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강행처리된 수신료 분리징수와 그로 인해 훼손된 민주적 절차.

정부의 노골적인 방송장악 시도

검토 완료

박상현(gsh7763)등록 2023.08.12 10:01
7월 12일 윤석열 정부가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별도로 징수하도록 하는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자마자 즉시 시행했다. 그렇게 수신료 분리징수는 3월 대통령실에서 국민 여론조사인 국민제안을 제시한뒤 4개월만에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옳고 그름을 떠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해외 공영방송 사례를 고려하면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안건이다. 유튜브와 OTT 등 미디어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실제 KBS 시청률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선 반 NHK 당인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현 이름: 정치가 여자 48당)  수신료 납부를 반대하는 정당까지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제대로 된 토의없이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강행 처리했다. 공영방송의 공영성 회복을 위한 분리징수라는 정부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편향적임을 넘어서, 신뢰하기 어려운 여론조사. 

수신료 분리징수 투표 결과 대통령실이 직접 수신료분리징수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이다. ⓒ 대통령실 국민제안


6월 5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3월 9일부터 4월 9일까지 한 달 간 실시한 'TV 수신료 징수방식' 여론조사 결과(기사 하단 첨부파일 참조)를 공지했다. 총 58,251표가 집결된 투표에서 약 97%가 분리징수를 찬성했고, 반대 입장은 3%였다. 댓글로 진행된 자유토론을 보면 63,886건 중 현행 징수방식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1%에 불과했고 분리징수하자는 의견은 32%, 수신료 자체를 폐지하자는 의견은 절반을 넘어선 59%였다.

정부는 이러한 결과를 국민 여론이라 말하며, 분리징수를 강행 처리했다. 조사 결과만 보자면, 국민 대다수가 수신료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자체에 부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여론조사는 편향적일 뿐만 아니라 애초에 제대로된 여론조사라 보기도 어렵다.
 
첫째, 여론조사 주제인 분리징수를 설명하는 글에서 정부는 찬성 측에 유리한 근거만 제시했다. 정부는 글에서 한국전력의 수신료 통합 징수가 조세법률주의, 평등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 등으로 헌법소원심판에 청구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해당 헌법소원심판의 결과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는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방송법 26조에 따라, 한전이 수신료를 통합징수하는 것이 헌법 위반이 아니라며,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정부는 헌재가 각하했다는 사실, 즉 분리징수 찬성에 불리한 내용은 글에 담지 않았다.   

둘째, 여론조사 참여자가 복수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대로된 여론조사라 할 수 없다. 대면 조사, 전화면접, 모바일, ARS 등 여론조사의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여론조사도 특정 참여자가 복수 응답을 하게끔 허용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20번 응답해서 마치 20명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것처럼 나타난다면, 이는 제대로된 여론조사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는 참여자가 중복해서 투표에 참여하거나 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당과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국민제안 토론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여론조사의 실효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_국민제안 투표 독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국민제안 투표를 독려하는 배너가 띄어져 있다. ⓒ 박상현

 
KBS의 방만 경영, 언론이 만든 프레임 

일부 언론은 수신료에 의존하는 KBS가 방만한 경영을 한다며, 수신료 분리 징수를 통해 공영방송을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은 방만 경영의 근거로 KBS 직원의 과반이 억대 연봉이고, 그 중 30%가 넘는 1,500명이 무보직자라는 점을 제시한다. 

이에 양승동 전 KBS 사장은 7월 28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88 서울올림픽과 1990년대 중반 위성방송 실시를 계기로 대규모 채용을 했지만 재정압박으로 인한 신규 채용을 억제한 결과 장기근속자 비율이 늘어난 인력구조를 가지게 되었다"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장기근로자 1000여 명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인건비 비중이 낮아질 것"이라 말했다. 
 

KBS 총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 추이 올해 6월 발간된 2022 KBS 경영성과평가보고서 35P에 있는 표이다. ⓒ KBS

 
실제 2023년 6월 발갈된 <2022 KBS 경영평가보고서>(기사 하단 첨부파일 참고)에 따르면 해마다 인건비 비중은 하락하고 있다. 작년 총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은 31.2%로 전년대비 4.5%P 대폭 하락했다. 보고서는 인건비 문제로 비판받는 KBS가  고임금자의 퇴직과 임금피크제 등의 원가절감의 노력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KBS가 매년 노사 간 교섭을 통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임금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KBS는 무보직자란 아무런 보직 없이 근무를 하지 않는 인력을 말하는 것이 아닌, 방송사의 특성상 보직을 맡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영석•신원호 PD도 무보직자였음을 피력했다.

해외 공영방송의 우려와 글로벌 스탠다드
 

GTF 공동성명 세계 8개 공영방송 사장 협의체인 GTF가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우려를 나타냈다. ⓒ 박상현

 
세계 8대 공영방송사 사장 협의체인 GTF(Global Task Force)는 한국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우려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GTF 의장이자 캐나다 공영방송 CBC 사장인 캐서린 테이트(Catherine Tait)는 "공영방송의 성공은 공영방송 조직과 편집 독립성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지속적인 공적재원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2023년엔 국가 정상화와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로 정부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로 두 달 뒤, 대통령실은 수신료 국민제안을 개시했고, 4개월 후 분리징수가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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