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의회 스크린골프장, 용산구의회 몽골에코투어 왜?

선출직 공직자들이 주민 예산으로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는 '악의 평범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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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chamsu)등록 2023.08.08 17:59
     

강동구의회 지하에 설치된 스크린골프장 구의원, 직원 전용 골프장 설치라니? ⓒ 정의당강동구위원회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 질 때 자주 사용되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악의 평범성'이다. 정치철학자 한나아렌트는 유태인 대량 학살에 참여한 전범, 아이히만에 대한 공개 재판을 지켜보고 난 후 쓴 책에 그렇게 적었다.
 
악의 평범성이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아렌트는 주장했고 전세계 많은 이들이 이 통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뉴스에 서울 강동구의회와 용산구의회 의원들의 행태가 크지 않게 보도되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모르고 지나쳤을 법하다.
 
여러 생명을 앗아간 폭우 참사 직후이고, 참기 힘든 폭염 가운데여서 더욱 화가 났다. 풀뿌리 시민단체 활동가의 예민한 감수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용산구의원들이 폭우에도 기후리더십을 배우겠다고 몽골로 4박5일 에코투어를 다녀왔다. 뉴스를 보면 오전에는 간담회 같은 일정이 있었는데 오후에는 승마, 백화점 쇼핑 등 이른바 관광을 했단다. 수천만원의 주민 예산을 이런 해외 연수에 사용했다.
 
강동구의원들은 구의회 공간 안에 스크린골프장을 설치했다. 구의회 예산 1400만 원을 들여서 구의원과 직원 전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기존의 체력단련실이 노후화되어 시설교체가 불가피했다고 한다.
 
왜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기초의회 의원들의 구태가 바뀌지 않는 것일까?
 
'악한 의도를 품지 않더라도,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여기며 행하는 일 중 무엇인가는 악이 될 수 있다'라는 악의 평범성 개념이 문득 연결되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어 세비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은 위임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일을 해야 한다. 사실 그래서 더 높은 기대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반 시민이 몽골로 에코투어를 가고 어느 직장 체력단련실에 스크린골프장을 설치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작더라도 권력을 위임받는 순간부터 정치인의 사명은 시민의 대변자, 공직자인 것이다.
 
수해 와중에 골프를 쳤다고 거센 비판을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처음에는 "휴일에 골프 치는 게 뭔 문제냐, 또 트집을 잡는다."라고 했다가 결국엔 사과를 하고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예전에도 민심을 무시한 행동을 자주 했던 홍 시장은 여전히 긴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강동구의회의 스크린골프장 설치나 용산구의회의 몽골에코투어에 악한 의도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관행에 따라 무심코 해 온 행동들이 시대의 변화를 거슬러 구태로 지목되고 상식을 벗어난 모습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 곳곳에 숨어 있는 적폐들
 
우리는 중앙정부와 국회 등에서 벌어지는 정치 이슈나 충격적인 사건 사고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동네에서 입소문 등으로 퍼지는 크고 작은 부조리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사고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요 방송과 언론에 잘 보도가 안 되기 때문에 관심 밖으로 밀리기도 한다. 하루에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매우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기에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것이 바로 지방자치이다. 가난한 이웃의 삶을 챙기는 일뿐 아니라 쓰레기 청소, 교통 혼잡, 공원 조성, 교육환경 개선 등. 그런데 의외로 지역 토착 비리는 퇴치되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적지 않다. 내부 고발과 제보 등으로 문제가 발견되어도 해결이 잘 안 된다.
 
용산구를 예로 든다면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관련 구청장 친인척 특혜 의혹, 시설관리공단 직원 임용 비리 의혹, 재개발 지역 내 부동산 투기 등 각종 문제들이 구청장 임기 내내 언론에 끊이지 않고 보도되었다.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의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적절한 행정감시와 견제는 기본이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구청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쉽지 않은데 오히려 구의원들이 흙탕물을 일으키고 있는 경우가 존재하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계속 제기된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선거구조도 문제
 
한마디만 더 하자면, 거대 양당의 구의원 후보로 공천되면 거의 예외 없이 당선되거나 무투표로 당선되는 선거 구조도 문제이다. 그렇다 보니 당내 경선도 없이 지역위원장 입김에 의해 공천만 받으면 되는 정치 관행이 여전하다. 서울의 자치구의회는 99%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구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선거구조이다 보니 짬짜미도 쉽고 구청장에 대한 견제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 비례성 확보를 외면하는 승자독식의 선거구조가 지방정치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풀뿌리부터 안착하여야 동네가 바뀌고 시민들의 삶이 더 멋지게 변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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