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한 명도 힘든데 세 명이나…" 보육교사 처우 개선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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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donghan_baby)등록 2023.06.26 10:31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년 동안 저출생의 여파로 원생을 채우지 못한 어린이집이 대거 문을 닫고 있으며 해고되는 보육교사의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전국 어린이집 수는 2018년 3만 9,171곳에서 지난해 3만 923곳으로 감소해 4년 동안 20% 이상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보육교사의 수 또한 8,700여 명 감소했다. 보육교사에 대한 어두운 전망과 더불어 업무량 대비 낮은 임금 등의 열악한 처우는 보육교사들이 교육 현장을 떠나게 했으며 이로 인해 교육의 질이 낮아질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1명 당 아동 수 어린이집 보육교사 1명 당 아동 수 ⓒ 서울특별시

 
보육교사들은 처우 개선을 위해 우선 현행 교사 대 아동 비율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유아보육법에서는 교사 1명당 최대로 맡을 수 있는 영유아 수를 ▲만 0세 반 3명 ▲만 1세 반 5명 ▲만 2세 반 7명 ▲만 3세 반 15명 ▲만 4세 반 이상 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인건비 문제 등의 이유로 법정 최대치의 원생을 받아 보육교사의 업무 강도가 높을뿐더러 보육의 질이 낮아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하면 교사 1명 당 아동 6명을 더 보육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만 0세 반을 맡고 있는 19년 차 어린이집 교사 남고은(40, 여)씨는 '만 0세의 경우 한 명을 온전히 돌보기도 힘든데 세 명을 동시에 돌보려 하니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다'며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사 한 명이 맡는 아이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 씨는 "소방 대피 훈련을 하면 아이 세 명을 동시에 안고 밖으로 뛰어야 해 상당히 힘들었다"며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이지 않을 경우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했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영유아보육법의 시행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서울시는 자체 예산을 들여 지난 2021년부터 일부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0세 반은 교사 1명이 맡는 아동의 수를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만 3세 반은 기존 15명에서 10명 이하로 비율을 축소해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영유아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만 0세와 만 3세 반 보육교사의 업무 강도가 가장 높다'는 교육계의 여론을 수렴해 해당 연령의 반 400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2025년까지 1,000개 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덧붙였다.
 

2023년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 2023년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 ⓒ 보건복지부

 
또한 보육교사의 급여 현실화 문제도 거론된다. 어린이집은 ▲국공립어린이집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법인·단체등어린이집 ▲직장어린이집 ▲가정어린이집 ▲협동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등 7가지로 나뉜다. 국공립어린이집과 법인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원기준'에 따른 보수를 교사에게 지급하며 직장어린이집의 경우에도 동 지급기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보육교사는 법적으로 공무원 신분이 아니지만, 급여에 있어서는 속한 기관에 따라 소위 '박봉'인 정부의 지급 기준을 적용받기에 이를 두고 교사들의 불만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 보육교사는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은 교사에게 해당 연도의 법정 최저시급 이상을 지급하기만 하면 된다. 명목상으로는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를 지급하게 되어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근속 연수와 상관 없이 최저시급으로 통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경력 3년 차 교사와 경력 15년 차 교사가 같은 급여를 받는 상황도 발생한다. 물론 지자체별로 처우 개선비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긴 하나 사업장의 규모와 노동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울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기사와 관련 없음. 서울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기사와 관련 없음. ⓒ 이동한

 
한편 보육교사의 업무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근로기준법상 8시간을 일했을 경우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는데,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의 특성상 상황에 따라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육교사들이 모여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들의 낮잠 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거나, 휴게시간에도 서류 업무를 한다는 교사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년 차 교사 A씨는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솔직히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며 "업무가 끝난 이후에도 학부모의 연락으로 인해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몇몇 보육교사는 업무시간 이후에도 학부모로부터 각종 연락을 받는 등 퇴근 이후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육교사들은 일을 하다 보면 교사라는 지위를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한다.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어린이집을 30년 가까이 운영했지만, 요즘은 아이 팔만 잡아도 아동학대라고 항의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며 "아이들을 제재할 실질적인 수단이 없어 교육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B씨는 "많은 보육교사가 아이들만 바라보고 사명감으로 일하는데, 언론에는 아동학대 등 보육교사의 어두운 면만 비춰지는 게 안타깝다'며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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