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에서 일어난 공권력 충돌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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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영(u1i1)등록 2023.06.19 12:07

  1957년 9월, 미국 아칸소주에서 주 방위군과 연방군이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내전 상황도 아니었고 폭동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시대적으로 혐오와 핍박의 대상이던 소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민들은 그들을 모욕하고, 물리력을 행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요사태를 대비해 주지사는 주방위군을 동원했다. 아홉 명. 고작 아홉 명의 사회적으로 미움받는 십 대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공수사단을 보내며 남북전쟁 이후 처음으로 주 방위군과 국가 연방군이 맞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주지사의 판단은 옳았다. 아홉 명을 향해 시위대는 거칠게 움직였다. 주지사로서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폭동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 공권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주지사가 공권력을 동원해 한 일은, 위협적인 군중으로부터 아홉 명의 십 대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소란의 원인이 되는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는 일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에 등교하려던 '아홉 명의 흑인' 고등학생들과 이들을 교문 앞에서 저지한 주 방위군.  '리틀록 나인' 사건이다.

-주지사와 대통령의 서로 다른 공권력 집행 
 미국은 50개의 나라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큰 연합국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각 주의 정부와 주지사, 주법이 존중된다. 다수 남부 주들에서는 거의 100년간 이어져온 짐 크로우법(Jim Crow Laws)이 있었다. 흑인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이 흑백 분리법에 주민들은 길들여져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주법도 연방법 위에 있지 못한다.  짐 크로우법(Jim Crow Laws)과 이전 판례를 뒤집고 공립학교에서의 인종 분리 교육은 위법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학교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흑인 학생들의 입학을 허가했다.  주민들은 물론 주지사도 거세게 반발했다. 주 방위군은 교문을 막아섰고, 시위대는 그들을 에워쌌다. 
 대통령 령으로 주방위군이 철수하고 연방군인 공수부대원이 '리틀록 나인'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아칸소 주지사가 대법원의 흑백 분리법 위헌 결정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는데 충분한 법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행정부 수반으로 대법원과 학교 이사회의 결정을 따라 주민이자 시민인 아홉명의 등교를 지켜주었던 이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다. 

-관대함과 박정함의 기준
 한국에서도 이슬람과 동성애는 예민한 문제이다. 종종 혐오라는 글자가 따라붙는다. 지난 17일, 대구에서는 경찰과 행정 공무원이 충돌 하는 일이 발생했다. 퀴어 문화축제 때문이었다. 
이전부터 홍준표 시장은 종교에는 관대한 반면 동성애에는 공공연히 거부감을 드러낸 강성 반대론자였다.  경남 도지사 시절에는 본인의 신념을 도정에 적극 반영한 소신행정가였다. 대구시장으로 당선된 후, 신천지 집회와 이슬람 사원 건축에  관대한 태도를 보인 것이나, 퀴어 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것은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혹자는 학생의 등교 문제와 공공장소에서 보기 민망한 퀴어축제를 어떻게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1950년대 미국 남부 지방에서 흑인은, 존재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자 폭력의 대상이었다. 학생들의 교육권도 위협받는데 일상은 어떠했겠는가. 적어도 혐오의 대상이자 가까이 있는 공권력으로부터 적대시되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자의 성향이 아니라, 법리를 따라 행정을 집행하는 것. 법치주의이다. 
 대구 시 측은 시 측대로, 경찰청 측은 경찰 측대로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법적 판단을 달리했다. 양측에 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경찰 측은 '동성애를 찬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법이 정한 '집회의 자유' 범주에서 판단해 움직였다면, 시 측은 '동성애를 반대'하기 때문에 '불법 도로 점거 시위'라고 법리적 주장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수 시민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10만 신천지 집회를 허용했다. 다수 시민의 거부감과 행복권은 두고 소수 외국인의 종교적 자유를 지지했다. 시장을 포함한 다수 시민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퀴어 축제에 행정 대집행을 진행해 초유의 공권력 충돌 사태가 벌어졌다. 관대함과 박정함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법치에 있는 것이 맞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슬람과 동성애는 공히 예민한 주제이다. 개개인의 이해와 수용 편차가 크다.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가치관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단체장의 역할은 사안마다 시민들을 이분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해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양측의 권익을 공익으로 전환시킬 해안과 의지가 필요한 시기, 초유의 공권력 충돌이 일어난 대구시의 다음 과정을 주목해 본다. 

-덧붙임
 흑인 분장을 하고 흑인을 비하하며 웃음의 소재로 삼던 쇼에서 이름을 따온 짐 크로우법(Jim Crow Laws)은 미국 남부의 뿌리 깊은 흑백 분리법이었다. 1954년, 대법원이 공립학교의 인종 차별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하면서 흑인 학생들도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다.  1964년 시민권 법(Civil Right Act)이 제정되면서 짐 크로우법(Jim Crow Laws)은 영구히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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