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글씨 쓰기를 싫어한다. 초등학교 교육과정도 교과서에 답을 쓰면 되어서 공책에 글씨 쓸 일은 많지 않다. 옛날처럼 과목별로 노트를 준비하지도 않는다. 배움 공책이라고 공책 하나에 필요할 때 필기를 한다.
컴퓨터 세대라고는 하지만, 손글씨 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학년인데 1학기부터 글씨를 바르게 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우리 반은 글씨 쓰기 공책으로 8칸 깍두기공책을 사용한다. 받아쓰기 공책은 10칸 깍두기공책을 세로로 사용한다.
▲ 학교에서 사용하는 노트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손글씨 쓰기를 연습합니다. ⓒ 유영숙
1, 2학년용 무제 공책은 배움 공책이라고 하고 주로 받아쓰기 연습을 한다. 요즘 1학년은 받아쓰기를 하지 않아서 2학년 때 받아쓰기를 한다. 받아쓰기는 매주 목요일에 한 번 한다. 1학기에는 받아쓰기 쪽지를 배부하였지만, 2학기에는 국어책에 밑줄을 그어 활용한다. 학생들은 받아쓰기도 싫어한다. 그래도 필요하기 때문에 한다.
▲ 받아쓰기 공책과 글씨 쓰기 공책 글씨 쓰기 공책은 동그라미 다섯 개에 도전합니다. ⓒ 유영숙
받아쓰기 연습은 주로 학교에서 한다. 1주일에 세 번 정도 배움 공책에 쓰고, 수요일에는 집에서 한 번 연습하고 온다. 하지만 절반은 학원에서 늦게 오는 등 안 해 오지만 괜찮다. 그래도 우리 반은 학업성취도가 높은 편이다. 80% 정도는 100점을 받고 보통 한두 개 정도 틀린다. 가장 많이 틀리는 학생이 3개 정도 틀린다. 받아쓰기는 따로 점수를 안 써주고 100점만 별을 그려준다.
일기 쓰기에도 도전했다.
2학기부터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일기 쓰기는 매주 월요일 1교시에 한다. 주로 주말에 있었던 일을 글감으로 쓴다. 길게 쓰는 학생도 있지만, 여섯 줄 이상만 쓰도록 한다. 일기장에는 성의 있게 쓰면 스티커를 붙여준다. 글씨 쓰기와 글쓰기를 싫어하기에 스티커 10개를 모으면 선물을 준다고 하였다. 아직 어려서 멘토스 같은 간식 하나도 좋아한다.
▲ 초등학교 2학년 일기 쓰기 지도 매주 월요일 1교시에 일기 쓰기를 합니다. 에전에는 주로 가정에서 숙제로 썼지만, 학교에서 쓰게 하여 부담을 덜어줍니다. ⓒ 유영숙
가끔 동시도 짓는다. 연상화를 그리고 빈자리에 시를 쓰도록 한다. 제법 잘 쓴다. 작가 선생님 반이라서 책 읽기도 좋아한다. 매일 아침 20분 정도 집중하여 독서를 한다. 1학기부터 가방에 읽을 책 한 권을 가지고 다니게 하였다. 도서실이 같은 층이라서 쉬는 시간에도 대출할 수 있다. 도서실에서 대출해서 학교에 두고 가도 되고 학급 문고에 있는 책을 읽어도 된다. 읽은 책을 친구와 바꿔서 읽기도 한다.
아침 독서 효과는 크다
아침 독서는 자리가 잡혀서 등교하면 책을 꺼내서 조용히 읽는다. 워낙 활동적인 학생들이 많은 반인데(1학년 때부터 소문난 학생들임) 아침 독서 시간에는 모두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 아침 독서 덕분인지 집중력도 좋아졌고 많이 차분해졌다. 요즘 다툼도 줄어들어 하루가 평온하게 지나갈 때가 많아졌다. 특히 독서는 글쓰기와도 관련이 많아서 1년 동안 꾸준하게 지도하려고 한다.
아침 독서와 연관지어 어휘력 향상을 위해 미니 공책을 사용한다. 미니 공책은 공책을 반으로 잘라서 만들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자투리 시간에 활용한다. 끝말잇기나 꽁지 따기 말놀이, 특정 단어로 끝나는 말 쓰기, 예를 들면 '리로 끝나는 말' 등을 적는다. 반복하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한다.
▲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휘 향상을 위한 말놀이 공책(끝말 이어가기, 공지따기 말놀이) ⓒ 유영숙
이제 겨울방학이 약 100일 정도 남았다. 요즘처럼 평온함이 이어지길 바란다. 학교가 끝나면 돌봄 교실에 가거나 학원에 가는 학생이 많다 보니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다. 9월 둘째 주부터 5교시인 날은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놀 수 있게 하였다. 물론 매일 주의 사항을 말해준다. 혹시 다치거나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급식을 먹어도 시간이 30분 이상 남아서 충분히 놀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친구들과 뛰어놀며 신났다. 다칠까 봐 염려되어 창문으로 놀이터를 내려다본다. 나가기 싫은 학생은 교실에 있는 놀잇감으로 놀거나 도서실에 가도 된다. 대부분은 나가서 놀지만, 교실에서 노는 학생도 있다.
2학기가 되면서 많이 자란 것 같다 석 달 후면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한 명 한 명이 모두 예쁘다. 우리 반은 성비가 안 맞아서 남학생 14명에 여학생 7명이다.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여학생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 반 특징은 여학생은 모두 착하다. 참 예쁘다. 야단맞을 일이 거의 없다. 남학생은 거의 개성이 있고 경쟁력이 강하고 활동적이다. 정말 대조가 된다.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
또 한 주가 지났다. 올해가 마지막 학교생활이 될 것 같아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2학년이라서 기초 기본 교육에 충실하려고 한다. 요즘 키도 자라고 마음도 자란 학생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돌봄 교실에 갔다가 집에 갈 때면 꼭 교실에 들러서 인사하고 가는 아이들을 보며 선생님을 싫어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오늘도 손글씨에 도전한다
오늘도 글씨 쓰기는 싫지만, 잘 쓴 글씨 동그라미 다섯 개에 도전한다. 쓰기 공책에 글씨 쓰기를 할 때마다 검사하며 잘 쓴 글씨에 동그라미를 그려준다. 목표가 동그라미 다섯 개다. 훗날 중고등학교 시절이나 대학 논술 시험 볼 때, 아니면 좋아하는 연인이 생겼을 때 연애편지라도 쓰게 되면, 쓰기 싫은 글씨 쓰기였지만 선생님과 함께해서 고마웠다고 추억하길 기대해 본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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