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섭의 영화인문학] 삼학도여! 너에게 정신이 있다면

영화 "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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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섭(hansop5)등록 2023.09.21 13:56
저 유달산에 대해, 저 흐르는 영산강에 대해, 삼학도에 대해 말합니다.
유달산이여! 너의 넋이 있으면
삼학도여! 너에게 정신이 있으면
영산강이여! 너에게 뜻이 있으면
박정권의 독과 칼날이 나를 죽이고 잡으려 하니 이 김운범이를 보호해 달라고 호소하는 바입니다.'

1967년 목포에서 국회의원 재선에 도전한 김대중 후보 연설문의 일부이다.
영화 "킹메이커"는 강원도 인제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김운범(김대중)의 연설을 듣고 평소 '바뀐 세상을 보고 싶다'는 갈망을 품고 있던 서창대(엄창록)가 선거 켐프에 합류하게 되면서 서사가 시작된다.

그는 '마타도어의 귀재' '선거판의 여우'라 불리며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전략으로 김운범을 계속 당선시킨다. '승리는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을 수반해야 한다'는 김운범과,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서창대, 두 사람이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판이하게 다르다. 서창대의 의도는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경제정책인 '흑묘백묘론'을 떠오르게 한다.

1971년 대통령선거를 불과 6일 앞두고 서창대는 행방불명 된다. 그리고 갑자기 영남지역에서 '호남인이여! 단결하라'는 플랭카드가 곳곳에 걸린다. 절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영남인들을 자극시켜 몰표를 얻기 위한 국민 갈라치기 전술인 마타도어 선거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서창대는 대선에 성공한 뒤 약속된 현금 가방을 받고 청와대를 떠난다.
결국 서창대가 대통령으로 만든 자는 김운범이 아니라 박정희이다. 중앙정보부에 의해 매수되었던 서창대는 영영 김운범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임종 직전에야 김운범(김대중)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만약 부정과 조직적 방해가 없었다면 김대중씨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것이다.'고 증언했다. 부정부패가 얼마나 극심했던지 김대중과 주변 동교동 사람들이 투표한 수천 표가 무효표로 처리되었다. 투표용지에 선관위원장의 도장이 잘못 찍혔다는 이유였다. 그러니 다른 지역은 얼마나 심했을까를 생각하면 까무러질 일이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지역차별이다. 혹자들은 지역감정이나 지역갈등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핵심은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욕구를 실현하는데 반호남주의를 이용한 세력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들은 호남에 대해서 고위직 등용과 경제 발전을 차별적으로 배제하고 소외시켰다.

<동아일보> 1967. 3. 27일자에는 '경부선은 외국제 객차를 운행하는데 호남선 객차는 유독 낡은 국산을 배치했다... 울산공업지구 등 영남 일대를 구경하고 돌아오니 마치 외국 시찰을 다녀온 느낌이었다.'고 썼다.

혹자는 1971년 박정희 김대중 두 사람이 격돌한 대통령선거에서 부터 지역감정이 표출되었다고 한다. 국회의장 이효상은 '신라 이후 천 년 만에 나타난 박정희 후보를 뽑아서 경상도 정권을 세우자. 쌀 속에 뉘가 섞이면 안되듯이 경상도 표에 전라도 표가 섞이면 안된다.'라며 지역갈등을 조장했다.

그러나 박정희는 1961년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직후에 지역 차별을 염두에 두고 전라도를 축소하고 경상도를 확대했다. 전북 금산군을 충남에 편입시키고 전남 영광군에 속한 위도를 전북으로 편입시켰다. 또한 강원도 울진군은 경북 울진군으로 편입시켰다.

무려 40년 이상을 대통령 등 국가권력을 좌지우지했던 영남인들은 스스로 선민의식을 가졌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장기간 국가주도 개발을 통해 인사권과 예산권, 그리고 개발권 등을 장악하면서 호남 소외를 극대화 시켰다.

민선 1기 서울시장에 입성한 조순은 '인사 명단에 고위급 호남 인사는 한 명도 없더라'며 탄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대중을 빨갱이로 몰아 수십 년을 고문하고 공산주의자로 매도했듯이 호남인들은 좌빨이며 조폭, 불량배 등으로 취급했다. 그리고 TV 등 영상매체에서는 호남 사투리를 쓰는 사기꾼, 식모 등 천박한 인물로 등장시켰다.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호남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역감정이 아니라 지역차별이 정확한 어휘다. 정치경제적으로 월등한 지역이 열등한 다른 지역민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차별하며 부당한 대우를 하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또다시 동서로 갈라져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이러한 차별은 공동체의 발전과 안녕을 방해하며 국가발전과 국민 정서에도 큰 악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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