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고등학교 새 전통을 열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지리산고 운동장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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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걸(chamgen)등록 2023.04.25 11:06
부모님과 함께 하는 지리산고 운동장 캠프
 
2023년 4월 경남 산청군 지리산 자락의 지리산고등학교에 새로운 전통이 시작되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학부모와 교사 혹은 학부모와 학교의 관계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그 경계의 벽을 깨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치맛바람이 아니고 바짓바람이다. 어머니 바람이 아니고 아버지
천왕봉 입학식, 지리산 종주 등 남다른 전통을 이어온 지리산고등학교는 코로나바람이다. 신선하다. 로 모든 활동들이 잠복기에 접어든 지난 4년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학교와 학부모 모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 4월 1일 오랜 만에 크고 새롭게 구성된 학부모회다.
학생수 총 40명 안팎의 작지만 큰 학교 지리산 고등학교에 50명에 가까운 학부모님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었다. 코로나로 인해 자녀들의 하루 하루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안타까움을 서로 나누면서 2023년 저출산 고령화와 초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혁신적인 교육을 위한 방안을 모으기 위해 서울, 오산, 부산, 대전, 김해 등 전국 각지에서 먼 발걸음을 하였다.
학부모님들의 총의(總意)는 단순했다. 학교에서 이미 기획된 교육 과정을 존중하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돌아오지 않는 주말을 이용해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재능기부 등의 봉사활동을 제안하고 지리산고 모든 학생들은 자신의 자녀처럼 대하면서 대화와 만남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학교에서는 이에 화답하듯 경남교육청에서 내려온 학부모동아리 구성을 제안했고 30여 명에 이르는 부모님들이 동아리에 구성과 가입하여 본인들이 지닌 작은 재능을 정성스럽게 기부와 봉사로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지리산고 학부모 동반 교내 캠프는 작은 신호탄이었다.
이미 오랜 전통이기에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 잔디밭 운동장에 7~8인용의 대형 텐트를 선생님들과 함께 치는 일은 가볍게 이루어졌고 학생들은 마음은 이미 작은 모닥불이 타오르는 밤을 꿈꾸고 있었다.
학년별로 숯불을 피운 뒤, 학교에서 준비한 맛난 김치와 쌈장 그리고 고기를 굽기 시작할 무렵 각학년을 대표해 시간을 낸 이정호, 정진희수, 김준수 학생의 아버님들께서 학교 한 켠에서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시원한 음료수를 준비하고 오뎅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학생들은 삼삼오오 고기 굽기와 수다떨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고 만능 셰프 서영광 선생님과 귀여운 아들을 데려와 학생들이 놀아주는 동안 2학년 담임인 유상문 선생님은 중앙의 불판에서 손등이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학생들의 고기 굽기를 돕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고기 굽기 행사는 지난 달에도 진행되어 4월인 현재 벌써 두 번째다. 전국의 어느 학교에서도 엄두를 내기 힘든 지리산고등학교만의 추억 돋는 행사다.
밤별 총총한 지리산고등학교의 밤은 더욱 빛났다. 선후배들이 어울려 모닥불을 피우고 자기 인생사와 고민들을 나누는 모습이나 강당인 치원관에서 남녀 학생 할 것 없이 농구나 배드민턴을 치고 강당 한쪽에서는 즉석 노래방이 열렸다. 올해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을 비롯한 야외파(?)들은 깊은 밤까지 마지막 추억을 돋을새김하고 자정이 지날 무렵에야 텐트 담당 지도교사 김윤석 선생님의 마무리로 텐트 안에서의 하루 밤을 보냈다. 아버님들이 어둠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 시간 학생 둘은 아버님이 준비한 차박을 즐기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밤을 보내는 새로운 추억의 감흥에 젖기도 했다. 차박을 난생 처음 경험한 희수와 정호는 차안에서 바라보는 별무리가 좋았고 이슬 안 맞고 밤을 보낸 게 인상적이라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모두가 재밌게 즐기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활력을 얻었으니 이 활력이 생활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3학년 강성문)"
 
"해마다 매번 새롭고 즐거운 캠프였지만, 부모님들이 참여하셔서 가장 인상 깊었다. 부모님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날이 풀린 덕에 텐트에서의 1박은 어떤 활동보다 기억에 남는다. 동기들과 옹기종기 모여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보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대화를 나눈 밤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이번 캠프 활동을 계획하고 좋은 추억을 쌓게 해주신 선생님들과 학모님들께 감사하다."(3학년 정혜린)
 
다음 날 새벽 학생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6시에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며 지리산의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 시간 무렵 전임 하미영 교장선생님께서 학교를 방문하여 선생님들의 노고를 격력하시고 학생들의 마무리에 손길을 더하셨고 창체 시간인 5교시가 되서야 학생들은 자신들이 친 텐트를 스스로 걷고 짐을 정리하면서 올해 지리산 첫 캠프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캠프 행사를 총괄 기획하고 준비한 성환경 선생님은 올해 첫 캠프의 소감을 다음과 같니 남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부모님들의 캠프 참여가 낯설었는데 막상 냉음료수를 만들어주시고 오뎅탕 끓이기, 고기 굽기, 차박 준비 등을 손수 해주시는 걸 보면서 저도 제 아이들을 위해서 이런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리산고만의 개성 있는 전통에 아름다운 풍경이 겹쳐진 듯하여 흐뭇합니다."
 
4월의 어느 하루, 학부모와 학생, 교사의 삼주체가 함께 하는 지리산고등학교의 샛바람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푸르른 잔디처럼 자라나는 학생들은 5월 중간고사가 끝난 뒤에 이어지는 천왕봉 등정과 지리산 둘레길 답사에서는 다시 어떤 발걸음이 시작될지 기대감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힘찬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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