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전성시대, 공중파 방송의 앞날은

TV가 '올드'해진 시대, 방송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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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진(andyhan0914)등록 2023.04.25 09:09
21세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넷플릭스'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심지어는 식당에서까지 핸드폰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비단 '넷플릭스' 뿐만이 아니다. '디즈니 플러스', '왓챠' 등 수많은 OTT서비스들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주 소비 콘텐츠가 되고 그 어떤 방송보다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주류 컨텐츠 역할을 했던 것은 TV를 통한 공중파 방송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황은 방송 언론계에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 시간이 갈수록 TV와 공중파 방송보다, '넷플릭스' 등 인터넷을 통한 OTT서비스가 주목받고 주류 방송/언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언론과 방송 콘텐츠의 중심이, 공중파 방송에서 인터넷 기반 OTT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공중파와 OTT, 무엇이 다른가

공중파란, 지상파 방송과도 같은 개념으로, "케이블이나 위성 혹은 인터넷을 통해 방송이 되는 형태가 아니라, 이를 통하지 않고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TV방송"을 통칭한다. 즉,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방송이 아닌, 누구나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을 통칭한다. 대표적인 공중파 방송사들로, MBC, SBS, KBS 등이 있다. 한편 OTT란 Over-The-Top의 약자로, "영화나 TV 방영 프로그램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대규모 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미 방영된 방송 프로그램이나 상영이 끝난 영화 등의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는 물론, 일부 OTT서비스 접속이 가능한 TV를 통해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이 OTT서비스의 예이다. 이러한 OTT서비스는 공적 이슈를 다루기보다, 화제성을 위해 자극적/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오락/예능 중심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통한 다수의 시청자 유입으로 자본을 축적한 후, 유명 배우를 대거 섭외하거나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극도로 활용하는 등 화제성과 상업성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OTT는 뉴스/언론적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오락성 콘텐츠 제공에 주력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OTT가 공중파 방송을 앞지르고 주류화되는 현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OTT 전성시대... 가능했던 열쇠는

2023년 4월 둘째 주 기준,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순위에서 한국의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와 '더 글로리'가 각각 글로벌 순위에서 1위, 3위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나라의 OTT 콘텐츠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얻으며 OTT 열풍이 불고 있다. 첨부된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OTT 유료 이용률을 나타낸 그래프를 통해서도, 우리는 해를 거듭할수록 OTT의 유료 이용률과 평균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지금 공중파 예능이나 드라마, 뉴스 등보다도 OTT 콘텐츠가 주목받는, OTT 전성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OTT 전성시대가 가능했던 원인은 무엇일까.
 
- 코로나 19
먼저, 코로나 19의 영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손길은 자연스레 TV나 스마트폰으로 향하게 되었고, 개인이 콘텐츠를 직접 선택하고 선별할 수 있는 OTT가 점차 선호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중파 방송과 TV의 경우, 채널을 바꿀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방송되는 콘텐츠를 시청자가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격리 도중, 보기 싫거나 끌리지 않는 방송이라도 심심하면 볼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와 달리 OTT는 개인이선호하는 장르를 검색하는 등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취사 선택하여 볼 수 있다. 즉, "보고 싶은 것만 내내 마음껏" 볼 수 있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각종 일상이 비대면화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할 것'을 찾기 시작했고, 광범위한 콘텐츠와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OTT가 자연스레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첨부된 사진은 코로나가 터지기 전부터 터진 이후까지, OTT서비스들의 이용률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 '넷플릭스' 등의 OTT 이용률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 OTT 서비스의 접근성, 광범위성
공중파 방송에 비해 OTT 서비스의 높은 접근성, 넓은 콘텐츠의 범위도 또한 OTT 전성시대를 가능케 한 요인이다. 최근에는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중파 방송 시청이 가능한 경우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공중파 방송은 TV를 기반으로 한다. 즉, 보고 싶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또는 뉴스가 있다면, 그 방송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아야 원활한 시청이 가능하다. 반면 OTT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에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로 접근 가능하다. 게다가 OTT 콘텐츠의 경우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어디서든 시청 가능하다. TV에 비해 시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 것이다. 콘텐츠의 광범위성 또한 주 요인이다. OTT 콘텐츠의 경우, 기존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 예능뿐만 아니라 OTT만의 독점 시리즈도 제공한다. 이처럼 "콘텐츠의 홍수"인 OTT에 반해, 공중파 TV의 경우 쏟아지는 콘텐츠의 수용이 불가능하다. 공중파 방송의 공공성, 법적 규제 때문이다. 한재희 MBC PD(라디오국 시사파트 소속)는 "공중파 방송은 불특정 다수에게 콘텐츠가 공급되기에 송출의 허가부터 프로그램 편성과 내용에 대한 심의까지 많은 법적/제도적 규제가 따르게 된다. 반면 OTT는 콘텐츠의 기획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훨씬 폭넓은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공중파 방송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자본력 차이
공중파 방송과 OTT 콘텐츠에 투입되는 자본, 즉 제작비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티빙 등은 공중파 방송사에 비해 훨씬 큰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자본력으로 OTT는 상상 이상의 제작비를 콘텐츠에 투여하고, 이는 공중파와의 경쟁에서 절대적 우위로 작용한다. 한재희 MBC PD는 "지난 해 화제가 되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제작비는 회당 50억 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공중파 주요 드라마 회당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많은 제작비를 통해 고급 출연진의 캐스팅, 고급 제작진의 섭외 등이 가능하며, 이러한 제작비는 MBC 등 공중파의 자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위기의 공중파... 대응 노력은?
 
그렇다면 OTT에 의해 위기를 맞이한 공중파 방송사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먼저, 가장 큰 벽인 자본력 차이의 해결을 위해, 공중파 방송사들은 OTT 및 대형 제작사와 다양한 형태의 협업, 콜라보를 시도한다. 공중파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OTT에 판매하는 등 OTT와의 협업을 통해 자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업의 연장선상에서, 공중파 방송사들이 스스로 만든 자체 OTT 플랫폼이 바로 '웨이브'(Wavve)이다. 공중파 방송사의 자본적 한계로 인해 공중파와 SKT라는 거대 통신사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웨이브'는, 현재 진행 중인 공중파 방송사들의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OTT나 인터넷 플랫폼을 실험의 장(場)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시행되고 있다. 한재희 MBC PD는, "<피지컬:100>, <먹보와 털보> 등의 OTT 콘텐츠는 모두 MBC 인력이 투입되어 제작된 콘텐츠들이다. 새로운 제작 경험을 쌓음으로써 미래에 공중파에서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방송에는 나가지 못하는 미방영분을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공개하는 등 인터넷 플랫폼을 하나의 전략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대안책"이라고 말했다.
 
공중파 방송의 앞날
공중파 방송의 위기 극복을 위해, 방송사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OTT는 확실히 공중파에 비해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자본적 측면, 규제적 측면에서 OTT는 공중파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OTT 시대에 공중파 방송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공중파 방송은 사회적/공적 이슈를 다루고 사적 기업의 수익보다 사회의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채영길 교수는 "공중파 언론의 미덕은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특정 이익 단체나 조직의 이익이 아닌 보편적 시민과 공중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방송이 바로 공중파이다. 공중파는 시민과 사회의 소유인 공공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OTT 열풍에도 불구하고 공중파 방송만의 가치와 중요성은 여전히 매우 크다. 공중파 방송사들의 노력과 책임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한국외대 채영길 교수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OTT에 공중파의 공익적 방송 편성 등 공중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공중파의 역할과 책무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대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유동적인 대응과 적응이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공중파만의 가치를 수호하고 지키기 위해, 언론과 방송사의 협력으로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중파 방송이 사회로부터 과도한 규제와 보호, 심의에 놓여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매우 위험할 생각일 수 있지만, 공중파 또한 OTT 등과 유사하게 자유 시장 경쟁 체제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 공공성과 자율성의 경계에 놓인 공중파는, OTT로 인한 각종 위기에 그 위상이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공중파 방송사들의 노력과 대책 마련, 그리고 더 나아가 젊은 시청자들과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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