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무화과 열매. 꽃이 열매 속에 숨어 있다고 '무화과(無花果)'로 이름 붙여져 있다. 많은 꽃이 모여서 과육을 형성하고 있다. ⓒ 이돈삼
봄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럼에도 열매를 맺고, 가을에 수확을 한다. 열매 자체가 꽃을 품고 있어 '신비의 과일'로 불린다. 꽃이 열매 속에 숨어 있다고 이름 붙여진 무화과(無花果)다. 돌기 모양의 많은 꽃이 모여서 과육을 형성하고 있다. 면역성도 강해 병해충에 잘 견딘다. 농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무공해 안전 식품이다.
무화과는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과 변비, 부인병, 피로 해소에 좋다고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적혀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 철분 등도 많이 들어 있다. 소화 흡수가 빠르고, 숙취 해소에도 좋다.
생육 조건은 조금 까다롭다. 무엇보다 기후가 따뜻해야 한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없는 이유다. 월출산과 영산강을 끼고 있는 전라남도 영암이 무화과의 주산지가 된 이유다. 이 일대는 1970년대부터 전국 처음으로 무화과 재배를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생산량의 3분의 2 가량을 수확한다. 9월 15일부터 사흘 동안 전남농업박물관 일원에서 무화과축제도 연다.
▲ 나무에 매달린 무화과. 수확은 크고 빨갛게 익어가는 것만 하나씩 골라서 한다. ⓒ 이돈삼
▲ 오늘 아침에 유기심 씨가 딴 무화과. 속이 꽉 차 있어 먹음직스럽다. ⓒ 이돈삼
영암의 무화과 재배는 삼호 일대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영암 전역으로, 또 인근 지역까지 퍼졌다. 영암군 삼호읍 용앙리 국도변에서 '진주무화과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문찬·유기심 씨 부부도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다. 김 씨는 전업 농업인으로, 유 씨는 직장생활을 겸하고 있다.
농사경력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 진솔한 농사와 몸에 밴 성실성으로 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도매상과 소비자들로부터도 신용을 차곡차곡 쌓았다. 결코 한눈을 팔지 않았다. 개별 주문이 줄을 잇는 것도 그 덕이다. 빼어난 맛과 후한 인심에 감동한 소비자들이 농원에 직접 찾아오거나 주문을 해온단다.
"올해는 수확량이 줄 것 같습니다. 지난 겨울에 냉해를 많이 입었어요. 여름엔 또 비가 얼마나 자주 왔습니까? 일조량이 줄다 보니, 생산량이 줄었습니다. 20~30퍼센트 가량 줄었어요. 맛은 좋습니다. 그만큼 품질관리에 신경을 더 썼거든요."
김문찬 씨의 말이다.
▲ 무화과가 하나씩 익어가며 단내를 풍기고 있다. 유기심 씨의 무화과 농원 풍경이다. ⓒ 이돈삼
▲ 유기심 씨 부부가 새벽에 딴 청무화과. 무화과 수확은 날마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 이뤄진다. ⓒ 이돈삼
이들의 무화과 재배면적은 7300㎡. 수확은 지난 8월부터 했다. 초록색의 청무화과와 붉은색의 홍무화과를 고루 딴다. 9월은 무화과가 가장 많이 나고, 맛도 좋을 때다. 당도가 높고, 과육도 꽉 찬다. 수확은 10월 말까지 할 예정이다. 예년엔 11월까지 땄다.
무화과는 단내를 가득 품고 있다. 당도가 높다. 무화과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입안에서 톡톡 씹히는 느낌도 좋다.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은 비싸졌다. 현지에서 2.5㎏들이 한 상자에 2만5000원에 판다. 지난해엔 1만5000원 했다.
"일이 많아서 고생은 하지만, 보람 있습니다. 소득도 쏠쏠합니다. 농사 잘 짓는다고 주변에서 응원해 주는 것도 힘이 되고요. 무엇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도 행복입니다. 사는 재미를 느낍니다."
새벽부터 무화과를 따고 출근을 서두르는 유 씨의 말이다. 유 씨의 근무처는 전남도청이다. 공무직으로 시설관리 일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 전남도청지회장도 맡고 있다.
▲ 유기심 씨가 출하를 위해 분류 작업이 끝난 무화과 상자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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