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이 정말 내 폰으로 찍은 것 맞아?

서산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과 천상열차분야지도

검토 완료

최장문(treet)등록 2023.06.30 08:58
 

천체 망원경을 이용해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달 사진 ⓒ 최장문

   

과학관 옥상 관측체험실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고 있는 시민, 시계가 밤 8시 39분을 알려주고 있다. ⓒ 최장문

 
깜놀!
TV 영상에서만 보던 최첨단 망원경으로 찍은 달 모양이 내 핸드폰에도 그대로 찍혔다. 지난 4월, 서산 과학관 옥상 별자리 관측체험실에서 직접 찍은 사진이다. 서산 도비산 부석사에서 일몰을 보고 서산 시내로 가던 중 우연히 본 과학관이 있어 들어갔는데 이런 득템을 하다니...
 
과학관은 서산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이었다. 그럼 류방택은 누구이고? 서산에 이런 훌륭한 천문과학관이 왜 만들어졌을까?
 

서산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 최장문

  류방택은 고려말 조선초의 천문학자로 하늘을 기록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책임 제작한 서산의 과학자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의 독자적 별자리 지도로 국보 제228호, 100대 우리 민족문화 상징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만원짜리 지폐의 뒷면에 배경 사진으로 들어가 있고, 하늘에는 류방택별도 지정되었다.
 

만원 화폐 속 천상열차분야지도, 만원 화폐 뒷면의 바탕 그림이 되었다. ⓒ 최장문

  한국 천문연구원의 연구원이 발견한 소행성의 이름을 '류방택별'로 헌정하면서 밤하늘에 떠 있는 별 중의 한 개가 되었다. 국제 천문연맹 소행성 센터로부터 승인을 얻음으로써 2003년부터 우리가 발견하여 소행성 이름으로 등재된 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허준, 홍대용, 김정호에 이은 8번째 우리 선조 이름의 소행성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사단법인 류방택기념사업회는 땅을 기증하고,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과학재단, 충청남도와 서산시는 그 땅 위에 2009년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을 세웠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고구려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태조 4년(1395)에 처음 제작된 이 천문도는 1,467개의 별을 그 밝기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새겨 넣었다. 이 천문도는 천문학자 류방택의 계산에 기초해 권근과 서운관 직원 11명의 학자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태조 이성계 때 흑요석(黑曜石)에 새긴 것(국보 228호)과 숙종 때 대리석에 새긴 것(보물 837호)이 남아 전해지고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 최장문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천문도가 필요했다. 고려 왕조 계승에 의한 국가가 아닌, 조선이라는 새로운 국가이기 때문에 개국의 명분을 하늘로부터 부여받고자 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하늘의 별자리를 기록한 것으로 왕의 권위 상징성 및 천문 역법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권근에게서 잃어버린 고구려 천문도의 인본을 구한 태조는 즉시 조선의 천문도를 제작하라고 명하였으나 오랜 세월이 지났기에 고구려의 별자리와 조선의 별자리는 오차가 많고, 천체의 운행을 맞추지 못해 이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당시 천문 계산을 담당한 최고의 천문학자 류방택을 찾았다.
 
류방택은 1320년(고려 충숙왕) 서주(瑞州) 양리촌에서 태어났다. 서주는 지금의 서산(서령)을 말한다. 공민왕 때 서운관 주부로 임명된 이래 창왕 원년에는 천문관 관청의 수장에 올랐고 이후 낙향하여 천문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 후, 역성혁명으로 고려가 망하자 서산 도비산 부석사 일대에 은둔하던 중, 조선왕조 개국의 당위성과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 새로운 천문도가 필요했던 태조 이성계의 여러 차례 부름을 받고 상경하였다.
 
당시 75세의 고령이었으나 천문도의 중요성을 알았던 류방택은 태조의 뜻을 받들어 다시 서운관(천문일을 보던 관청)으로 돌아와 고구려 천문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천문도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류방택을 비롯한 12명의 학자들은 별자리들의 위치를 정확히 다시 계산하고 그 오차를 바로잡아,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맨 안쪽원(주극원)은 조선의 별자리로, 그 바깥쪽은 고구려의 별자리로 새겨 넣었다. 당시 제작을 주도했던 권근은 천문도의 앞쪽에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들게 된 배경과 참여한 인물, 그 과정을 기록하였다. 이 공로로 태조는 류방택에게 개국 일등 공신을 내렸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잃어버리거나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돌에 새겨 세상에 널리 알리고, 후손들도 볼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수 천년을 이어 온 우리의 천문학은 류방택과 여러 학자들의 노력으로 우리 천문 우주과학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2023년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를 우주에 발사하였고, 성공하였다.
 

과학관 입구 우주 탐사 조형물 앞에서 어린이와 삼촌이 우주탐사 사진을 찍고 있다. ⓒ 최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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