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형사와 용의자의 동상이몽 송창식과 정훈희의 OST '안개'가 영화의 주제와 분위기를 암시하면서 마음을 홀린다. 사랑이란 홀리는 것. 그러나 형사인 해준과 남편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서래의 사랑이라니 너무나 의외의 관계이다. 해준이 서래를 탐문 수사하고 가정 방문하고 잠복 근무를 하면서 서래 주위를 맴도는 게 왜 일이 아닌 사랑의 탐색으로 읽힐까. 해준은 용의자인 서래에게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을 스스로에게 허용했고 서래는 그의 마음에 응답이라도 하듯 불면증의 그를 최면테라피로 치료해 주었다. 관계의 무르익음과 사건의 해결이 무난하게 전개되는가 싶더니 해준이 살인 사건을 조작한 서래에게 실망하여 이별을 통보한다. 그러나 서래는 이별의 통보를 사랑으로 해석한다.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중국어로 해준에게 고백한다. 해준의 헤어질 결심은 사건과의 헤어짐일까. 용의자인 그녀와의 헤어짐일까. 서래는 그녀의 삶을 걸고서라도 헤어짐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의 죽음을 미결사건으로 사랑하는 형사에게 선물했다. 선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사랑을 이룰 것 같은 둘의 관계가 미결로 끝나고 미결이었던 둘의 관계가 한쪽의 죽음으로 일종의 완성을 이루었다고 보는 건 억지일까. 아래는 영화를 토대로 쓴 기자의 리뷰 시이다. 꼿꼿한 사이 내가 당신을 왜 좋아하냐면요 당신은 긴장하지 않는데도 꼿꼿해요 그가 사랑한다 말할 때 그의 사랑이 끝났고 내 사랑이 시작되었다 배우자 살인 용의자와 형사의 부적절한 관계였다 나는 살기 위해 먼저 결백의 증언을 골랐다가 그를 사랑하기 위해 그것을 안개 속에 버린다 살인 증거 부족 용의자의 꼬리표가 나의 체온을 싣고 남편의 시체에 닿았다 그는 시체의 충혈된 증거를 노리느라 눈에 가시가 돋았다 그는 불면으로 꼿꼿했다 사랑의 최면테라피 감히 먼저 사랑을 끝낸 그를 백 년쯤 꿀잠에 재우고 싶다 그에게 미제사건으로 남겠다 새 남편을 죽여서라도 내 바람을 받아준 바다를 끌어들여서라도 나의 죽음을 불면의 그에게 바친다 오래오래 음미해 주기를 #영화 <헤어질 결심> #박해일 탕웨이 #치명적 사랑 #불면증 최면테라피 #꼿꼿한 사이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