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6 18:25최종 업데이트 23.07.0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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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5.18 부상자동지회초대회장이 2020년 1월17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회원들과 함께 일본 외무성 앞에서 '금요행동 500회'를 응원한 모습. ⓒ 이지현

 
40년 전인 1983년의 일이다. 전두환 정권은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후 고민에 빠졌다. 하여 교묘하게 진행시킨 게 바로 5·18묘지 이장음모 획책 사건이다. 그들은 유가족의 친인척 공직자나 집안 어른들을 통해 회유 작전을 펼쳤다.

"아짐(아주머니). 슬프기는 하지만 인자 잊어불고 사시오."
"입장을 바꿔놓고 보소. 자네 같으면 울화통이 안 터지겠는가?"
"그러긴 헌디라. 이제 망월동으로 가지 말고 선산으로 옮기던가 하이시오."
"예끼. 탈골도 안 됐는디 그게 말이라고 헌가?"
"망월동은 물이 나와서 안 좋다고 헙디다. 그랑께 가까운 선산으로 옮겨서, 보고싶으면 가서 울고불고 허면 될 것 아니요?"
"자네는 양심도 없는가? 이장할 돈도 없네."
"제가 이장비와 위로금 1000만 원 정도를 마련해볼 것인께 생각해 보이시오. 예?"
"..........."



돌이켜보자.

1983년 당시 광주 동명동 기와집이 500여만 원 쯤 했다. 시골의 유가족들은 전답을 꽤 장만할 수 있으니 갈등에 휘말릴 수밖에. 당연히 5·18유가족과 결혼한 여동생집에 불화가 생겼고 내 여동생은 자살을 택했다. 뿐만아니다. 강경파와 온건파로 분열됐고 유혹에 빠진 26기가 울면서 망월동 묘역을 떠나고 말았다. 

광주는 또다시 분노와 슬픔의 도시가 됐다. 누가 광주를 여러 번 난도질 했을까? 총감독은 청와대, 광주 505보안대가 연출을 맡았다. 광주·전남 기업인과 언론사가 주연과 조연이 돼 '전남 지역개발협의회'라는 유령단체를 조직해 천인공노할 만행을 자행했다. 

비극은 대물림됐다.

아버지는 1943년 일본 오시카 후지나가다 조선소로 끌려가 1945년 10월에 귀국했다. 당숙과 집안 어르신뿐만 아니라 힘없는 백성들이 제물이 됐다. 당시 사망자에게는 약간의 보상이 있었으나 희생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를 비롯한 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과도 받지 못하고 떠났다.

억울함을 보상받기 위해 양금덕 할머니는 1992년 도쿄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종 기각됐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법부에 기대했다. 마침내 2018년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기쁨도 잠시, 건국 이래 최고로 훌륭한(?) 윤석열 정권이 등장했다. 그리고 일본기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명령을 묵살하고, 일본의 대변인처럼 군림하며 '제 3자 변제'라는 해괴망측한 해법을 강요했다.

이윽고 40년 전 전두환이 했던 것처럼 집요하게 회유하며 희생자 가족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몇 분들은 일본의 사죄와 명분 없는, '거지 같은 돈은 절대 안 받겠다'며 포효했다. 전범기업이 책임져야 할 일을 피해 당사국의 기업들에게 전가시킨 정권, 가해자인 일본에겐 면죄부를 주고 희생자들에겐 모욕감을 준 정권의 만행에 굴할 사람이 그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는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 유가족분들의 고귀한 민족혼을 계승하고, 자긍심을 회복하기로 결의하며 '역사정의 모금'에 동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다. 

백모님께서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2000만 원을 쾌척했고,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님은 금반지를 바쳤으며, 어떤 예술인은 악기를 팔아서 응원하겠다고 한다.

힘들 때마다 희망꽃을 피워준 국민들이 성원해준다면, 모금액 10억도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믿는다. 103세의 이춘식 어르신, 95세의 양금덕 할머니께 민족의 긍지를 찾아 드리자. 그렇다. 숭고한 넋을 살리자!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원고 4인을 응원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홍보물.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5.18 부상자동지회초대회장, 시인, 연극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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