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푸틴의 만남, 그리고 한국외교.

-외신을 통해 살펴본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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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중(skek3846)등록 2023.09.06 15:18
    
 한국 언론, 특히 포털에서는 접하기 어렵지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있었고, 8월 말에는 남아공에서 BRICS 정상회담이 있었다. 각각의 다자간 정상회담이 가지는 의미도 상당한데, 여기에 더해 어제는 외신들이 일제히 조간만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이라는 뉴스를 쏟아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CNN 등을 비롯한 다수의 매체는 물론 유럽의 거의 모든 외신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진-1> 추가

 외신들에 따르면, 9월 중으로 지난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된 북러 정상회담 이후 4년여 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담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미국의 국가안보 담당관(national security officials)은 양국의 무기거래 회담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영국의 BBC 방송은 이번 회담이 성사된 것은 양국의 니즈가 부합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외교적으로 점점 더 고립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부터 상당한 무기(artillery ammunition)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속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수해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BBC는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단순히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고도화된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회담이 지난 7월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러시아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러시아에 자신들의 무기를 제공하면서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이번 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다. 

<사진-2> 추가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이 중요한 사안을 국내보도가 아닌 외신을 통해 살펴보는 이유는 위의 사진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내 언론은 미국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전하고 있다. 정보의 출처가 미국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국내 언론이 지나치게 미국 편향적인 보도를 하기 때문에 보다 넓은 시야에서 이 사안을 접근하기 위해 외신을 살펴보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그렇다면, 이번 북러 정상회담 보도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현재 남한과 북한 사이의 모든 대화채널, 즉 외교가 단절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된 모든 정보의 출처는 미국 정부 또는 미국 언론이다. 물론 북한 측에서 우리 정부에 조만간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양자 간 외교 채널을 가지고 있다면, 안보당국 또는 정보당국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사안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안보당국과 정보당국은 철저히 미국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외신은 물론 국내 언론들도 모든 정보의 출처가 뉴욕타임스(NYT), 미국 정부 관계자, 미 정부 당국자, 미 백악관 대변인, 미 국무부 대변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등이다. 국내 언론에서조차 이 사안에 대한 한국 안보당국과 정보당국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채널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에서 나오는 정보만을 가지고 이 사안을 분석하고 있다면, 한반도 문제에서조차 한국 정부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다른 행위자들이 한국을 인식할 때,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외교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식하고 독립변수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종속변수로 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국제정치적 외생변수가 한반도에 신냉전의 기류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회담을 요청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공급받기 위함이다. 그러나 북러 정상회담을 단순히 9월에 예견된 하나의 점으로 보지 않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러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이 외교적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오랜 기간 중립국가를 표방한 북유럽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움직임이다. 이는 곧 러시아라는 외부의 적을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의 군사안보적 결속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유럽지역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라면, 동아시아에서는 보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8월, 한미일 정상들은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경제는 물론 국방분야에서도 3국의 협력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제도화의 범위는 미국과 일본이 계속해서 강조한 '인도, 태평양' 지역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BRICS 협의체는 남아공에서 정상회담을 가지고 2024년부터 이란, 사우디 등 6개국을 신규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확실히 주요 국가들의 외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외교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이 과거 6자 회담과 같은 다자간의 해결은 요원하며, 그렇다고 문제의 당사자 사이의 양자 간 회담 방식도 아닌 냉전 시기와 같이 집단별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지난 7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진 양자 간 정상회담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니나 크루슈체바(Nina Khrushcheva)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지난 7월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정상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자마자 러시아는 쇼이구 국방장관을 2박 3일간 평양에 보내어 양국 간 정상회담을 논의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한국이 러시아와 일정 부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잘못 판단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보고 대응적 차원에서 쇼이구 국방장관을 평양에 파견했다고 보았다. 이는 국제정치의 맥락을 고려할 때 러시아의 관점에서 유럽연합의 회원국인 독일, 프랑스와 같은 국가의 정상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것과 한국이 방문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한국 정부의 외교가 적절했는지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연장선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여러 국제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한국 외교가 지나치게 미국 일변도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확실히 국제정치가 신냉전의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정치적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국익 차원에서 심각한 손해일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의 공조는 이어가되 최소한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무조건 미국 하에서만 움직이는 행위자가 아닌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외교노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속되는 제재와 수해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득실이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되는 과정에서 외교적 미숙함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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