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이 학교정하기

육아삼쩜영

검토 완료

김민정(whoamin)등록 2023.07.06 15:59
중학생이 되는 아이를 데리고 타국인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알게된 것 중 하나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나 하나, 내 할 일만 하면 됐던 학생시절의 수월함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다.

이번 이사는 이주에 더 가까워서 정할 것이 더 많았다. 제 몸 하나 건사하며 공부만 하면 됐던 고등학교, 대학교때랑은 180도 다르게, 챙겨야할 미성년이 한 명 늘었다고 고려해야될 부분이 몇 배는 되었다. 자녀가 없을때와 자녀가 한 명 있을때의 라이프스타일이 하늘과 땅차이고, 자녀 한 명에서 한 명씩 늘어날 때의 일의 추가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라고 했던가.  혼자면 그냥 학교 기숙사나 대학원 근처 집 컨디션만 보고 결정하면 되었을테지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섰던 순간들과, 고려 했던 사항들을 정리해본다.

1. 겨울 : 선택은 나의 학교 지원부터 시작
성인 한 명의 진학만 생각한다면, 가고 싶은 학과의 순위나 배우고 싶은 교수님 만 고려하면 될 일이다. 지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크게 동부인지 서부인지, 또는 도시에서 살고 싶은지, 꼭 도시가 아니여도 되는지를 고려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월세정도 고려 할 수있겠다.

아이가 있어도 위의 기준만 고려해도 되겠으나, 아이가 부드럽게 적응을 해주어야 부모의 학업이나 직업도 가능해진다. 아이의 조부모님께서는 내 학업위주의 학교 선정보다는, 살기좋은 따듯한 지역의 학교들에만 지원하라고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K-조부모님 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지원했기에, 지원시기도 맞지 않았고 학교 수준도 포기하지 못했다.

시간과 금액이 무한했다면, 수십개의 학교에 원서비를 내고, 원서 작성을해서 지원을 했겠으나, 그러지 않았기에, 선택한 타협점은 다음과 같다.

1.지원할 학교관련 고려사항
1-1. 마감되지 않은 곳
1-2. 대학원 입학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곳
1-3. 너무 시골이 아닐것 [서울에서 자란 아이를 위하기도 했고, 나의 생활을 위한 고려사항이기도 했다.]
1-4. 프로그램 순위 고려해서 상.중.하 각각 몇 학교씩 지원. 붙어도 가고 싶지 않은 학교는 지원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합격이 안 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남편의 "붙기나하고 고민하라"는 말대로 붙여주시는 곳이 있으면 그 때가서 고민하기로 했다.

2. 초봄: 합격을 하기는 했지만…
혼자였을 경우에는, 지원한 학교에서 제일 가고 싶었던 학교 순으로 합격에 기뻐하면 된다. 합격 메일이 왔을 때 정말 딱 5분이 좋았고, 현실자각타임이 왔다. 결정해야할 것 수십가지가 머리속에 밀물처럼 밀려들어왔고, 한참을 눈알만 데굴데굴 굴렸다.

가족식사 자리에서 축하를 받는데, 좋겠다는 말에 걱정이 더 크다고 밖에 답하지 못했다. 집에서 15분도 안 걸리는, 평소 자주 다닌 거리였는데도 운전대를 잡았을때, 가슴이 답답하면서, 마치 초보운전자가 된 것 같았다. 머리가 과부하가 걸려서, 직진은 괜찮았으나, 차선변경을 할 때 내가 올바른 타이밍 선택을 못할것 같았다.

몇 주를 운전을 하지 못했다.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고, 불안은 불안대로 두고, 할 수 있을 것을 하기로 했다. 수강선택이나 미국비자 신청 접수등을 처리해야 했다.

3. 봄: 아이 학교는 어디로…

집을 먼저 정할 것같지만, 외국 생활도 처음 학교도 처음인 아이가 잘 적응해주는 것이 중요했기에, 학교를 먼저 정하고, 그 지역에서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2.아이 학군관련 고려사항

2-1. 대학원 [또는 직장] 가까이의 학군이 별로라면 나의 학교 근처 사립학교를 선택할것인가.
내가 진학한 대학원이 위치한 도시는, 학교바로 인근 외에는 마약 등의 이슈가 많이 야기됐던 곳이었다. 공립학군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niche.com 과 greatschools.org 이라는 공립.사립학교가 모두 나와있는 학교 랭킹사이트가 있어 참고했다. [맛집 평점을 볼 때와 같이, 덮어놓고 점수에만 의지하면 안되지만 어느정도 흐름을 볼수있어 유용하다.]

미국은 지역이 방대하기 때문에, 주를 이동하거나 주 내에서도 잘 모르는 지역으로 이주를 할 때 해당 랭킹 사이트를 활용한다. 내가 갈 지역을 넣고, 반경 몇 키로 안에 있는 아이 학년에 해당하는 학교 [예)Middle School]을 선택하고, 먼저 공립학교를 선택했다. 내 대학원 주변에는 C와 D등급의 중학교가 즐비했는데, 단 하나의 학교만 A+였다.

뉴욕 맨하탄 학군을 찾았을때 나오는 화면의 예. greatschool.org


여기서 고민은, 학교는 A+ 인데, 그 학교를 가기위한 학군내 거주지가 도시 한복판인데 안전할 것인가. 마약과 총기 난사 뉴스가 많이 나왔던 연도라 더욱 고민이 되었다. 이 학교는 일단 리스트에 세이브.

단순히 점수만 알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학생의 학업성취도, 인종 비율, 도시의 위험도도 고려할 수 있어 유용했다. 미국에서 처음 학교를 다니게될 아이를 생각하며 내가 고민했던 사항은 인종비율이였다. 단순하게 유색인종/ 외국인이 적은 지역을 원하기보다는 아이의 성향과 영어실력을 고려하여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다음 인종차별 글에 어떤 사항을 고려했는지 적어보려한다.

2-2. 공립학교가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사립학교를 찾아야 하는데, 사립학교가 공립학교와 비교하여 비용대비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저렴하게 이야기하자면 공립학교 교육이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 사립을 보내야 할 만큼 그렇게 후진가]

단점: 사립학교 비용은 다양하지만, 기숙이 아니고 평점이 높은 곳을 보니 연간 2만불 ~ 5만불정도에 기본적으로 원하는 대로 선택하려면 4만불 대의 학교가 많았다. 환율 1300원시기에는 5천만원 이상.

장점: 사립학교를 선택하면, 거주지를 꼭 원하는 학교 학군으로 정하지 않아도 된다.

2-3. 내가 통학을 좀 하더라도 학군이 괜찮은 지역의 공립을 선택할것인가

그 지역에서 다니면 내가 학교를 오가는 시간이 더 소요될텐데, 그 교육의 질이 이 통학을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학교도 학교지만 동네는 안전한가.

한국이면 가보면 될 일이지만, 불가능한 얘기였다.

늦봄: 지역에 대해 아는 분들에게 문의. 한 두군데로 지역좁히기.

혼자 고민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운좋게도, 선배에게 지역 토박이 백인 친구를 소개 받아  화상 통화를 했다. 질문들은 위의 질문에서 좀 더 좁혀졌다. 예를 들자면,

Q. 나는 미국에 연고가 없는 외국인이라, 공교육의 퀄리티에 대해 소문만 들어봤다. 내가 다른 사람한테 추천받은 이 주에서 제일 좋다는 한국의 대치동이나 서초동에 가깝다는 학군은 대학원에서 40분, 길막히면 1시간까지도 왔다갔다 걸릴것 같은데, 거기가 그것을 감수할 만큼 비교적우위가 있나? 이 지역에서 교육다운 교육 받으면 거기 가야할만큼?
A.  아니다. 나라면 좀 더 가까운 [한 15분-20분] 정도 지역인 000을 추천하겠다. 아이 학업에 신경쓸만한 내 직장동료들도 만족하면서 보내더라.

Q. 내 대학원 주변은 학교 랭킹사이트 가보면, 대부분 점수가 너무 낮던데, 대학원 바로 옆에 점수높은 학교가 하나 있더라. 혹시 여기 아는지?
A. 내 조카들이 거기 다녔었는데, 초등학교 까지만 다니다가, 중학교때는 뭔가 별로였는지 교외지역으로 옮기더라.

이 질문에 해당하는 학교 옆 A+였던 학교는, 대학원 바로 옆이라 끝까지 고민했는데, 1)경쟁이 심해서 그 학교를 가려면, 집을 학교 딱 붙여서 사지 않는 이상 다른데 배정 받을 확률도 있어보이고 2) 딱, 붙은 집의 주거 환경이 제가 원하는 곳일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이 단계에서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나는 비교적 언어 장벽이 없고, 지인 어드밴티지로 더 속사정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인 미국 지역별 커뮤니티들이 잘 형성되어있기에, 커뮤니티 문의나 소통을 잘 활용하시는 분들이라면 더 본인에게 맞는 지역이나 학군을 찾으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여름: 학군을 정하고 서류 준비

학군은 좁혔지만, 집은 보지 않고 정할만큼 대범하지 못하다. 치안도 치안이지만, 온수 샤워에 따라 삶의 질이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기에, 집은 보고 정해야 했다.

좁힌 학군의 학교에 전화하여, 준비에 필요한 서류 및 추가 사항들을 체크했다. 혹시 지원기한이 있을까 불안해 하며 전화하자, 그냥 주소지 증명만 있으면 학기중 언제라도 들어올수있다는 상냥한 서무부 선생님말씀에 마음이 놓였다.

한국에서의 생활기록부를 받아 번역 및 공증하고 비자를 발급받고 하는 것은 모두 엄마의 일이였고, 아이에게 가장 큰 일은 접종이였다. 학기 아이는 약 한 두 달 사이에 신생아때 이후로 최고로 많은 접종을 해야했고,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미국학교를 만났다. 

늦여름: 출국후 집 계약 그리고 학교에 등록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웹사이트들을 통해 집들을 추려 놓고, 근처에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도착한 첫 날부터 지역을 둘러보고, 부동산에 연락하여, 일주일에 걸쳐 몇몇 집을 살펴봤다.

3. 집을 정할 때에 고려했던 사항
3-1. 아이학교부터 집까지의 거리와 치안
3-2. 셔틀버스가 오는가 [학교에서 1 mile 이내이면 셔틀 없음] - 한국같이 아파트 단지가 완전 도심이 아니라 도보 등하교시 길의 안전성 고려 필요.
3-3. 아이학군에 집에서 내 학교까지의 거리. 미팅이 있거나 수업이 늦을경우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있는지.

집을 계약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우편물을 주소지로 받아야만, 학교에 주소지 증명을 하고, 아이 신체검사 및 접종 증명을 제출할 수있었다. 학부모 전산시스템 아이디를 부여받고, 아이이름이 올라간 것을 확인해서야 안심했다.

일단 정해지고 나니 마음은 편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머지는 어딜가도 생길 수있는 복불복이라고 생각하고 적응하자고 했다. 한 학년을 지내며,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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