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경비 '국익' 아니라는 법원, 한동훈는 뭐라 해명할까

[하작가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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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woodyh)등록 2023.08.25 11:37
"출장경비 집행내역은 국가안전보장,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공개하지 아니한다."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논란이 된 한동훈 장관의 미국 출장과 관련해 출장비 4,840만원의 집행 내역을 비공개하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요구를 거부하며 그 근거로 '국익'을 내세웠다. 무척 거창한 이유라 출장 시 한 장관의 세부 일정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설명이었다.
 
의혹이 커질 만 했다. 일국의 법무부장관이 취임 초반이던 지난해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수행원 3명과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미 법무부나 연방수사국(FBI)의 인사검증 시스템이나 마약 수사 등을 논의하고 배운다는 게 한 장관이 내세운 출장의 목적이었다. 7박 9일 출장 기간 동안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3일이 끼어 있었고, 총4일 간 공식 일정은 없었다. 신임 검찰총장도 임명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던 한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진 상태였다. 더욱이 한 장관이 허름한 회의실에서 미국 법무부 관계자들이 초라하게 미팅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일국의 법무부장관이 국격에 맞지 않은 대접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한동훈 장관이 직접 만난 미 법무부 관계자도 12명의 차관보 중 두 명일뿐이었다. 당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이 미국 법무부장관을 못 만났으면 넘버2라도 만나야 하는데 차관도 못 만났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한 장관은 "출장의 주된 목적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미 법무부) 반독점국장과 형사국장 둘 다 상원의 인준을 받는 차관보로 그쪽에서도 충분히 예우하는 회담을 했다"고 반박에 나섰다. 또 한 장관은 "항공료가 꽤 많이 올랐다. 경제가 안 좋아서 항공권 요금을 낮게 책정했고, 수행원 숫자를 줄였다"고 해명했지만 끝내 출장비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법무부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여비와 운임, 체제비, 준비금 및 기타비용 등을 공개한 바 있고, 과거와 동일한 정보공개기준을 적용해 같은 사유로 비공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부는 과거 '워싱턴 D.C., 뉴욕 6박 8일 출장'시 장관 포함 6명이 7,873만 원, '프랑스, 스페인 8박 9일 출장'시 차관 포함 9명이 9,106만 원을 경비로 사용한 전례를 공개했다.   

'국익' 아니라는 법원
 
"미국 출장 전에는 '일등석 말고 비즈니스 탄다'고, '예산 알뜰하게 쓴다'고 그렇게 홍보하더니 막상 (출장경비를) 공개하라고 하니까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를 한 겁니다. 자기가 홍보하고 싶은 것만 홍보하고 공개하기 싫은 건 안 하겠다는 거죠."
 
정확히 1년 전, 법무부에 출장비 내역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거부당했던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가 <오마이뉴스>에 한 장관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관련 기사 : "황당한 한동훈, 출장비 공개가 국익 해친다? 끝까지 갈 것").
 
끝까지 간다던 하 변호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법원에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작년 11월 시작했고, 어제(25일) 그 결과가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가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법무부가 아닌 하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국익 운운했던 법무부의 공개 거부 사유를 부당하다고 본 셈이다.
 
법무부는 최근까지 한 장관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즉각 대응하는 기민함을 보여 왔다. 일례로, 지난 15일 법무부는 <"한동훈 장관은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 하네요">란 세계적 석학 주디스 버틀러의 <경향신문>의 인터뷰 기사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장관 설명"이라는 반박 자료를 냈다.
 
기사가 공개되고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해명이었다. 세계적 석학이 일반론에 가깝게 법무부의 대응을 지적한 것을 두고 이례적으로 발끈한 모양새였다. 시점도 시점이지만 반박의 발단 자체가 어색하고 이례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경향신문>이 <한동훈 개인 의견, 법무부 SNS 올려 논란>이란 기사를 통해 반박했고, 기사 출고 직후 법무부 역시 "'장관 개인 의견을 부처 공식 계정을 통해 배포하여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26일 오전까지, 법무부는 아직 법원의 한 장관 미국 출장경비 내역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목되는 '한동훈의 입'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 장관은 여전히 꼿꼿하고 당당했다. 검찰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를 두고 질의하던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깐족거리지 말라"며 태도를 지적하자 한 장관은 "그건 국회의원의 태도인가"라고 대거리했다. 취임 이후 야당 의원들과 맞섰던 예의 그 태도였다. 행정 법원의 출장경비 내역 결정에 한 장관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이 역시 지난 6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부 공개된 검찰의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내역을 둘러싼 한 장관의 태도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21일 법사위 회의 당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떡값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한 장관은 "지금 (의혹 제기) 근거는 뉴스타파의 '뇌피셜'뿐이지 않나"라며 맞받았다.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과 관련한 일련의 연속보도를 '뇌피셜'로 몰아간 한 장관. 하지만 정작 검찰은 구내식당 등을 제외하고 일반 식당 등 다수의 사용 시간이나 내역이 담긴 영수증 등을 누락시키거나 부실하게 공개해 비판을 받아 왔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업무추진비) 영수증 잉크가 휘발됐다"는 지엽적이고 황당한 답변을 내놓아 빈축을 산 바 있다.
 
최근 오송 참사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들에 대한 윤 대통령이 침묵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한미일 정상회담이나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핵위협을 강조하고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싸잡아 비판하는 등 목소리를 키웠다.
 
불리한 사안은 무조건 회피할 것, 유리하거나 자신 있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늘어질 것. 윤석열 정권이 여론의 소나기를 피하는 법이다. 하 변호사의 1년 전 지적처럼, 한 장관의 미국 출장경비 내역 비공개가 딱 그랬다. 이를 두고 '국익'이란 궤변을 내놨던 '한동훈의 입'은 출장경비 내역 공개를 허가한 금번 법원 결정엔 또 어떤 카드로 여론의 소나기를 피하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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