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내몰린 충남인권

보수기독교계 주도 두 번째 폐지안 수리
시민단체 "폐지 근거 미약… 발의 안되도록 싸울 것"

검토 완료

최효진(j6h713)등록 2023.09.18 16:25

인권조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도의회 의회운영회에서 수리되고 있다. ⓒ 충남도의회

  
충남인권조례와 학생인권조례가 또 다시 폐지 기로에 섰다. 

충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방한일)는 7일 열린 제347회 임시회 운영위 1차 회의에서 주민조례청구된 '충청남도 인권 기본 조례 폐지조례안'과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의 청구요건을 심사한 결과, 수리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앞서 2022년 8월 22일 충남도의회에 접수됐고, 이와 관련해 청구인 명부가 2023년 3월 6일 제출됐다. 

도민인권조례 폐지안은 2만170명 중 1만2282명의 서명이 유효하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청구인 명부에 적힌 2만1031명 중 1만2673명의 서명이 유효서명으로 확인돼, 이는 법률상 주민조례청구 요건인 1만2073명을 넘겼다.

주민조례청구가 수리됨에 따라 앞으로 30일 이내에 의장 명의로 주민청구 조례안이 발의되고, 이어 행정문화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등 상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바른인권위원회 등 소위 보수기독교계가 주도해 조례 폐지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는 △성적지향(동성애), 성별정체성(성전환), 종교(이슬람, 이단) 등의 권리화 △이슬람·중국 문화 강제와 할랄 급식 등의 근거 △성인지 교육은 남녀 갈등을 조장 등의 이유로, 인권조례는 △외국인의 이슬람 문화를 도청이 보장해 무슬림 증가에 의한 테러, 범죄 사건의 증가 등을 이유로 청구서에 적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같은 사유를 검토해 3월 9일 "인권의 지역화에 역행하고, 도민의 인권 보장 체계를 후퇴시키는 것이므로 충남 인권조례 폐지 청구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힌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김주창(51, 예산 주교리)씨는 "인권조례가 있다고 해도 평소에는 신경을 못 쓰고 살았다. 하지만 막상 폐지를 한다는 사람들의 근거를 보니 '인권조례가 있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충남인권조례는 수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도의회 우위 세력이 어느 당이냐에 따라 존폐를 거듭한 셈. 

2012년 5월 제정된 충남인권증진조례는 2018년 제10대 의회 당시 동성애를 옹호·조장할 우려를 제기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도로 폐지됐다. 그러나 11대 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4개월 만에 부활했다. 2018년 10월 인권증진조례는 충남인권조례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정됐고, 2020년 7월에는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특히 이번 조례폐지안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뒤 당정이 학생인권조례 정비를 교육활동 보호의 대안으로 꺼내 들면서 공격의 대상이 됐다.

전국적으로도 학생인권조례안이 시행되고 있는 6개 시도 중 4곳에서 개정 또는 폐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폐지안을 발의했다. 경기와 전북교육청은 학생을 비롯한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강조하는 방향의 교육인권조례안을 시도하고 있다.

임가혜 충남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누군가의 권리를 제한해야 다른 누군가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은 끝없는 차별과 배제를 낳을 뿐"이라며 폐지 주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운영위에서 통과된 만큼 발의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조례폐지안이 발의되면서, 다시 한번 찬반논란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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