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다큐멘터리 통해 문화공정하는 中, 출연진엔 'KPOP 아이돌'

KPOP 아이돌 출신 연예인이 문화공정 동참…세계적인 파급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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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담(sodam052)등록 2023.06.20 09:18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 이게 '중국의 스트리트 댄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이게 바로 중국의 스트리트 댄스지."

중국 동영상 플랫폼 유쿠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 '저취시가무(这!就是街舞)'가 문화공정으로 논란이 되었다. 지난 2020년 9월 19일에 방영된 시즌3 10화에서 한 댄스팀이 '아리랑'에 맞춰 무대를 꾸몄다. 아이돌 엑소의 멤버 '장이씽'이 이끄는 댄스팀은 민족무용과 스트리트 댄스의 결합을 주제로 한 경연에서 '조선족'의 무용을 택했다. 그들은 한복을 착용하고 부채춤을 선보였다.
 

?댄스팀이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 유쿠

  
무대를 본 심사위원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심사위원 대부분은 K-POP 아이돌 출신 연예인이었다. 아이돌 유니크 출신 '왕이보'와 엑소의 '장이씽', 그리고 MBC '나혼자산다' 등에도 출연하며 인기를 끈 '헨리'가 출연했다. 장이씽은 "우리 팀 춤이 정말 좋았다. 조선족 춤은 스트리트 댄스와 어우러지기 힘든데 잘 조화시켰다."라며 무대를 칭찬했다. 저취시가무의 문화공정 문제는 한 차례 더 발생했다. 2021년에 방영된 시즌4 11화에서는 한 댄스팀이 한복을 입고 '흥보가'에 맞춰 춤을 춰 논란이 되었다.
 

?심사위원 장이씽이 무대가 끝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유쿠

 

2011년 중국은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추진했고, 2012년 12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발표되었다. 부채춤은 무용가 김백봉이 1956년에 창작한 우리나라의 신무용이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무용을 '조선족의 문화'로 표현하는 것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


'6.25 전쟁' 아니라 '항미원조전쟁', 영화·다큐멘터리까지 만든 중국
중국에서는 '6.25 전쟁'을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战争)'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운 전쟁'이라는 의미다. 지난 2020년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항미원조전쟁' 70주년 기념 영화 '금강천(金剛川)'이 개봉했다. 영화는 전쟁 당시 금강천에서 있었던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같은 해에 다큐멘터리 '치경항미원조영웅(致敬抗美援朝英雄)'도 제작되었다. 저취시가무의 방영 이후 논란이 된 왕이보가 주제가 '열혈금조(热血今朝)'를 부른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 다시 논란이 되었다.
 

?왕이보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긴 '열혈금조'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 텐센트 비디오 CCTV4 채널

 
2002년, 중국은 국경 내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자국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인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이하 동북공정)'을 실시했다. 동북공정은 2007년에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 왜곡과 문화 예속화 시도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리랑이나 6.25 전쟁 외에도 한복, 김치, 삼겹살 등이 그 희생자다.

문화재청은 이 사안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문화유산이 될 만한 후보의 목록을 확보하고 관련 자료를 정리해 문화재로 등록하는 절차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김혜정 위원은 "중국은 조선족이 자국의 소수민족이라는 점을 악용해 한국의 전통문화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행위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모두 그 속셈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등재를 막을 구실을 찾지 못해 그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우리 문화를 챙겨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KPOP 아이돌' 중심으로 더 센 파급력 가지는 문화공정, 대응 방안은?
중국의 이른바 문화공정과 역사 왜곡은 KPOP 아이돌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들은 대개 우리나라에서 데뷔해 아이돌로 활동한 적 있는 중국 국적 혹은 중국계 연예인이다. 현재는 중국 연예계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김연수 문화평론가는 "지금은 각국이 이른바 '문화전쟁'을 벌이는 시대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면 그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는 KPOP 아이돌이 문화공정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한 동해의 표기가 '일본해'로 굳어진 점을 언급하며, "우리 땅이니까, 우리 문화니까 등의 안일한 태도는 위험하다. 학계, 정부, 시민단체를 포함한 범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일명 '월드클래스' 아이돌과 배우를 내세워 문화공정을 바로잡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그런 활동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인의 피해를 보상하고 명예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혜정 위원도 '라면'의 사례를 언급하며 다른 나라의 문화라도 우리가 응용, 발전시킬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문화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화공정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문화공정과 역사 왜곡, 그리고 KPOP 아이돌의 출연은 충분히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국가기관과 전문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은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또한 우리나라 미디어에서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콘텐츠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맞불 정책'이 유효할지도 모른다. 한류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가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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