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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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희(rkh23475275)등록 2023.08.04 10:32
며칠 동안 밤 낮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내리던 장맛비가 멈추고 오랜만에 맑음을  만났다.  푸르른 하늘에 자유로이 떠가는 하얀 조각구름이  반갑다.   이처럼  맑았다가도 어느 때 먹구름이 몰려와 하늘의 평화로움 방해할지 모른다. 장마시즌의 여름 하늘은 평온한 날이 짧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조각구름 떠다니는 옆으로 잠자리 떼가 날아다니고 녹음이 흐드러진 나무 그늘 어딘가에선 매미가 한창임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맘때 듣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논두렁 한가운데서 울려 퍼지던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와 꼅친다.
한여름 땡볕을 피해 낮을 보내고 밤이 되면 찾아오던 개구리 들의 울음소리.
  유년시절의 시골집 주변은 논으로 빙 둘러져 있었다.  한여름밤 툇마루에 앉아 찐 옥수수를 베어 물며 하늘의 별을 보던 시절.   그 별빛들은 논에 댄 물속에 가득 들어차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 함께 들어찼던 여름의 소리.   개구리가 울어댔던 수많은 날의 여름 밤하늘은 엄청 밝았고 다음날은 엄청  더웠지만 어린 나는 그 소리가 좋았고 정겨웠다.

 성년이 되기 전까지 내가 살았던 시골집은 외 딴 가옥이었다.  처음부터 외딴집은 아니었지만 살다 보니 다른 가옥들이 옆동네로 시내로 시외로 타지로 한집 두 집 떠나다 보니 결국엔 우리 집 한 채만이 남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고 사귈 기회가 자연스레 박탈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까진 집 주변의 자연이 벗이었다.  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들려오던 자연의 소리와 움직임들은 최고의 시청각 자료가 되어 보고  듣고 느끼며  함께 성장해 갔다.
  한창 성장기 때는 지금은 돌아가신 아빠가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다.  중. 고등학교 시절엔 방과 후 자율학습으로 늦은 밤 하교를 하였는데 거리가 먼 것도 먼 것이지만 가로등도 없던 어두운 밤길에 묘지들 까지 있던 언덕 옆을 지나 혼자 집까지 도달하자면  손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그 긴 세월들을  졸업 때까지 매일 밤 담력 테스트하듯  고군분투하며 보냈다. 이런 사춘기 딸의 사정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이제 알 길이 없는 아빠의 속 마음이지만  아빤 단 한 번도 밤늦게 하교하는 딸을 마중 나와 준 적이 없었다.  보호받아야 마땅한 존재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상실감에 그 집까지의 도달이 항상 짜증스럽고 더 힘들었다.  그런 힘든 길을 지나야 하는 여름밤이면 논 둑의 개구리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상하리만치 평온해 지곤 하였다.  '그래, 지금 이 순간 이 길엔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에 작은 미물의 소리가 힘이 되었다.  
가족이 무심하여 상처 받았던 시절.  자연의 소리에 기대어 위안을 받고 치유 받았으며 두려움에 떨땐 보호자가 되어 주었다.
지금은 쉬이 들을 수 없는 개구리 소리.    
여름의 단상 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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