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피아노 프리즘

?모든 예술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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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sunecho)등록 2023.05.17 10:44
 

피아노 프리즘 제198회 독립영화 쇼케이스 <피아노 프리즘>이 지난 16일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개최됐다. ⓒ 독립영화 인디스페이스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라는 곳에서 언제나 땅을 밟고 사는 '나'가 있다. 서울의 홍대 앞 작업실에서 다시 은평구 작업실에 갇혀 그림을 그렸던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오직 끊임없이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찾아가는 학원 길 올라탄 버스 위에서도, 그리고 흔들리는 거리에서도 '나'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끊임없이 설명한다. 스크린을 보는 장애인을 위한 '글과 말'을 넘어 선 배려에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나'의 몸부림이 피아노 건반의 다양한 패턴을 익혀야 완성되는 '곡'을 찾아가는 반복되는 실패의 흔적도 고스란히 담긴다. 박살난 조각상의 얼굴 부스러기마저 다시 창작의 시공간으로 연출하는 중력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나'가 있다.

마치 동경하는 저 우주의 '별'에 닿고픈 '나'의 간절함이 중력에 발이 묶어 날아오르지 못하는 무명화가의 하얀 캠퍼스 빈 공간에 갇혀있는 욕망에서 탈출하고픈 절규 같다. 

평면 위 정적인 공간에서 중력을 넘어 존재의 무게에 갇힌 '나'는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 버린다. 누군가가 알아봐 주지 않는 '나'는 또 다른 장애인이다. 

길거리에서 울고 있는 어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월호와 강정마을, 5.18 광주, 그리고 물대포 맞고 쓰러져 끝내 하늘로 올라간 한 농부의 저항까지 '나'는 이제 비로소 '도민'이 되고 '시민'이 되어간다.

'피아노'는 소리를 내는 악기에서 '배'가 된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1차원 평면에서 고립되어 멈춰 기다렸던 포유류의 '나'가 배를 타고 건너가기를 시도한다. 화가의 은퇴식도 과감하게 선언한다.

수평선 같은 1차 평면의 끊임없는 흑과 백의 건반에서 손가락이 찾은 패턴으로 연주되어지는 보이지 않는 음계의 높고 낮음의 시공간 소리의 흐름은 다수가 아닌 소수자들과 장애인들의 아픔까지 위로하는 하나의 '곡'이 되어간다.

마침내 그토록 원했던 피아니스트 '나'로, 동경하는 별에 닿는다. 피아노와 중력은 사라졌다.

그동안 건너오는 과정에서 외면 받았던 '나와 우리'가 따뜻한 시선이 되어 친절한 목소리와 자막으로 그 설명까지 배려가 깃든 베리어프리 영화의 기본적인 표현마저 일반화 시킨, 깊어지고 넓어진 수많은 별들이 존재하는 다공간의 우주가 비로소 탄생한다. 

 

피아노프리즘 영화 상영 뒤 이어진 이보라 평론가와 오재형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 ⓒ 임효준

 
덧붙이는 글 투데이안 및 브런치와 블로그에 나중에 기사화되면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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