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6 20:05최종 업데이트 23.06.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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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심의를 학교 안 자치위원회에서 학교 밖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로 이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슬로우뉴스>와 인터뷰에서 "학폭 업무를 다시 학교 안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학교 안에서 학폭 심의를 하던 시절엔 학교마다 생활부장이 기피 부서가 됐고 심의 결과를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교사들이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았다.

학폭 심의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한 지금은 과도한 사법화와 행정화가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와 교사가 배제되고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맞폭' 사건이 늘면서 변호사들의 대리 전쟁으로 변질됐다. "법률화의 딜레마"라는 표현도 썼다. "대학 입시에 연계해서 징계 효과를 높인다는 이 발상은 잘못됐다"고도 했다.


조 교육감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면서도 몇 가지 해법을 제안했다.

첫째, 학교폭력의 유형과 양상을 세분화하고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범죄로 다뤄야 할 폭력과 일상적인 갈등과 충돌을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책상에 머리를 300번이나 찍게 만드는 사건과 놀이터에서 놀다가 부딪힌 사건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둘째, 무조건 학폭위로 들고 갈 게 아니라 교육적 해결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차적으로 학교 안에서 해결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다음 단계로 가게 하자는 제안이다.

셋째, 학부모의 화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 서울 북부교육청에서는 학부모 화해조정관이라는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일단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들은 섣불리 개입하기 어렵지만 학부모들이 양쪽 의견을 듣고 조율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다. 단호한 처벌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문제의 해결이다.

넷째, 교사의 재량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11년 전 서울시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학폭의 사법화 경향이 심화되면서 교사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줄어들었다. 조 교육감은 "교사는 최대의 교육적 개입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교사의 교육 활동권과 지도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진행했다. 아래는 조희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 슬로우뉴스

   
- '학교폭력'이라는 용어가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합니다. 학폭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조폭보다도 더 심한 진짜 범죄적인 행위도 있고 아주 단순한 다툼도 있습니다. 따돌림과 괴롭힘도 일상적이고요. 이런 다양한 학폭의 얼굴은 학생의 성장 발달 단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는 겁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의 학폭과 중학교, 그리고 성인이 돼 가는 고등학교에서의 학폭의 양상이 모두 다른데 이걸 지금 하나로 놓고 접근하기 때문에 우리가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 학폭 이슈가 사법화하는 경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변호사들 시장이 됐습니다.


"2011년 대구 사건 이후 2012년 학폭 대책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거죠. 이게 의도하지 않았던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또 법을 고치고, 고치고 하면서 누더기가 됐습니다. 어떻게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서 해결해야 할까, 이게 이제 우리 시대의 난제 중 하나죠."

- 드라마 <더 글로리>와 정순신 아들 사건 이후에 나온 4.12 대책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학교폭력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는 굉장히 극단적이고 심각한 사례가 강조됩니다. 그러니까 사회적 분노가 끓어오르는 거예요. 그러면서 엄벌주의로 가게 되고 그 방향으로 자꾸 법을 강화하는 겁니다.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겠지만 실제로 처벌을 당하는 학생과 가족 입장에서 보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모든 인맥과 경제력을 동원해서 사법적 처벌을 우회하고, 회피해야 하니까 소송 남발로 이어지고요. 그 과정에서 잘 사는 부모들은 어떻게든 좋은 변호사를 써서 빠져나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오히려 더 문제가 생기는 이런 악순환이 생겨나는 거 같아요."

- <슬로우뉴스>는 학폭의 범주를 세 가지로 구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첫째, 형사적으로 처벌해야 할 폭력은 따로 구분해서 범죄로 다루고요. 둘째, 일상적인 갈등과 다툼은 교사의 재량에 맡기고요. 셋째,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괴롭힘과 따돌림은 불링(괴롭힘; 따돌림; bulllying)으로 분류해서 대응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학교폭력 유형과 양상을 구분하자는 제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학폭 사건에 주목할 때는 심각한 사안만 보니까요. 명확하게 범죄인 것과 범죄가 아닌 것을 구분해야 하고요. 과거에는 공동체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들이 지금은 처벌을 하느냐 마느냐 대학을 보내느냐 못 보내느냐를 두고 온 가족의 전쟁이 시작되는 거죠."

- 학폭이 입시와 연계되면서 학폭예방법이 처벌의 성격으로 변질됐죠. 엄벌이 필요한 사안이 있겠지만 애초의 취지에서 멀리 와 버린 느낌입니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고요.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기자고 했던 건 예방적 경고 차원이었습니다. '야, 너 기록에 남겨서 입시에 반영할 테니까 끝까지 불이익을 봐라', 이런 의미가 아니었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모든 문제가 대학 입시에 연관되는 순간 한 개인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 돼버려요. 그러니까 학교폭력으로 기록 돼? 대학 입시 영향을 미쳐? 그러면 이거 이제 완전히 전쟁이 되는 거죠."

- 4.12 대책 이후 엄벌주의 기조가 더욱 강화됐고요.

"정순신 사건 이후 교육적 접근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미온적인 태도로 보여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대학 입시에 연계해서 징계 효과를 높인다는 이 발상은 잘못된 것 같아요. 학폭위 조치가 1호부터 9호가 있지만, 지금도 6호 이상의 비교적 심각한 조치만 기재되고, 그것도 심의를 거쳐 6호와 7호는 삭제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제도는 나름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는데, 4.12 대책에서 이걸 더 강화시켰죠. 이것도 소송을 양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 애초에 문제의 정의가 잘못됐으니 해법이 정교하지 않은 것이죠. 다들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의 성장 단계별로 징계의 수위를 나누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1차적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그 이후로 나눌 수가 있고, 14세 미만 중학교 1~2학년까지의 시기와 그 이후 시기가 또 다르죠.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거고요.

그리고 학폭의 유형에 따라 낮은 수준의 학폭과 심각한 수준의 학폭을 나눌 수 있겠죠. 성장 단계와 학폭의 경중에 따라 나누면 4개에서 6개 정도 범주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범주에 따라 좀 다른 접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1단계) 초등학교 1~3학년까지는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는 가벼운 수준의 학교폭력과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을 나누면 좋겠다. (2단계) 그래서 이 가벼운 수준의 학교폭력은 기본적으로 교육적 해법을 우선으로 하고, 사법적인 해법을 병행하는 방법을 취하고요. (3단계)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은 단호하게 처벌하되 교육적 해결을 병행하는 이런 식의 접근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면 일단 세 단계가 될 것 같습니다."

- 각각의 단계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겠네요.

"일단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면 학폭위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은 일단 신고가 되면 교육지원청 학폭위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건, 학교 수준에서나 교육지역청 수준에서도 교육적 해결의 어떤 법적 공간, 제도적 공간을 좀 넓히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경미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교육적 해결의 제도적 권한을 넓히자는 거죠.

그런데 지금 학폭법 체계에서는 피해자를 우선한다는 취지에서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교육적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선생님이나 교육자들이 포함된 지역청 수준에서도 이걸 교육적 해결이 더 우선이면 좋겠다고 판단할 수 있는, 공간을 좀 넓혀야 되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죠."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 슬로우뉴스

 
- 말씀하신대로 지금은 피해자가 원하면 무조건 학폭위로 가져가게 돼 있습니다. 교사들도 나중에 소송에 휘말리거나 아니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오히려 학폭위로 가라고 떠미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학폭위가 일종의 사법행정 체계의 일부처럼 작동을 하니까요. 법률 전문가가 아닌 학교 구성원이나 교사들이 완벽할 수가 없어요. 변호사를 내세우면 얼마든지 절차적 흠결을 발견해 낼 수가 있으니까요. 그러면 뒤집혀 버리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섣불리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죠.

그래서 일단 초등학교 저학년을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빼자는 거고 이 경우에도 심각한 경우 따로 대응하면 되겠죠.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는 빼더라도 선도위원회에서 다룰 때 좀 더 강화된 조치를 한다거나 아니면 선도위 결정에 따라 학폭법을 적용한다거나 여러가지 보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더 글로리>와 정순신 사건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다들 더욱 강력한 처벌을 외치고 있죠.

"법률화의 딜레마입니다. 극단적인 사건에 의해서 촉발되는 엄벌주의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성적으로 보면서 본질적인 문제의식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수준의 학교 폭력에 교육적 해법을 우선하는 접근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그러려면 담임 교사나 학교장이 판단을 해야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학교나 교육지역청 수준에서 교육적 해결의 공간과 권한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굉장히 절차적으로 접근하면서 가능하면 직접 개입하지 않고 교육지원청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 슬로우뉴스 기사에서 '학폭위로 가는 컨베이어 벨트'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일단 올려 놓으면 책임을 피할 수 있고 어떻게든 결과가 나오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건 학교 안에 학교폭력과 관련된 학부모의 화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거죠. 물건 살 때요, 옆집 아줌마나 아저씨가 슬쩍 한 얘기에 더 솔깃하게 돼요. 그렇잖아요? 북부교육지원청에서 학부모 화해중재관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학부모들이 서로 화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요.

최소한 화해중재관이 파견된 학교에서는 수평적으로, 그러니까 학폭 발생 초기 국면에서 준거 집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학폭 초기에 이 사안을 소송으로 들고 가느냐, 화해적 해결을 하느냐는 정말 백지 한 장 차이입니다. 여기에 감정 싸움까지 끼어들게 되죠."

- 취재를 해보니 가해학생 부모가 피해학생 부모를 만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가해학생 부모가 피해학생 부모를 만나서 선처를 부탁하거나 화해 요청을 하면 그게 또 2차 가해로 오해되거나 징계에 가중 사유가 될 수 있죠."

- 학부모 화해중재관은 성과가 있나요?

"지금 연수에 들어갔어요. 연수에 들어가서 학교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일정한 사법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그다음에 학폭을 교육적으로 사회적으로 풀 수 있는 마인드 이런 게 있어야 되는 거죠.

화해중재관을 육성해서 이 제도가 잘 운용되면, 이상적으로는 학부모 화해조정관이 모든 학교에 한 명씩 있어서 학폭이 발생했을 때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 부모가 조언을 구하는 준거집단의 역할을 좀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 그렇게 하면 일정 부분 학폭법으로 다루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교육적 해결이라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학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문제도 크고, 학교가 학부모 사이에 어떤 중재 역할을 못하는 역량 부족의 문제도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상당한 위기의식이 있어요. 지금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공존의 교육과 공존의 사회도 그런 맥락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죠. 일단 교사의 역할이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적 지도 역량과 생활교육 지도 역량의 관점에서 보면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전달할까 이런 관점이 주된 관점이었다면, 지금은 학교폭력을 다룬다든지 관계 회복을 한다든지 생활 지도를 한다든지 이런 부분들, 아이들의 심리적, 정서적 결손을 어떻게 지도하느냐 하는 역량이 이제 더 교사에게 중요한 거죠.

아이들의 주체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지식 탐구를 위한 환경 설계자 역할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교육 콘텐츠들을 어떻게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이 중요하니까요. 그러니까 교사의 역할이 당대의 기술적 사회적 환경 때문에 달라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교사의 재량과 권한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학교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100%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교사의 재량권일 수도 있고, 교권일 수도 있고, 교사의 교육 활동권이고, 이런 것을 훨씬 더 두텁게 보호해야 되는 절박한 시대로 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행정하면서 보면 이런 거예요. 공무원들이 보신주의나 소극 행정에 빠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왜냐하면 요만한 잘못만 해도 난리가 나요. 그리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육청은 뭘 하고 있느냐고 비판해요. 그러면 우리 교육청은 시늉이라도 해야 돼요. 이런 악순환에 빠지면요. 공무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교사도 계속 이런 사건이 쌓이면서 위축되는 거죠.

학폭 사건도 마찬가지예요. 학부모들 항의하죠. 또 나중에 소송전 휘말리죠. 교육지원청이 법률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지만, 결국 교사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죠. 그러면 결국 개입하지 않고 다른 데로 보내게 됩니다. 불개입주의가 현재로선 가장 최선의 방책인 거예요. 하지만 저는 어떤 의미에서 교사는 최대의 교육적 개입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대의 교육 불개입주의자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 있죠."

- 교권과 학생인권이 충돌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가 2014년 교육감이 될 때만 하더라도 교사보다는 약자로서의 학생의 권한을 어떻게 더 강화할 거냐는 문제가 더 시급했어요. 학생 인권도 그 맥락에서 나왔고요. 학부모도 완전히 애 맡겨놓은 죄인 같은 상황이었죠. 그랬던 학부모들을 어떻게 당당한 참여자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일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제 지금은 시계추가 정반대로 왔어요. 학생의 권리도 보장돼야 하고, 학부모 참여권도 보장돼야 하지만, 지금은 학부모들의 참여권이 너무 과잉되는 거예요. 화나면 바로 교실에 쫓아 올라가요. 이제 시계추가 반대 방향으로 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얘기대로 교사의 재량과 권한을 좀 강화해서 교육적 판단, 교육적 개입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혹시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 좀 두터운 보호, 이렇게 가야만 이 문제가 좀 해결되지 않을 싶습니다."

- 교사들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동학대 문제입니다. 교사로서는 일정한 교육적 해결을 위해서 개입하고 지도했는데 학부모들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는 안을 발의했죠.

"교권 추락의 원인이자 원흉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해서 폐지안을 발의한 건데요. 교권과 학생인권이 서로 충돌하는 게 아니죠. 시 의회의 인과관계 판단이 잘못된 거라고 봅니다.

저는 병행론을 주장합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학생 인권은 인권대로 철저하게 보장하면서 동시에 병행해서 교사의 교육 활동권과 지도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이렇게 교육활동보호조례를 만들어서 제출해 놓은 상태고요.

교육부에서도 교육활동 지도, 교권 보호 조항들을 확대해서 최근에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이 명문화됐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지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져 가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에서 학생권을 보장하면서도 그것의 과잉을 막고 그와 함께 병행해서 교사의 교권을 충분히 강화해야 합니다."

- 학폭위를 다시 학교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학교 문제를 왜 학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들고 가느냐는 문제 의식인데요.

"다시 학교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 폭동이 날 거다, 그런 생각이 들고요. 사실 학폭위를 (학교 안 자치위원회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것은 제가 주도했습니다. 저희가 2019년부터 11개 교육지원청에 학교통합지원센터를 만들어서 거기서 모델을 만들고, 그걸 법으로 만들어서 176개의 교육지원청으로 심의를 이관했는데요.

당시에는 어땠었냐면요. 생활부장이 모든 교사들의 기피부장이었어요. 생활부장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교사들이 어떤 소망을 갖고 있었냐면 학폭 관리 업무만 학교에서 빼주면 내가 정말 교육할 만하다, 그렇게 교사들이 하소연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가끔 선생님들 만나면 제가 그래서 학폭위 이관했는데, 지금은 행복하세요? 이렇게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시 교사들은 부담과 심리적 압박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학폭위를 학교로부터 떼어내는 작업을 제가 주도했었고, 그 점에서는 이제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있는 거죠."

- 새로운 문제라면요.

"심의를 포함한 징계 권한과 교육적 해결 권한이 교육지원청과 학교로 분리되다 보니까 학폭 문제의 종합적 해결을 가로막는 부분이 좀 있고요. 그 다음에 교사로서 또는 학교장이나 학교 구성원으로서 아이를 대하는 것하고 교육지원청 제3자로 학생을 대하는 건 다를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학폭위 심의의 객관화가 가져오는 또 다른 또 문제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과거로는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이제 지금 단계에서 이 제도 틀 내에서 좀 보완할 것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게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제도적으로 어떤 보완이 가능할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령을 구분하고 경중에 따라 다르게 접근한다는 걸 전제로 상상을 해본다면요. 학폭위에서는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면서 교육적으로 해결해 보라고 요청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건 제도 설계를 해봐야 되고, 법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죠. 그런 새로운 발상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은 이런 발상은 지금 여기서 처음 말하는 겁니다."

- 지금도 학교장 자체 해결 비율이 꽤 되더라고요.

"한 60% 정도 됩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선진국이 되면서 문제의 양상이 선진국형으로 달라졌습니다. 문제가 달라지는 거지 문제가 제거되거나 소멸되지는 않는 거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요. 지금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식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는 없는 거죠."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 슬로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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