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저것 좀 봐. 저기 아냐…?" 친구의 말에 돌아본 창밖 풍경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4월 4일, 산림조경학과 학생으로서 참여한 강릉 나무 심기 답사지로 가는 길이었다. 지난 2022년 3월,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큰 사건이 있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켠 것 같은 붉은 빛과 활활 타오르는 산. 영상으로 바라보아도 그 심각함을 느낄 수 있던 강릉 산불이 발생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들을 제외하면, 바쁜 일상 가운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하다. 영화나 드라마의 뒷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다르게 산불 이후의 이야기에는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산불 이후의 산림은 어떻게 되었을까? 직접 보게 된 산불의 결과를 말하다 처음 그 모습을 마주하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아직 날이 추워 낙엽이 남아 있구나'였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가서 바라보니, 낙엽이라 생각한 갈색 무언가는 잎이 아닌 땅이었다. 이를 헷갈릴 정도로 아주 끝없고, 막막한 상황이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할 심각함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심어진 작은 묘목들은 나뭇가지를 꽂아 놓은 것처럼 피해에 비해 너무 연약해 보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휘날리는 흙먼지는 답사 이후에도 한동안 코를 답답하게 했다. 가파른 경사에 나무를 심을 때는 계속 미끄러지고, 넘어지고를 반복했다. 남은 잔해를 치웠음에도 불구하고 땅은 잘 파이지 않았고, 결국 시간 내에 가방 하나를 다 비우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은 텁텁함만이 남아 있었다. 산불의 원인 2022년 3월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방화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2019년 호주 산불, 2020년 미국 산불 등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산불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이 사람에 의한 것일까? 다양한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어 정확한 원인을 꼽기는 어렵지만, 간단하게 분류하면 인위적 요인과 자연적 요인이 존재한다. 인위적 요인은 방화, 담배꽁초, 소각 등이 있다. 산림청 최근 10년간 산불 현황(2012~2021)에 따르면, 가장 비율이 높은 산불 발생 원인은 '입산자실화'이며, 그다음은 '논, 밭두렁 소각'이다. 입산자실화는 산에 오른 사람이 실수로 불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람의 부주의가 산불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2022년 산림청 등산 등 숲길체험 국민의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세~79세 전국 성인 남녀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두 달에 한두 번 포함) 등산이나 숲길체험을 하는 인구는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많은 사람이 산을 이용하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생태계는 서로 연관되어 작용하기에 자연적 요인은 확정 지어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가능성이 가장 큰 원인을 말하면, 건조한 기후, 산림 생태계가 있을 수 있다. 건조한 기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하지만,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에 변화가 생기며 이전보다 더욱 건조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건조한 환경은 산불이 일어나기 쉽다. 산림 생태계는 수종의 특징에 의해 원인이 될 수 있다. 소나무를 포함한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수지 등 휘발성 물질 함유가 더 많아 불에 타기 쉽다. 강릉의 경우, 소나무가 많이 심겨 있으며, 바람이 강해 산불에 더욱 취약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활엽수를 더 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환경적으로 소나무가 살아남기 유리했을 수도 있으며, 소나무가 주는 여러 혜택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두 요인이 서로 연관되어 발생할 수도 있다. 2019년 고성 산불의 경우, 강풍 등 자연적 요인에 의해 나무가 쓰러져 일어난 단선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따라서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여러 측면을 고려하고, 그에 맞는 예방을 할 필요가 있다. 산림의 부가가치 왜 우리는 산불을 막아야 할까? 산림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까?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깨끗한 공기'이다. 그러나 산림이 주는 것은 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산림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산림의 부가가치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첫째, 많은 동식물의 삶이 터전이 될 수 있다. 흔한 동식물의 서식처뿐만 아니라 생태계적으로 희귀한 종이 서식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희귀종은 외부와 떨어진 환경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넓은 산림 면적 중 작은 중앙부에서 주로 서식한다. 산불에 의해 파편화된 숲은 그들에게 충분한 면적을 제공하기 어렵다. 둘째, 치유와 교육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요즘 산림과 관련되어 한창 떠오르는 것이 치유의 숲과 산림 교육이다. 치유의 숲은 산림청 산하에서 관리되는 숲으로, 인체의 면역력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산림을 활용한다. 산림 교육은 산림과 어울리며 지식을 얻고, 정서 함양을 도모한다. 특히 산림청에 따르면, 유아숲체험원은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고,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치유의 숲과 산림 교육 모두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를 통해 맞춤형 활동을 제공한다. 셋째,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중 하나로 산업화 이후 방출량이 증가하며 지구 온도를 상승시켰다. 상승한 지구 온도는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가뭄, 열대화, 해수면 상승 등 앞으로 마주할 미래는 더욱 심각할지 모른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저장한다. 탄소가 저장된 목재를 태우지 않고 재료로써 이용하면 탄소를 계속 저장할 수 있다. 산불을 막으며 탄소 저장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산림을 만들어 나간다면, 기후 변화 제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산림 복원에 대한 궁금증 이미 일어난 산불은 돌이킬 수 없다. 그렇기에 이후의 행동이 중요하다. 산불 피해가 있고 난 후, 여러 기사를 본다면 다양한 기업들이 산불 복원에 참여한 것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사례를 둘러보며 궁금증이 생길지도 모른다. "왜 모두 나무를 심을까? 숯이 거름이 되어 자연적으로도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 복원이 가능한 경우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복원 계획에서 주된 결정 요소는 대상지의 용도와 자연 복원력이다. 대상지의 용도는 자연 복원과 인공 조림을 결정한다. 목재나 임산물을 생산하는 생산림의 경우, 그 생산성과 이해관계자에 의해 인공 조림을 주로 선택한다. 생산림을 제외한 공익임지는 자연 복원과 인공 조림을 적절하게 이용한다. 적절한 정도는 자연 복원력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연 복원력은 산림이 자연적으로 복원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산불 이전 산림 상태에 달려있다. 건강하고, 적절한 천이가 이루어진 산림은 좋은 식생을 가진다. 좋은 식생은 산불 이후에도 충분히 재생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 새롭게 올라올 움싹과 씨앗, 충분한 햇빛, 줄어든 경쟁은 더 나은 산림을 만들 수 있다. 동해안 산불피해 생태계의 효과적인 자연복원 기법(정연숙, 노찬호, 오현경, 이규송, 2000)에 따르면, 자연 복원지는 층 구조의 형성이 빨라 21년 된 복원 지역에서 층 구조가 완성되었다. 또한, 자연 복원지는 식물이 지표면을 덮는 비율인 피도가 84%에 도달한 반면 조림지는 큰키나무층의 피도가 65%에 불과했다. 더 나아가 모든 연구 대상지에서 자연 복원지의 생물량이 많았다. 따라서 토양 유실이나 침식에 취약하지 않고, 충분히 자연 복원력이 있는 산림은 자연 복원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산불과 관련된 여러 과학기술 그렇다면, 산불 자체를 예방하는 방법이 없을까? 요즘 가장 큰 이슈인 대화형 AI인 ChatGPT처럼 산불 감시에 AI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 2023년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 보도자료에 따르면, 산불 감지 센서나 AI를 연계한 CCTV를 이용하여 24시간 산불 여부를 감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 통신 기술 플랫폼'이 확대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2023년까지 4개소를 신설한 10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드론을 접목해 산불 감시에 활용할 수도 있다. 2022년 10월, 원주시와 KT가 함께 진행한 산불 감지 AI 드론을 선보였다. 해당 드론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연기를 감지한다. 드론의 발달로 상용화가 이루어진다면, 사람이 감시하기 힘든 지역을 편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을 통해 산불을 예방하고, 진압할 미래가 머지 않았다. 우리의 노력 일반 대중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학자나 소방관이 아닌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크게 없어 보이기만 하다. 그러나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바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산불 예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산불 이후 전문가에게 전부 맡기는 것이 아니라, 복원이 잘 되어 가고 있는지, 적절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지 꾸준히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산불 복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거나, 기금을 모으는 행사에 참여해 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 관심을 갖게 되면, 관련 지식도 자연스레 늘게 된다. 이는 산림의 중요성을 깨닫게 만들고, 참여로 이끈다. 적극적인 참여는 건강한 산을 만들고, 건강한 산은 우리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림조경학과 학생으로서 크게 외치고 싶다. 우리의 터전, 산에 관심을 가져라! [참고문헌] -하수영, '"주민들이 무시해" 홧김에 토치로 산불, 그 불에 모친도 사망', 중앙일보, 2022.03.0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3130 -정연숙, 노찬호, 오현경, 이규송, 동해안 산불피해 생태계의 효과적인 자연복원 기법, 자연보존 110, p34-41, 2000. 6 -산림청, 2022년도 등산 등 숲길체험 국민의식 실태조사 -산림청, 2023년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 보도자료, 배포일시 2023.1.30 -산림청, 산불의 원인 및 영향, https://www.forest.go.kr/kfsweb/kfi/kfs/cms/cmsView.do?mn=NKFS_02_02_01_03_01&cmsId=FC_001153, 접속일 2023.04.28 -산림청, 치유의 숲 소개, https://www.forest.go.kr/kfsweb/kfi/kfs/cms/cmsView.do?mn=NKFS_03_06_02_01&cmsId=FC_001570, 접속일 2023.04.28 -산림청, 산림교육법, https://www.forest.go.kr/kfsweb/kfi/kfs/cms/cmsView.do?mn=NKFS_03_13_01_01&cmsId=FC_000872, 접속일 2023.04.28 -산림청, 산림교육효과(유아), https://www.forest.go.kr/kfsweb/kfi/kfs/cms/cmsView.do?mn=NKFS_03_13_01_03_01&cmsId=FC_001327, 접속일 2023.04.28 -강도림, 산불 탐지율 90%…KT 'AI 드론'으로 불씨 잡는다,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6CED7ITW7, 접속일 2023.04.28 #산불 #산림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