하신 경찰분들, 조서를 꾸미고, 범죄사실이 인정되어 사건을 송치한 형사님, 기소유예를 결정한 검사님 등 몸 고생 맘 고생 하신 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80원'이 뭐라고. 나의 부주의 때문에 이리 고생해 주시다니.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거저 감사할 따름이다. 
 

4월1일 경찰서에서 조서 작성을 했던 곳에서 셀카를 찍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다. ⓒ 송태원

 
뱀다리글>나의 부주의는 인정하지만 절도인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화훼단지난 꽃가게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버리는 물건이라 치웠을 뿐이다. 나중에 알고 확인했지만 내가 가져간 것 가게 안쪽 유리창벽에 A4지에 '가져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있었다. 아마 내가 그걸 보았으도 그 옆에 있는 화분을 가져가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가져 갔을 것 같다. 억울한 마음보다 별일도 아닌것에 여러사람이 고생한 것 같아 미안함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티끌없이 정의로운 '법과 원칙이 바로 선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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