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장서인 만들기 체험

안성 아양도서관 가을 강좌

검토 완료

조정화(angelwin33)등록 2023.09.16 10:54

<장서인이란 무엇인가?>(신경식 전각강사) 강좌는 저녁 7시부터 진행되었다. 강좌가 열리는 도서관 근처에 다다르니 유달리 화려한 금빛 노을이 나의 설렘을 띄워주었다.

사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장서인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장서인이 책을 수집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론 강좌를 통해서 도장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쓰이는 장서인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장서인은 간직하고 있는 책에 찍어서 임자를 밝히는 도장을 말한다. 개인적인 의미나 활용보다는 공공단체, 도서관 등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요즘 들어서는 나만의 멋스러운 도장으로 책이나 학용품 등에 표시를 남기는 것은 물론 인감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장서인의 재료도 이름들만큼이나 다양했다. 주물, 나무, 돌 등 취향대로, 재료만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선택되었다. 임경식 선생님은 밀랍 도장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찰흙을 빚어 형상을 창조하는 예술과 비슷했다. 다만 조각 예술이 형태를 빚는다면 밀랍 도장은 이름, 호, 좌우명 글자 예술이라고 할 수 있고 현대적 의미로 확대시키면 물론 그림도 가능했다. 문자의 기원이 그림이었으니까. 개발새발 글씨를 두고 "그리고 있네!" 농담도 가능하듯이.
 
옛날 선비들의 도장은 규격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호나 이름만을 새기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문구를 새기거나, 좌우명, 싯구 등을 새기기도 했으므로 다양한 크기의 장서인이 존재했다. 인상 깊었던 설명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작업이었으므로 도장 모서리나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도 그것을 오히려 자연스러운 멋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는 너무 완벽하여 흠이 없으면 일부러 모서리를 칼로 약간 떼어내 재료의 기운을 열어주고 바람이 통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인상깊었던 설명은 날인을 책에 남기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이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책값이 한 달 월급에 비견될 정도로 비싸서 귀한 책을 손에 넣고 장서인을 찍게 되는데 책의 소유주가 바뀔 때 한국의 경우에는 전 소유주의 날인들과 나란히 현 소유주의 도장이 찍힌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전 소유주의 도장 위에 현 소유주의 도장을 겹쳐 찍음으로써 전 소유주의 흔적을 지우고 현 소유주의 도장만 표시한다고 한다. 이 점에서는 한국이 더 인간적이다.
 
이론 수업이 한 시간 진행된 후 나만의 장서인 만들기 체험에 들어갔다. 먼저 나의 이름을 디자인하고 습자지에 옮겨 쓰고 습자지를 뒤집어 거꾸로 된 글씨에 눌러 써서 도장에 흔적이 남게 했다. 그리고 신경식 선생님이 개발했다는 얇고 동그란 칼로 안전하고 정성스럽게 내 이름을 새겼다. 선생님의 "도장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새기는 것입니다"라는 감동의 보이지 않는 문구도 함께.
 
나만의 도장이 탄생했다. 나의 이름 디자인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모두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보니 모두들 캘러그라피 전공자인지 멋진 도장을 완성해냈다. 완성한 각자의 도장을 찍어보는 하이라이트 타임이다.
 
"나무 그림이 있지요? 나무 아래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세요. 그리고 꽃나무의 열매 부분에 이름 열매를 찍어주세요."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버킷리스트 나무 아래 소원을 적었다. 다짐의 의미로 꽝꽝 세 개의 열매 도장을 찍었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강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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