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태 이후 2주, 교사는 시계태엽 오렌지가 아니다.

교육당국은 법과 제도를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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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현(blingalpha)등록 2023.08.07 09:32
'인간, 즉 성장하고 다정할 수 있는 피조물에게 기계나 만드는 것에 적합한 법들과 조건들을 강요하려는 시도에 대항하여 나는 나의 칼, 펜을 든다.'(시계태엽오렌지, 앤서니 버지스 作, 민음사, 62쪽)

서울 서이초에서 한 젊은 선생님이 교육 현장에서 생을 스스로 마감하신 지 벌써 2주여간이 지났다. 그간 교사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애도했고, 분노했다. 사건이 알려진 뒤부터 해당 학교에는 조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근조화환이 전국 각지에서 '동료교사 일동'이란 이름으로 보내졌다. 서울에서는 2주 연속 자발적으로 교사들의 집회도 이어졌다.
교원단체는 성명서를 연달아 냈으며, 이에 교육부, 교육청을 포함한 교육당국은 교권 보호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였다. 정치권에서는 학생인권조례탓이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함께 지키고 신장해야 할 문제이다 등으로 끝없이 공방이 벌어졌다.
사실 서이초에서만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지난달 24~26일 교육 관계자 13만2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7.6%는 서이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다른 학교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본인이나 동료 교사가 민원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았거나 휴직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엔 교사의 96.8%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금 교사들이 아프고, 두려워하는 것은 실제이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내보내는 대책들은 연수, 컨설팅장학, 동료장학 등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악성 민원을 손쉽게 제기하게 하는 교육환경이나 법과 제도를 개선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마음이 아픈 교사에게 힐링 연수와 장학을 왕창 떠먹여 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이 현상은 '시계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의 1962년 소설을 스탠리큐브릭이 1971년 영화화)'의 루드비코 요법을 받는 주인공 알렉스를 떠올리게끔 한다. 알렉스는 '좋은 집에, 사랑을 주는 부모에, 또 그다지 나쁘지 않은 머리를 가졌는데'(시계태엽오렌지, 앤서니 버지스 作, 민음사, 83쪽)도 불구하고, 각종 비행을 일삼고 14년 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받은 비행청소년이다. 2년간 모범수 역할을 수행하던 알렉스는 남은 형을 감경해주는 정부가 진행하는 '루드비코 요법'에 자원하는데, 이 '루드비코 요법'에 참여하면 조건반사가 강화되어 더 이상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즉, 반복된 실험 참여로 인해 알렉스는 범죄 행위를 상상만 해도 구역감을 일으키는 몸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니까, 힐링 연수를 100시간, 200시간 받으면 최근 5년 동안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교사는 26.6%라는(교사노동조합의 지난 5월 조합원 1만 1,377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통계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 없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교육 당국은 책임을 방관하지 말라.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1조, '이 법은 교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과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교육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있다. 2022년 기준, 전체 유‧초‧중등 교원 수는 507,793명이다. 50만 교원도 소중한 교육현장의 교육주체로서 보호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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