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깨진 모임 회비로 겨울 버버리 패딩 코트를 샀다. 그동안 모은 회비를 1/n로 나누었다. 회비 200만원이 통장에 입금되었다. 통장에 넣고 쓰다 보면 생활비로 흐지부지 들어가 남는 것이 없다. 어렵게 모은 회비라서 요긴하게 쓰고 싶었다. 며칠 있으면 내 생일이어서 자축하는 의미로 큰맘 먹고 겨울 코트를 샀다.
오래 입으며 모임 지인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이제 겨울이 오면 모임의 언니, 동생들이 더 생각날 것 같다. 모임이 깨진 이후로 개인적으로 한 두 분은 만났지만, 다 같이 만나지 못했다. 그 사이에 경조사도 없어서 얼굴 볼 기회가 없었다.
▲ 깨진 모임 회비로 버버리코트를 샀다 오래 입으며 모임을 기억하고 싶었다./ ⓒ 유영숙
버버리 코트를 사서 옷장에 걸어 두었다. 가끔 걸려있는 옷을 보며 며느리가 걸렸다. 며느리가 둘이다. 며느리에게도 좋은 코트를 하나씩 사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오늘이 한글날인데 아들과 며느리가 모두 쉬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함께 키즈 풀빌라로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오늘 다시 만나기로 했다. 큰아들은 수원에 살아서 일요일 저녁에 돌이 지난 손자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다. 주말에도 일을 하기에 6시에 끝나고 오느라 거의 8시에 도착했다.
손자와 가끔 만나다 보니 아직 낯을 가린다. 그래도 할아버지한테는 잘 가서 엄마, 아빠 식사하는 동안에 할아버지가 안아주었다. 차를 좋아한다고 해서 쌍둥이 손자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차를 몇 대 가지고 나왔다. 다행히 손자는 장난감 차에 관심을 보이며 잘 놀았다.
김현아를 방문했다.
다음 날 11시경에 김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둘째 아들네와 만나기로 하였다. 김포 현대 아울렛을 일명 '김현아'라고 한다고 아들이 말해주었다. 작은 며느리가 둥이 옷 사러 자주 가는 곳이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나는 처음 간다.
▲ 벼가 익어 가는 황금 들녁 여름 태풍도 이기고 풍년이다 ⓒ 유영숙
가는 길 양쪽으로 황금 들녘이 이어졌다. 왠지 황금 들녘을 보니 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것 같았다. 올여름 태풍이 불고 비도 많이 내렸지만, 누렇게 익은 벼를 보며 농부의 수고가 느껴졌다. 곧 햅쌀도 주문해야겠다. 길옆의 가로수도 단풍이 들어서 제법 가을의 매력이 느껴졌다.
▲ 현대 김포 아울렛 하늘 정원 일찍 도착한 쌍둥이 손자가 미로 놀이를 하고 있다. ⓒ 유영숙
20여분 걸려서 김포 현대 아울렛에 도착했다. 쌍둥이네는 벌써 도착해서 하늘정원에 있는 미로에서 놀고 있었다. 돌다리가 있는 수로와 분수대에서도 놀고 있는 동영상을 보내왔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며 영상을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이곳은 꼭 쇼핑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음식점도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벌써 지하 주차장은 만차라 못 들어가고, 7층까지 있는 지상 주차장 6층에 주차하였다. 벌써 5층 주차장까지 만차였다. 휴일이라 정말 많은 사람이 방문하였나 보다. 주차하고 작은아들에게 전화하였다. 이스트 건물 1층 개구리 동상 앞으로 오라고 했다.
▲ 현대 아울렛에 수로가 있다 쌍둥이 손자는 물에 빠질세라 돌다리를 조심해서 건너본다. ⓒ 유영숙
김포 현대 아울렛은 세 개 동이다. 이스트존, 웨스트존, 타워존이다. 우리는 타워존에 주차해서 1층으로 내려가서 이스트존으로 갔다. 쌍둥이 손자가 먼저 알아보고 할머니를 외치며 뛰어온다. 예쁜 손자들이다. 쌍둥이 손자는 할머니를 좋아해서 엄마 아빠가 있어도 꼭 내 손을 잡고 다닌다.
오늘 아울렛에 온 목적이 두 며느리에게 버버리 코트를 사 주는 거다. 1층에 버버리 매장이 있었다. 일찍 도착한 며느리가 버버리 매장에 다녀왔는데 코트가 없다고 한다. 어쩌나. 백화점으로 가야 하나. 쌍둥이 손자가 배고프다고 해서 우선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식당가로 갔다. 작은아들과 며느리가 각각 중국집과 아웃백에 줄을 섰다. 먼저 자리 나는 곳에 가기로 했다. 20 여분 지났는데 아웃백에 자리가 났다.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샐러드를 시켰다. 아이들이 있어서 식사 시간은 늘 분주하다. 손자들 밥 먹이며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커피는 테이크아웃 해준다고 해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해서 가지고 나왔다.
▲ 아울렛에 분수도 있다 분수를 보며 신나서 깡충깡충 뛰는 쌍둥이 손자들이 귀엽다. ⓒ 유영숙
손자들 옷도 사야 해서 타워존 유아동으로 갔다. 거기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온 젊은 엄마 아빠가 많았다. 가끔 쌍둥이 유모차도 보인다. 손자가 쌍둥이다 보니 쌍둥이가 눈에 잘 띈다. 다음에는 가능하면 평일에 오자고 했다. 그나마 손자들 옷을 사서 다행이다.
아울렛에 간 이유가 며느리 코트 사는 거였는데 결국 손자 옷만 샀다. 며느리에게는 통장으로 입금해 줄 테니 꼭 예쁜 옷이나 필요한 것 사고 인증샷 보내라고 했다. 나도 통장으로 받으면 그냥 생활비 등으로 쓰고 결국 남는 것이 없어서 직접 사주려고 했던 것인데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만나서 쇼핑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
쇼핑이 목적이었지만, 가족이 모두 모여서 행복했다. 오늘 며느리에게 코트를 사주지 못했지만, 며느리가 여유있게 쇼핑하고 인증샷을 보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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