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만과 편견"

편견이라는 프레임에 갖히지 마라!

검토 완료

한창섭(hansop5)등록 2023.07.14 10:08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

인연과 연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옷깃이 스치면 인연이요, 살갗이 스치면 연인이라는 말이 있다.

에리히 프롬은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성숙한 사람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해'라고 말하지만, 미숙한 사람은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한다.

낯선 사람들이었던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감성을 느끼면서 서로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장점을 발견하게 되면 두 사람의 만남과 인연은 행복으로의 출발점이 된다.

영화 "오만과 편견"은 사랑과 결혼 그리고 돈을 주제로, 18세기 후반에 씌여진 소설을 영화화했다. 200년이란 시대의 간극을 훌쩍 넘어 신자본주의가 극에 달하는 현대에도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1813년 당시 유럽은 중세 귀족사회가 급격하게 와해되고 산업화되면서, 신흥 부르조아지가 등장했다. 아울러 프랑스 혁명(1789년)과 영국 명예혁명(1688~89)이 일어나면서 민권 사상은 확산되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 활동을 제한당했던 여성들에게 결혼은 생계수단과 신분 상승의 기회였다.

저자 제인 오스틴은 두 번의 파혼으로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인생에 있어서 사랑 없는 결혼이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오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또한 서로 취향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해서 둘의 행복이 더 커지거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취향이나 마음은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인간 본성에 대한 예리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물질의 풍요가 주는 만족감 그리고 사회적 신분으로 표현되는 우월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결혼 세태를 갈등과 반전으로 표현했다.

그럼 '오만'이란 무엇일까? 오만은 상대적이고 보편적이어서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과잉된 자신감에서 나온다.

그리스인들은 '그 어떤 것도 지나치지 않게' 사는 것을 삶의 최고 가치로 여기면서 오만을 경계했다. 그래서 오만을 통제하는 개념을 신격화해서 응징의 신, 네메시스라고 불렀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리즈는 남주인공 다아시가 신분이 높고 돈이 많기 때문에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주변 남성들이 다아시의 인격을 비판적으로 퍼뜨렸다. 이런 헛소문을 전해들은 리즈는 자신에게도 쉽게 다가서지 않고 관망하는 다아시가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헛소문에 내 마음의 상처를 입힌 것은 오만하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아닌, 편견을 가진 나였다는 사실이다. "오만과 편견"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한 오류의 결과였다.

우리는 편견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사람을 판단한다. 편견은 나의 감정이다. 타당한 증거나 직접적인 경험과는 무관하게 특정의 대상에 대하여 갖게 되는, 지나치게 호의적이거나 비호의적인 감정적 태도이다. 그래서 편견은 명확한 사고를 가로막는 훼방꾼이 아니라 명료한 사고를 위한 본질적인 요소라고도 말한다.

우리는 상대방을 더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사회에 만연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부자나 높은 신분의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거야! 라는 막연한 단정적 심리는 컴퓨터의 하드웨어만 볼 뿐이지 소프트웨어는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영화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남 주인공 다아시는 여주인공 리자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너는 나를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건 너에게 비춰진 나의 모습일 뿐이야!'
첨부파일 오만과 편견.jpg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