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9 05:14최종 업데이트 23.05.1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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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은 평교사 출신이다. 서울대 재학 중 전두환 퇴진 운동을 벌이다 구속과 제적을 당했다가 복권됐다. 25년 동안 중학교에서 역사와 사회를 가르치다가 2017년 명예퇴직 이후 교육시민단체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교사 출신 국회의원은 18대 정의당 정진후가 있었지만 평교사 출신은 처음이다.

정순신 아들 학교 폭력 사건이 알려졌을 때 강민정은 "정순신 아들 학폭 건이야말로 학폭 생기부 기재의 부작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2012년 생활기록부 기재 이후 학폭이 줄기는커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엄벌주의 해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증거라는 이야기다. 강민정은 "기록에 남기지 않기 위해 법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어떻게든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며 다른 사람을 탓하게 만들었다"면서 "이 과정에 피해자 회복이나 가해자 반성, 어느 하나 들어설 틈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강민정은 3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더 이상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놓는 땜질식 처벌 강화 방안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법적 처리 절차를 보완하고, 한편에서는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법적 테두리 안에 학교 폭력 문제를 가두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슬로우뉴스는 5월 1일 강민정 의원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민정은 "학교가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 해결의 역량을 키우는 공간이 돼야 한다"면서 "공개적이고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 <더 글로리>에 정순신 아들 사건까지 터지면서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4.12 종합대책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예상대로 가해자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었습니다. 2012년 당시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엄벌주의에 기반한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을 얼마나 어렵게 만들었는지 전혀 인정도, 반성도 못한 채 또다시 잘못된 대증적 해결책을 내놓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대책으로는 학교 폭력을 줄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의 왜곡 혹은 사법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피해 학생 맞춤지원(전담지원관 지정, 전문지원기관 확대)이나 학교 폭력 사안처리 지원(학교 폭력예방지원센터 설치, 사안처리 컨설팅 지원단 구성 등), 학생들의 사회정서 지원체계 구축 등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텐데요. 가해자 처벌 강화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지고, 기존의 지원 체계가 지닌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을 늘리고 대입에 반영하겠다는 건 가해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기 보다는 부인하게 만들고 법적 대응을 강화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 올 겁니다. 피해 학생의 회복과 학교의 교육적, 공동체적 회복 노력도 어렵게 만들 수 있죠."

- 학폭위가 요식적으로 치러진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부모의 재력과 권력에 따라 얼마나 학폭위를 잘 대비하는지에 따라(얼마나 비싸고 실력있는 변호사를 고용하느냐에 따라) 해당 학생의 운명이 좌우되는 시스템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정순신 아들은 판사 출신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온갖 법적 지원을 받았죠.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가는 등 최대한 기회를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피해 학생은 어디서도 그러한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대책에 피해 학생의 법률적 지원 대책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국선 대리인이나 마을 변호사가 사안 발생의 어느 단계에서부터, 어떤 도움을, 얼마나 줄 수 있을지 실효성이 의심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피해자의 법적 대응을 위한 지원을 늘려나가는 것이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정순신 사건에서도 보듯이 법적 자원이나 기회는 학폭으로 인한 처벌을 부인, 회피하려는 가해자가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피해자가 (자의든 타의든) 법적 소송에 돌입할 경우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결국 법적 지원이나 기회의 활용 정도가 학생(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자원과 지위에 절대적으로 달려 있는 문제가 남습니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고, 잘잘못을 따져서, 그에 맞는 처분을 내리는 과정이 학폭 문제 해결의 전부처럼 인식되는 건 곤란합니다.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법적 형식과 언어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학교라는 교육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장치들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각종 심의 과정에 대개 변호사가 한 명 이상 포함되는데 정신 건강 전문가나 생활교육 전문가와 같은 분들은 개인 사정에 따라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4년 4월 20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정순신 특수부장 검사가 '세월호 침몰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제 해결의 중심이 점점 더 학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면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학교와 교사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학교 밖으로 이동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와 맥락이 있습니다. 특정 학생을 두둔한다고 오해를 사거나 고소당할 가능성을 우려해 담임 교사와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이 전화 한 통화도 쉽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고소 한번 당하면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을 법적 대응하느라 교육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기도 하고요. 학교 폭력 업무가 학교에서 가장 맡기 싫어하는 기피 업무가 됐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 문제를 아예 경찰을 비롯한 외부 전문기관이 맡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교는 이질적인 개인들이 모인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학교 폭력을 포함한 크고 작은 갈등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갈등을 함께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의 역량을 키우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외부 전문가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은 학생과 학교가 그러한 개인적 집단적 역량을 형성하는 기회를 빼앗아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을 비롯해 학교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을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텐데, 이를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학생들의 삶을 충분히 관심 갖고 지켜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학생들도 자신의 문제나 갈등을 감추거나 개별적으로 풀기보다, 갈등 초기 단계부터 상담이나 갈등 조정 활동 같은 적절한 지원을 받아 공개적이고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이러한 일상적인 교육 환경이나 학교 문화의 변화 없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위원회나 센터 만들어 해결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위원회나 센터가 나름 역할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이것은 문제 해결의 과정을 대신 맡아줘서라기 보다는 학교가 스스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인 도움을 신속하고 충분히 줄 때겠죠."

- 학폭위 심의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대부분 30분~1시간 전에 사안을 통보받고, 한 번 회의에 많게는 5~6개씩 심의하는 일도 있습니다. 심의위원들 전문성도 떨어지고요. 학폭위 심의에 앞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교사에게 조사권과 학부모 소환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은 학생과 교사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는 학폭위로 가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현장에서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주변 학생들 역시 가해자나 피해자로 연루되는 걸 두려워해 방관자로 물러 앉을 가능성이 큽니다.

학폭위 위원 구성을 바꾸는 건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사가 충분히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과 교사를 조사의 주체로 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어느 한 개별 주체(교사)에 의한 조사에 기대는 것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낮은 현재의 상황 속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교사에게 더욱 큰 부담을 지어주겠죠. 학교 폭력 문제의 입체적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프로그램이나 핀란드의 키바 프로그램은 학교 전체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학폭 예방 프로그램과 법제도는 엄밀하게 다르지만, 우리 법제와 문화는 너무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방관자를 능동적인 방어자로 교육하는 제도나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주변의 다른 학생들이 방관자가 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학기당 1회 실시하기로 되어 있는 학교 폭력 예방교육이나 국가차원의 학폭 예방프로그램인 어울림 프로그램에도 학교 폭력을 목격했을 경우 대처법에 대해 나와 있습니다. 교육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거죠. 당위적인 내용으로 일회적이고 형식적 교육으로는 변화를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별도의 방관자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 보다는 일상적인 생활교육의 빈도와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핀란드의 사례처럼 예방 교육(활동)을 일상적으로 진행하고 실제로 또래들이 서로 간의 갈등을 직접 드러내고 조정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현실과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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