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가로 막힌 '학교 가는 길'?

학부모A씨, "아침 30분 만이라도 아이들 통학할 수 있게 해 달라"

검토 완료

은평시민신문(epnews)등록 2023.05.04 13:47

초등학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던 응암동 B아파트 입구에 입주민 전용 비밀번호 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엄마, 학교 가는데 아파트로 못 지나가게 해서 돌아갔어요"

학부모A씨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건넨 말을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등교하는 아이를 따라 나가서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아파트 입구에는 입주민 전용 비밀번호 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아이들을 막아서는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는 아파트 사이를 가로 질러 2분이면 학교 뒷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입구를 가로막고 나선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아파트를 돌아 10분 가까이 언덕길을 올라야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아이들 통학을 막은 곳은 은평구 응암동의 B아파트다. 아이들은 이 아파트를 가로질러 초등학교에 갔지만 "아파트가 더러워진다, 아파트에서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막아선 어른들 앞에서 돌아가는 것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학부모A씨는 "못 지나가게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다른 아파트도 다 펜스를 쳐서 그렇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른들 사이의 갈등이 결국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입주민회의를 거쳐서 결정했다고 들었는데 그 모든 결정과정에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으면 좋겠다. 아침 통학시간 30분 정도라도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전북 전주시 한 과일가게 부부는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 건물 한 가운데 길을 내줘 화제가 되고 있다. 11년 전 주차장이었던 땅에 상가를 올리면서 건물 한가운데를 뚫어 학생들이 오고 갈 수 있는 길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상가를 세워버리면 아이들이 다닐 길이 없어져 고민하다 길을 냈다고 한다. 매일 수백 명의 아이들이 이 지름길로 안전하게 학교를 통학하고 있다. 전주시는 건물 안에 통학로를 내고 사비를 들여 수리해온 부부 사연에 유지 비용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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