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현병,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 마 살인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유행처럼 SNS에 범죄예고의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를 범행 장소로 선택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은 일상적인 친숙한 공간에서 긴장과 스트레스, 공포를 느껴야 했다. 정부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해 법원의 결정으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게 했다. 영화 <더 보이스>도 정신질환자가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흐름을 따라간 영화이다. 이 영화를 봤을 땐 상영관에 나와 내 뒤쪽의 두 남자가 전부였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휠체어에, 한 사람은 휠체어 뒤에 서 있었다. 어두운 상영관인 데다가 영화 내용도 연쇄살인에 대한 으스스한 내용이었으니 긴장감이 높아졌다. 주인공 제리의 첫 단추를 잘못 꿴 사람은 정신질환자인 엄마였다. 엄마는 마지막 부탁을 어린 제리에게 했는데 잔인한 부탁이었다. 정신병원은 가기 싫으니 차라리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정신병에 걸린 엄마다운 부탁이다. 비극의 출발은 대부분 가정인 것 같다. 어린 제리는 도망갔어야 했다. 무슨 엄마가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느냐고, 엄마 맞냐고 화를 냈어야 했다. 어떻게 어린 제리는 엄마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을까. 사실 어린 제리에게도 정신질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엄마와 제리에게는 그들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있었다, 바로 동물들이 말하는 소리였다. 동물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바라는 소망이 아닌가. 초능력이라고 생각했지, 정신질환의 증상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치료약을 먹으면 외로운 제리는 대화상대를 잃는다. 키우는 개, 고양이와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위로받을 데가 없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개와 고양이의 목소리는 제리 내면의 것이었지만 제리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많은 개들을 키우고 화려한 직장, 넓은 집과 잘생긴 외모 등을 갖춘 모 연예인도 외롭다고 했다. 외로움이란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 영화는 제리 속에 내재한 살인에 대한 욕망을 고양이를 통해 얘기하고 있다. 고양이는 살인에 대한 합리화까지 담당하고 있다. 개는 고양이와는 반대 입장이지만 제리는 개의 의견은 무시한다. 제리는 살인한 냉장고 속 여자들의 머리와 대화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끔찍한 수집품 같다. 그러나 여자들이 말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데가 있어 비극은 완화되고 코미디처럼 보인다. 조현병 환자들은 어느 정도 치료에 임하다가 좋아진다 싶으면 스스로 판단해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을 중단한 후에 돌발행동이 발생하고 다시 약을 먹게 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조현병 발병 후 5년 동안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영화 <더 보이스> #연쇄살인마의 기록 #정신질환의 증상 #약 먹으면 외롭고 #안 먹으면 친구가 많다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