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팔랑귀의 시대,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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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수(ghomsol)등록 2023.05.08 07:48
'옆집 아들이 명문대를 갔다는구만!' 이 한마디에 옆집 아들의 배울 점이 줄줄이 줄을 선다. 하다못해 공부와 관계가 없는 듯 보이는 이 닦는 버릇까지 끌어다가 말한다. 온갖 것의 끄트머리에는 명문대가 찍힌다.

학교폭력에 가까운 말버릇이나 성적을 올리려는 나쁜 꾀마저도 훌륭한(?) 전략으로 바뀐다. 어느 장관의 말처럼 검증을 하지 않아 모를 수도 있다. 명문대가 빛을 밝히는 예수의 길은 아닌데 행복의 지름길인 냥 아이를 억누를 뿐이다. 판단의 오류다. 판단의 오류는 남의 판단에 휩쓸린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그 동영상 봤어?' 찌든 가난과 불행한 성장을 견딘 성품, 그 어려움을 이겨낸 도전과 열정의 시간을 꼼꼼하게 하나하나 읊는다. 마치 행복을 주는 것이 돈뿐인 것처럼 새겨준다.

범죄에 가까운 짓마저 가난과 불행을 이기려는 어쩔 수 없는 결단(?)으로 아름답게 꾸며진다. 어느 검사의 말처럼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전후좌우상하가 잘린 그의 동영상은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닌 편집이다. 다만 좋은 것만 간추려 성공을 현혹하는 이야기다. 가치의 중심을 돈에 두는 목표설정의 오류다. 잘못된 목표설정은 먼 길로 돌아가거나 그곳에 닿지 못한다.

만날 때마다 주변의 일을 다정하게 묻는 분이 있다. 어려운 일의 해결책을 풀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일벗(동료)이 뜻밖의 말을 한다. 높은 사람과 친한 척하면서 맡은 일을 떠넘기고, 말은 청산유수(靑山流水)인데 제 몫만 알뜰하게 챙긴다는 것이다. 말로써 탐욕을 감싸고 몰염치를 감췄다. 겉만 보는 감정의 오류다. 감정의 오류는 진실을 잃고 갈팡질팡한다.

은퇴한 교수께서, 대학을 나오면 이만큼 살고, 몇 살이 되면 이만한 재산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아무리 통계라지만 듣고 있으니 우울하고 처량하다. 언저리를 돌아보니, 공인(?)된 통계마저 믿고 싶지 않다. 평균에 이르지 못한 사람에겐 평균의 오류다. 평균의 오류는 나를 잃게 만든다.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할아버님의 말씀, 학교를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아버님의 말씀, 나쁜 동무와도 잘 지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자란 세대가 있다. 제사가 생계에 우선할 수 없고, 출석이 미래를 담보할 수 없으며, 잘못된 우정이 행복을 이끌 수 없다.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오류다. 과거의 오류는 미래의 길을 막는 벽이다.

20년 전 여기에 땅을 사놨더라면, 월급을 받을 때마다 주식을 사뒀더라면, 김구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내가 스티브잡스라면, 때 아닌 마기말로(가정)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소화하지 못하는 되새김질은 트림만 나올 뿐이고, 붙잡지 못한 사랑은 그리움만 쌓인다. 바꿀 수 없는 가정의 오류다. 가정의 오류는 내가 할 수 없어서 쓸쓸함만 남긴다.

요즘 궁금하고 막막하면 여론조사를 한다. 여론조사는 왜 했을까, 어느 시기에 했는가, 어떻게 물어봤는가, 누가 응답했는가에 따라 다르다. 여론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내 처지와 관계없이 여론조사를 따르면 어긋난다. 여론의 오류다. 여론의 오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생각을 미리 막아버린다.

많은 정보가 나부끼니 '팔랑귀의 시대'고, 자기 것을 볼 줄 모르는 '객관의 시대'다. 오류마저도 자기 것으로 끌어들여 자신에게 맞추는 '오류 백화점 사회'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자기가 할 말을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GPT'에게 묻고, 챗GPT의 잘못된 답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웃이 내 삶을 자극할 수는 있으나 내 목표를 바꿀 수 없고, 평균이 우울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내 삶을 바꾸지 못한다. 내가 잘하는 일을 여론이 결정해주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통계가 판단해주지 않는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아프니까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아픔을 참고 오류를 견딘다.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지만, 으레 좋고 싫음으로 판단한다. 내가 잘하는 일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으니 그것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오류에 갇혀 선택의 오류에 빠지지 않아야겠다.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김요수
덧붙이는 글 <광남일보> 아침세평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쓴 책으로는 1) 부끄러움 잃은 도시에서 외치는 <염치혁명> 2) 양심과 염치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탐관오리 필독서> 3) 밉지 않은 비판을 거침없이 내뿜은 <쓰잘데기> 4) 차마 버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엮은 <부서불랑께> 5) 이명박의 꼼수와 몰염치를 그 시대에 쓴 <소설 폐하타령 1,2,3> 6) 자연에서 건져 영감(?)처럼 풀어놓은 그림산문집 <딱좋아 딱좋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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