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조카에게 보내는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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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진(lessence)등록 2023.07.02 11:36
누군가에게 조언할 나이가 되었을까. 오랜만에 훌쩍 큰 조카들을 만났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고, 또 대학교 2학년 복학을 앞두고 있다. 그들이 묻는다. 복수전공은 어떤 분야를 하면 좋을지, 대학의 Name Value는 향후에 어떤 가치를 지닐지...
20여 년 전 내가 그랬듯, 그들도 앞으로의 삶 (전공, 공부, 취업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로 가득하다. 마치 예전 20대 초.중반의 나를 보는 듯했으며, 또 그들의 진지한 눈빛에서 대견함 마저 느낄 수 있었다. (난 사람을 볼 때 눈빛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한 사람의 삶이 그의 눈에 담겨있다고 할까. 특히 겸손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눈빛, 오늘 조카들에게서 그것을 봤다)

한 사람의 조언은 그저 조언일 뿐이다.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조언은 수 십억 명의 인류 중 그저 작은 하나의 먼지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더군다나 현장에서 주고받는 말은, 정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 휘발성도 강하다. 삶은 선택의 문제이기 보다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기에, 딱 이거라고 조언하기 무척 어렵다.

집에 돌아와, 생각을 가다듬어 글을 적는다. 훗날 아들에게도 해줄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자신만의 Story를 가진 삶, 자존감을 양껏 채워가며 살아가는 삶, 상대방의 눈과 귀를 열게 만드는 삶을 살아가는 나만의 생각들을 적어본다. 
 

도서관 ⓒ 픽사베이

 
책을 통해서 사고를 확장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책들이 있다.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전문서적, 생각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양서적, 늘어진 삶을 일으켜 주는 자기 개발 서적 등 실로 다양하다. 어떤 책이든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없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려면, 작가의 관점으로 들어가 생각해 보면 된다. 아무리 하찮은 책 한 권이라도, 그 책을 만들기까지 해당 작가는 본인 삶의 노하우를 집요하게 때론 처절하게 기록한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다. 또한 하나의 문장을 수 십 번 고쳐 쓴다. 이런 과정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것이 한 권의 책이다. 어찌 쉽게 바라볼 수 있을까. 우리는 책 한 권에 작게나마 존중을 표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or 그 한 부분) 담긴 책은. 지인과 한두 마디 대화와는 차원이 다른 Guide를 제시한다. 다만 그것을 캐치 하는냐 못 하느냐는 독자의 몫이다. 나는 추천한다. 속독도 다독도 다방면의 독서도 아닌, 정독(특히 생각을 메모하며, 확장하며)을 하라고, 정독하며 메모한 깊이만큼 인생은 더 깊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확실한 방법이다. 독서는 삼독이다! 글을 읽고 → 작가를 읽고(그의 생각) → 나를 읽고(메모하며).  

숲길 ⓒ 픽사베이

 

자신만의 Story를 만들어라
(아니 먼저 그려보아라, 그리고 하나씩 그것에 맞추어 실행하라)
삶은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지는 것일까? 대학, 회사를 예를 들면 마치 우리가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이 만들어놓은 Frame에 내가 살아지고 있는 것 같다. 20살이 되면 대학을 고민하고, 20대 후반이 되면 직장을 고민하며, 30대가 되면 결혼과 육아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비슷한 고민들을 비슷한 시기에 해가며 우리는 살아간다. 즉 Frame 속 삶이다. 인생이 살아지는 것이라 가정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어떻게'를 추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삶을 어떻게 살아지게 만들까'로 정리해 본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 한대로 행동한다. 행동이 결론 같지만 사실 생각이 이미 어떻게를 결론짓는다. 결국 어떻게를 결론지을 수 있는 시작점은 바로 생각(상상)이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모습을 먼저 그린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말이다. 그리고 실행한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그들에게 4년 뒤 졸업 즈음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기소개서(본인 마음에 드는) 하나를 써보라 권하고 싶다.. 아주 마음에 드는 자기소개서!! 그리고 주어진 그 4년의 시간 동안, 그것을 실행하면 된다. (이 단순함이 쌓이면 아름다운 Story가 된다.) 아마도 이런 노력이 있다면, 취업은 더 이상 목표가 아니라, 그저 내 삶의 작은 부산물 정도가 될 것이다. ​
 

친구 ⓒ 픽사베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인생을 함께 논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라.
그냥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도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삶의 철학과 깊이 있는 상호 조언이 가능한 인생의 벗 한 명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급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길고 기회는 많으니). 관계의 유지, 즉 매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존중하게 만드는 것, 또 그런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것이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이런 사람은 단 한둘뿐이다. 그러나 이 한 명이 나에게 주는 정서적 감동과 만족은 실로 대단하다. 언제는 웃었고, 언제는 힘이 됐고, 언제는 건강한 내 삶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린 살면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회사 생활을 달리 표현하면,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 만들기'라고 정의해도 틀리지 않다. 그 관계들 속에서 나의 존재를 입증하는 게임장 같은 곳이 회사일 수 있다. 훌륭한 지인 한 명과의 아름다운 관계 형성, 이것이 다른 모든 의미 있는 인간관계의 시작이며 연습일 수 있다.

조카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보다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를 적게 되었다. 나는 완성된 결론을 가진 사람보다는, 노력하며 진실되게 살아가는 사람의 가치를 더 믿는다.
나의 사랑스러운 조카들의 멋진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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