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유럽에서 제1의 군사국가가 될 것인가?

-폴란드의 새로운 국방 계획을 토대로-

검토 완료

박민중(skek3846)등록 2023.09.08 09:43
폴란드가 심상치 않다. 20세기 초반, 소련과 나치 독일을 각각 국경의 오른쪽, 왼쪽에 두었던, 그로 인해 수많은 아픔을 지닌 국가, 폴란드. 그런 폴란드가 지난 6일 자 euronews 보도에 따르면 이미 체결한 대규모 무기 거래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2년 내에 유럽 대륙에서 가장 국방력이 강한 나라로 발돋움하게 된다.

2023년 현재 Global Fire Power가 발표한 유럽 내 국방력 순위에서 폴란드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이어 5위에 위치하고 있다. 폴란드는 2년 사이에 5위에서 1위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국방력이 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 이미 신무기 도입과 병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지난 8월 15일 폴란드는 국방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서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도입합 최신 M1 에이브람스 탱크, K2 탱크와 K9 자주포 등을 선보였다. 
     
<사진-1> 추가

국방비, GDP 대비 3% 이상!

 폴란드는 유럽 대륙에서 가장 국방력이 강한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들을 실행하고 있는가. 먼저, 최신 무기들을 도입하고 있다. 주요 수입국은 미국과 한국이다. 지난 7월, 폴란드는 미국으로부터 33개의 M1 에이브람스 탱크를 도입했다. 이는 계약한 총 250개의 탱크 가운데 일부를 받은 것이며, 이 33개의 탱크를 도입하는데 투자한 금액만 무려 45억 유로(한화 약 6조 5천억 원)에 이른다. 한국과는 총 1,000대의 K2 전차를 수입하기로 하였으며,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180대(한화 약 4조 5천억 원 규모)를 받기로 계약했다. 또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미국의 하이마스 로켓(HIMARS rocket) 468기를 도입하기로 계약했는데, 이는 무려 92억 유로(한화 약 13조 1천억 원)에 달한다. 

 다음은 병력이다. 아무리 좋은 국방계획도 병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현재 폴란드의 병력은 12만 8천여 명의 실전 병력과 3만 6천여 명의 국민 방위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폴란드 정부는 현재 약 16만여 명에 불과한 병력을 오는 2035년까지 30만 명으로 증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달성되면 폴란드는 총 6개의 기갑부대를 보유하게 되는데, 이는 프랑스(2개), 독일(2개) 그리고 영국(1개)을 다 합친 것보다 많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국방 계획에서 무기 도입보다 어려운 것이 병력 증강이다. 이에 현재 폴란드가 내세운 30만 병력 계획은 직업군인과(professional soldiers) 함께 자원군(volunteers)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달성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VOA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현재 폴란드 내에서 자원 입대하는 수가 급증하고 있다.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폴란의 국방 계획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폴란드 정부는 이 같은 무기도입과 병력 증강을 위해 2023년부터 구체적으로 GDP 대비 3% 이상을 국방비로 책정했다. GDP 대비 3%라는 수치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지난 2014년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는 회원국 모두 국방비로 각각 GDP 대비 2% 이상을 지출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당시 나토 회원국 가운데 이 목표를 충족하는 회원국은 단 3개 국가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많은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폴란드가 내세운 3% 보다 높은 나라는 현재 없다. 유럽연합 통계청인 eurostat에 따르면, 가장 최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도 2024년 국방예산이 GDP 대비 2.3%에 불과하다. 이처럼 폴란드는 이미 유럽 안보의 지각변동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폴란드의 국방계획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담대한 국방계획은 폴란드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역사적 맥락에서 소련의 침공을 여러 번 경험한 폴란드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보일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폴란드의 이 계획이 실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현 단계에서 이 계획에 내재된 정치적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국제정치의 구도가 신냉전으로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개별 국가들은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1989년 소련의 붕괴로 약 40여 년 동안 지속된 냉전은 붕괴되었다. 이후 국제정치는 미국 주도의 일극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한 동안 세계 전쟁의 위협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물론 지역적으로 발칸반도의 내전과 같은 분쟁은 있었지만, 주요 국가가 주도한 전쟁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유럽연합과 같은 지역통합, 6자 회담과 같은 다자주의의 대두 등으로 국제사회는 무기에 의존하는 힘의 평화보다는 대화와 타협, 제도에 기반해 평화를 구축하려는 노력들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정치에서 전통적으로 강대국에 속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라는 독립국가를 전면적으로 침공하면서 이 같은 기조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는 물론 과거 소련의 침공을 받은 역사가 있는 국가들은 실제적인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협을 느낀 국가들은 안보를 담보하기 위해 지역안보기구에 가입하거나 자국 스스로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전자의 경우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라면, 후자의 경우가 바로 폴란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정치는 다시금 요한 갈퉁(J. Galtung)이 주장한 '평화로운 수단에 기반한 평화'(peace by peaceful means)는 요원해졌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다시 한번 지정학(Geopolitics)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 세계는 하나의 동네, 즉 지구촌이 되었다. 과거에 비해 국가들의 외교 범위가 상당히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전략들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라는 지도에서 그 누구도 선택한 것이 아닌 주어진(given) 지정학은 안보에 있어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그러하듯 오랜 역사에서 이 같은 국가들이 불편한 관계를 가졌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 것은 지정학이라는 주어진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폴란드의 국방 계획 또한 이 지정학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지정학적으로 폴란드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했고, 이에 폴란드는 러시아로부터 수많은 침공을 경험했다. 즉,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며 안보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리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여러모로 국제 정치는 물론 개별 국가의 안보정책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폴란드의 새로운 국방 계획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 무기를 사게 만들고, 주어진 지정학의 부정적인 부분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암울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