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대화에 작은 의미 담기

초등 자녀 교육

검토 완료

홍병진(lessence)등록 2023.06.28 11:45
책을 읽다 보면 유독 생각이 멈추고 곱씹게 되는 문장을 만난다. 때론 지혜를, 때론 용기를, 때론 인생의 전환점을 만나기도 한다. 대체로 이런 문장은 힘이 넘치고, 일반적이지 않거나, 살짝 꼬여있는 표현들이다. 소설, 시, 에세이 등 여러 장르에서 이런 문장을 만날 수 있다.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 joe

 
짐승의 표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이
모닥불 곁에 모여 서서
모음으로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발췌 : 빌리 콜린스 [첫 꿈]

짧은 문장이다. 아마도 나라면 그저 말이 서툰 원시시대. 그래서 오우아워 이런 식으로만 말할 때. 뭐 이렇게 말할 문장인데,,, 이런 표현 멋지다. 이런 멋짐을 아이와 함께할 방법은 없을까. 나는 문장을 아름답게 만드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니, 그저 일상의 대화에 작고 재미난 표현 하나는 덧붙일 수 있겠다. 그래서 아이와의 대화에 종종 이런 말만들기, 말꼬으기, 엉뚱하게 갖다 붙이기 등의 놀이를 자주 시도한다.

얼마 전부터 거실에 있는 뻐꾸기시계가 말썽이다. 저녁 늦은 시간부터 새벽시간에는 원래 뻐꾸기는 '울어서도 안되고,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가 커서도 안된다' 새벽에 우는 뻐꾸기는 반갑지 않으니까. 그런데 거실 시계가 말썽을 부린다. 새벽에 잠을 깨우는 태엽 소리. 그래서 아이와 시계 설명서를 다시 보며 몇 번을 따라 해도. 소리가 계속된다. 시계를 버릴까 생각하던 차에 건전지가 세 개나 들어있는 것에 관심이 간다. 이 녀석이 뻐꾸기 밥이구나. 그래서 시계만 살리고, 뻐꾸기는 죽인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나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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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노력, 생각) 보다 빼기가
오히려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하네. 회사에서도 그래
회사에서도 리더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게 이런 빼기야
우리 아들은 뭘 빼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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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게임을 3-4시간 함께하고, 동네 공원에 산책을 간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산책은 게임만 못하다. 그래서 아빠 한 바퀴만 돌고 가자고 말한다. 뭐 결국 한 바퀴 돌고. 엄마가 좋아하는 빵 몇 개 사고는 돌아왔다. 그런데 산책하면서 말 하나를 또 던진다. 별거 아닌 말에 웃음과 감수성이란 단어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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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사람이면 좀 아쉽겠다.
오랜만에 상쾌한 공기 좀 쏘이나 기대했을 텐데
무슨 옷이 서운해~~ 아빠 감수성이 이렇게 풍부했어. 오늘 왜 그래 ㅋㅋ
아빤 호수 같은 사람이야. 왜 이래 ㅋㅋ
"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 David Mark

 
내가 좋아하는 아이와의 말놀이다. 일단 많이 대화하고,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때론 이렇게 뜬금없는 말들을 붙이고, 약간의 개념화를 시도한다. 나는 회사에서 이런 '글을 읽고하는 말놀이-개념화'가 향후 뜬금없는 순간, 업무에도, 살아가는데도 큰 힘이 됨을 느낀다. 아이도 그런 힘을 천천히 재밌게 놀이하며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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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표현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진다.
이 생각은 머릿속 어딘가를 둥둥 떠다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튀어나온다.
우린 그것을 창의, 참신, 센스, 스마트라는 단어로 읽고 있을지 모른다.
가볍게 일상의 대화를 살짝 꼬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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