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부석사 관음보살불상, 길 위에서 길을 잃다.

부석사 관음불상 반환, 역사속에서 길을 찾자

검토 완료

최장문(treet)등록 2023.06.09 09:13
서산 도비산 중턱에 이르면 부석사 입구임을 알리는 일주문이 있다. '도비산 부석사'란 한자어는 글자 뜻과 같이 새가 나는 듯한 모양새다. 그 멋드러진 현판 아래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다.
  

부석사 일주문 일주문 기둥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최장문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 좌상, 제자리 봉안을 간절히 발원합니다."
  

부석사 일주문 현수막 약탈당했던 부석사 금동관음불상 제자리 찾기를 간절히 발한다는 현수막 내용이다. ⓒ 최장문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출처_ 문화재청) ⓒ 최장문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2012년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문화재 절도범들이 관세음보살 불상을 홈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불상을 비밀리에 팔려다가 붙잡혔고, 불상은 국가에 압수되었다. 이후 서산 부석사 측은 관음보살불상이 고려말 서산 부석사에서 약탈당한 것임을 지적하며 부석사로의 이양을 주장했다. 일본 대마도 관음사 측은 한국 절도범들에 의해 도난당한 관음보살불상을 되찾아 가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관음불상의 소유권을 두고 두 사찰 측의 소송이 벌어져, 그것이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017년, 대전 지방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관음불상을 서산 부석사에 반환하라는 판결이었다. 근거로는 1330년 서산 지역 신도 32명이 시주해 서산 부석사에 관음보살좌상을 봉안했다는 것과 고려말 왜구가 서산에 침범했다는 기록이 5번 나온다는 것, 불상이 좌상이면 반드시 대좌(불상이 깔고 앉는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대마도 관음사에는 대좌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본 대마도 측은 항소했다. 2023년 재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부석사 관음불상을 대마도 측에 돌려주라는 판결이다. 근거로는 조선 중기 이후 서산 부석사에 대한 자료, 상량문에 기록된 1330년대 존재했던 서주 부석사와 현재 서산 부석사의 동일성, 연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결이다. 서산 부석사 측은 대법법원에 항소했다. 재판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길 위에서 길을 잃었다.
 

부석사 경내 도비산 자락에 천수만 바라보고 있는 부석사는 산과 바다를 품은 절이다 ⓒ 최장문

 
세상일이 다 법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살다보면 역사의 지혜가 필요하다. 문화재 반환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있었다. 병인양요(1860)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 297권은 145년이 지난 2011년에 돌아왔다. 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KTX(한국 고속 철도)의 모델로 프랑스 TGB(떼제베) 선정과 관련하여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미테랑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프랑스 정부는 현재 정부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 후 20여년 간 반환 협상을 벌였고, 결국 5년 마다 갱신하는 임대 형식으로 2011년 반환되었다.
 

프랑스 외규장각 반환(2011년) 출처_ KBS뉴스 ⓒ 최장문

 
일본의 사례로는 임진왜란 북관대첩비가 있다. 임진왜란 때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가토 기요마사는 2만 여명의 정규군을 이끌고 북쪽의 관문이라 일컫는 함경북도 길주를 침략했다. 이때 정문부는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과 싸웠다. 결과는 이토 정규군의 대패였다. 함경북도 백성들은 이 승리를 기념하는 북관대첩비를 세웠다. 러일전쟁(1905) 중에 일본이 이 비를 발견하고는 일본의 수치라 생각하여 일본으로 가져가 야스쿠니 신사에 쳐박아 놓았다. 그리고 2005년도에 반환되었다. 100년 만의 귀환이었다. 불교계와 시민단체의 정성스런 노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이 힘을 모으고, 되찾은 북관대첩비를 북한에 넘겨주면서 2007년 남북정상 회담으로 이어졌다.
 
역사는 양날의 칼이다. 짐이 될 수도 있고, 힘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관심에 따라 달라진다. 북관대첩비 반환 이야기는 부석사 관음불상을 둘러싼 한일 사찰 간의 소유권분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관대첩비 복원이 완료된 북한 북관대첩비(좌),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놓여 있었던 북관대첩비(우). 출처_ 문화재청 ⓒ 최장문

 
덧붙이는 글 서산 시청 시민리포터에도 송부되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