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9 14:30최종 업데이트 23.07.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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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전범기업 사죄·배상을 요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판결금' 수령을 거부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시민 성금 모금에 동참을 제안하고 있다. ⓒ 유성호

 
일제 전범기업 사죄·배상을 요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판결금' 수령을 거부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5·광주광역시) 할머니와 이춘식(103·〃) 할아버지 등 4인을 위한 시민 성금 모금 활동이 시작됐다.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29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 모금'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시민 모금 활동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국회의원 강은미(정의당) 등이 국민에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들 단체는 제안문을 통해 "이제 당사자의 외로운 투쟁으로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역사 정의가 무너지고 헌정 질서가 훼손되는 처참한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며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함께 나서자"고 국민에 제안했다.

이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고, 인권과 역사정의를 함께 지키고,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굴욕해법에 맞서 일본이 사죄 배상하는 그날까지 함께 싸우자"고 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반성도, 사죄도 없는 일본 전범기업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매국적인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이 실행되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국민의 힘으로 윤석열 정권과 일제 전범기업 그리고 일본 정부에,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 없이는 결코 문제해결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아예 일본 정부의 국제 대변인 자처"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시민모금 제안… "일제 사죄·배상, 역사 정의 실현 동참해 달라" ⓒ 유성호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전범기업 사죄·배상을 요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판결금' 수령을 거부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시민 성금 모금에 동참을 제안하고 있다. ⓒ 유성호

 
'시민모임 독립'은 "이번 시민 모금은 또 다른 국채보상운동"이라며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며 일본의 사과와 직접 배상을 요구하는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와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국민과 국익을 대변해야 할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일본을 향한 구애와 구걸이 도를 넘는다 싶더니 이제는 아예 일본 정부의 국제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 조선총독부나 박정희 유신정권이 아니고서야 발생할 수 없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정부를 성토하며 모금 동참을 호소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행정안전부의 1365 기부포털에 따르면, 시민 모금 모집 주체는 광주광역시에 기반을 두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 회복 운동을 10여 년간 지속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다.

모금은 이날부터 시작하며 광복절을 닷새 앞둔 오는 8월 10일까지를 1차 기한으로, 최종적으로는 2024년 6월로 정했다. 이 기간 모금 목표액은 10억 원으로 정했다.

모금 주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모금 목적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1365 기부 포털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있는 투쟁을 지원하고 역사 정의를 지키는 시민활동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모금 활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공동대표(왼쪽 앞)가 지난 20일 오후 광주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양금덕(95) 할머니를 찾아 안부를 살핀 뒤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양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깜(감)이 못 된다. 대통령 옷 벗으라고 하세요. 국민이 싫어하는 대통령은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 김형호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리 신고한 모집 계획 및 사용 계획에 따르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모집 목표액 10억 원을 달성하면 이 가운데 8억 1000만 원을 피해자 지원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강제동원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문화행사와 대외 협력 사업에 향후 2년에 걸쳐 1억 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남은 9000만 원은 모금 행사, 자원봉사 운영, 홍보비 등 모집 비용에 사용한다고 신고했다.

모금 활동 개시에 앞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광주광역시를 찾아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를 잇따라 면담, 정부가 제시한 '판결금' 수령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재차 확인한 바 있다.

"국민에게 미안" 고개 떨군 강제동원 피해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광주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이춘식(103) 할아버지 자택을 찾아 건강을 기원했다. 박 공동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할아버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죠져야(호되게 때려야) 하는데 눈치만 보고, 일본하고 짝짜꿍 하고만 있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 김형호

 
이들 어르신은 지난 20일 광주광역시 자택을 찾은 박 공동대표 등 시민단체 대표자들 앞에서 "앞으로도 정부가 주는 돈을 받을 생각이 없다.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바란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그동안 흘린 눈물로 배 한 척을 띄우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죽기 전에 일본으로부터 사죄 한마디 듣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줄곧 밝혀왔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나 때문에 국민들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양금덕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44년 봄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됐다.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좋은 학교도 보내 준다"는 일본인 교장의 회유와 강요로 끌려갔다. 1945년 10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 제작소에서 굶주림과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으나 임금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1992년부터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전신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결성된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변호사들의 지원을 받아 2012년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시작했고, 2018년 11월 마침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일본에서 첫 소송을 제기한 지 26년 만에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위자료(손해배상) 채권을 확보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명령 이행을 거부하면서 확정 판결 이후 5년이 되도록 배상은커녕 사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1943년 이와테현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동원됐다. 일본에 가면 기술도 배울 수 있고 좋은 대우를 해 줄 것처럼 했지만, 죽도록 일하고도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굴욕해법 발표 강행 규탄 긴급 항의행동’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이 박진 외교부장관 발표에 맞춰 부부젤라를 불며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이 할아버지 역시 2018년 10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일본제철을 상대로 위자료 채권을 확보했으나 현재까지 사죄와 배상은 받지 못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일제 전범기업에 대한 위자료 채권 보유자인 이들은 법원의 배상 명령을 거부한 전범기업을 상대로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근거해 국내 자산 강제 매각(특별 현금화명령) 절차에 들어가 1, 2심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1년 이상 미뤄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6일 전범기업이 아닌 우리 기업 등 제 3자가 마련한 돈을 피해자들에 대신 지급하는 소위 제3자 변제 방안을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부 방안 제시 이후 양금덕 할머니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굶어 죽어도 그런 돈은 받을 수 없다"고 수차례 밝혔고, 이춘식 할아버지 역시 "정부가 일본 눈치나 보고 일본과 짝짜꿍이나 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정부 방안 수용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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